[브레인 북스] 마음을 돌보는 뇌과학

[브레인 북스] 마음을 돌보는 뇌과학

더 좋은 기분, 더 좋은 삶을 위한 뇌 사용법


오늘날 스트레스, 우울, 불안은 너무나 흔한 감정이다. 행복하다가도 어느덧 공허함을 느끼고, 관계에서 외로움을 맞닥뜨리고, 일상 중 빈번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러한 감정들을 느끼는 건 맞지 않는 인간관계 때문일까?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이 부족해서일까? 빈부격차가 심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사회 때문일까? 그러나 이것들만으로는 부정적인 기분과 감정의 이유를 전부 설명할 수 없다.

스웨덴에서 가장 주목받는 정신과 의사이자 세계적 작가인 안데르스 한센은 오래전부터 자신을 끈질기게 괴롭힌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뇌가 작동하는 원리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인류학과 뇌과학 연구를 통해 마음의 메커니즘을 밝히고, 진화의 관점으로 부정적인 감정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다루어야 할지 그 답을 이 책 《마음을 돌보는 뇌과학》에 충실히 담았다.

우울, 불안, 스트레스의 설계 원리와 대안은 전 세계의 관심사다. 진화라는 새로운 관점을 통해 마음을 살피고 해법을 찾는 이 책은 35개국에 판권이 수출되고 스웨덴, 일본, 영국 등의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감정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통제하지 못한 감정 때문에 일상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감정들은 우리 뇌에서 어떤 원리로 작동하고 있을까?

이 책의 저자 안데르스 한센의 진료실에는 수많은 사람이 찾아온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공황과 불안 증세를 느낀 환자, 우울과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 PTSD를 호소하는 환자 등이다. 저자는 이들을 진료한 경험에 더해 수많은 연구 결과와 설문 조사, 심리 실험 결과 등을 정리하고 뇌과학 이론을 접목시켜 감정의 작동 원리를 하나씩 들여다보고자 했다. 그리하여 이 책에서는 불안과 공황, 우울, 불안, 외로움을 각 장마다 감정별로 설명하고, 이 감정들이 진화의 역사 속에서 어떻게 유전적으로 프로그램 되어 있으며 다른 기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밝히고 있다.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사실은 우리의 뇌는 수렵채집인의 뇌라는 것이다. 우리의 몸은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생활하며 현대를 살고 있지만, 우리의 뇌는 1만 년 전 수렵채집인의 시절의 뇌와 같다. 현대인의 궁극적 목표가 행복이라면 수렵채집인 뇌의 목표는 생존이다. 그래서 우리가 겪는 감정들은 생존이라는 목표 아래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공황은 우리가 이전과 같은 괴로움을 겪지 않기 위한 방어 기제다. 불안은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는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이다. 외로움은 집단에서 배제됐을 때 생존 확률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두려움이 강하게 들어 있다. 우울은 일종의 에너지 절약 모드이자 뿌리 깊은 방어기제다. 이 감정들은 우리를 힘들게 하는 요소지만, 과거에는 우리의 생존 확률을 높여주는 신호였다.

불안과 우울증을 뇌가 고장 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은 뇌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행복이 아니라 생존이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풍요의 시대에도 우울한 이유, 행복한 순간에도 어느덧 우울함에 휩싸이는 이유를 알지 못하는 건 우리가 생물학적 존재라는 사실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이를 제대로 아는 것에서부터 안전하게 자신의 마음을 돌볼 방법을 찾을 길이 열린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로 시선을 돌려 인간의 진화 역사를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우울과 불안을 예방할 단서가 되는 지식을 익히고 행동과 습관을 바꿔야 한다. 우울과 불안 때문에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진화의 원리를 활용해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100명이 우울하다면 우울의 증상도 100가지로 저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우울은 고정된 정체성이 아니라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기분이다. 저자는 말한다. “뇌는 완성된 도자기가 아니라 점토다. 가소성이 있어 바뀔 수 있고 어떻게 생활하느냐에 따라 뇌의 작동 방식도 달라진다.”
즉 우리의 뇌는 수렵채집인의 뇌여서 생존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지만 감정에 영향을 주는 뇌의 회로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 몰두하고 SNS를 통해 하루에 몇 시간씩 타인의 편집된 삶과 자신을 비교하면 뇌는 우리의 서열이 낮아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우울함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소셜 미디어 사용 시간을 줄이고 대면 관계를 넓힘으로써 우울로 빠지는 뇌의 회로를 바꿀 수 있다. 이 행동의 효과는 전 세계적으로 우울증 환자 1억 명이 줄 수 있을 정도다.

자신이 예측 불가능한 스트레스에 장기적으로 노출됐는지, 적절한 수면을 취하고 있는지, 친구들을 얼마나 자주 만나고 있는지 살펴보아라. 그리고 움직여라. 수렵채집인들은 하루에 평균 1만 5,000~1만 8,000보를 걸었으나 우리는 그 3분의 1인 5,000~6,000보밖에 걷지 않는다. 더 적게 걸을수록 심박 수가 느려지고 스트레스 수치인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진다. 그래서 우리는 더 움직여야 하다. 우리가 지금보다 더 걸음 수를 늘릴 때, 엔도르핀이 증가하고 코르티솔 수치가 낮아지며 이 모든 것들이 뇌의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칼로리를 아끼고 편하고자 하는 뇌의 본능 때문에 몸을 움직이는 것,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당장 실행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지금보다 조금 더 움직이고 조금 더 다른 사람과 연결될 때 우리는 더 좋은 기분, 더 좋은 삶을 경험할 수 있다.

뇌는 생존을 위해 우울, 불안, 스트레스를 만들어낸다. 내가 소극적인 사람이어서, 스트레스를 쉽게 받는 예민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원래 뇌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이를 이해하고 이 책에서 소개하는 뇌의 회로를 바꿀 수 있는 여러 방법들에 시선을 돌려보자. 일기를 쓰는 등 자신의 감정을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피상적인 관계를 맺는 것보다 소수의 사람들을 챙길 때, 행복에 대한 강박에서 자유로워질 때 뇌의 회로는 긍정적으로 바뀌고 저자의 말처럼 우리 마음의 어둠은 가시기 마련이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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