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년 된 마을에 가면 고색창연한 옛집, 고택이 으레 있다. 집을 둘러보면 누가 이 고택에서 살았을까, 이렇게 지은 이유는 무얼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한국 전통가옥 기록화 사업 보고서가 발간됐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은 지난해 ‘부안 김상만 가옥’ 등 중요민속문화재 11건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의 전통가옥 기록화 사업’의 결과물을 담은 기록화 보고서를 발간했고 5일 밝혔다.
▲ 한국 전통가옥 기록화 사업 보고서 표지.
이 보고서에는 부안 김상만 가옥, 홍성 엄찬 고택, 논산 백일헌 종택, 보성 이용우 가옥, 해남 윤탁 가옥, 장흥 존재 고택, 거촌리 쌍벽당, 가평리 계서당, 해저 만회 고택, 안동 학암 고택, 의성김씨 율리 종택의 자료를 담았다.
기록화 보고서는 개별 문화재에 대한 역사와 자연환경, 연혁, 특징, 관련 문헌자료 등 외에도 현황 실측도면과 사진 등을 수록하여 해당 문화재를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사업 보고서 대상 고택 중 세 곳의 역사를 살펴보자.
홍성엄찬고택 (洪城嚴璨古宅)은 조선시대 사육신인 성삼문(성삼문의 외손 엄찬의 고택이다. 1670년대에 지었다고 전하며, 지금은 연고가 없는 개인의 소유다. 이 집에서 조선 현종 13년(1672)부터 숙종2년(1676)까지 4년간 성삼문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또 성삼문의 둘째 딸이 제사를 올렸다고 전하기도 하여 이 건물은 그 이전에 지은 것으로 보인다. 처음 지을 당시에는 문간채·안채 등이 갖추어진 집이었으나, 지금은 문간채가 남아있지 않다. 일부 개조된 부분이 있지만 조선 시대의 특징있는 구조양식과 주거생활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전통가옥으로 중요하다. 또한 이 마을에는 성삼문의 위패를 모신 '노은단'과 '노은서원유허비' 등이 있으며, 도지정 전통문화보존마을로 관리되고 있다.
해남윤탁가옥 (海南尹鐸家屋)은 전남 해남군 현산면 초호길 43 (초호리)에 있다. 안채에서 발견된 기록으로 보아 광무 10년(1906)에 지었음을 알 수 있다. 집에는 사랑마당과 안마당에 각각 정원이 꾸며져 있으며, 집 주변 경치도 뛰어나다.
경상북도 안동시 풍산읍 미동길 59 학암고택 (安東 鶴巖古宅) 은 1800년경 학암 김중휴(1797∼1863)가 분가할 때 지었다. 지정 당시에는 '오미동 참봉댁(五美洞 參奉宅)'이었으나, 현행 문화재 명칭상의 "오미동 참봉"이 관직명으로 오인되어, 지명과 건축주인 학암 김중효의 호를 병기하여 '안동 학암고택(安東 鶴巖古宅)'으로 명칭 변경(2009.12.21)을 하였다. 김중휴가 제능참봉을 지내 참봉댁이라 한다. 'ㅁ'자형 집이며 중문을 기준으로 안채와 사랑채가 나뉘어 있는 독특한 건물이다. 원래는 중문 밖에 사랑채, 행랑채, 초당이 있었으나 현재는 그 자리만 남아있다. 안동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의 집으로 조선 후기 주택연구에 좋은 자료가 된다.
문화재청의 한국의 전통가옥 기록화 사업은 전통가옥의 체계적인 기록보존과 수리ㆍ복원, 학술연구 자료 등의 활용을 목적으로 2005년부터 진행 중이며, 이번에 완료된 11건을 포함하여 현재까지 총 102건에 대한 기록화를 수행하였다.
이번에 발간된 보고서는 문화재 관리를 담당하는 각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하여 국공립 도서관 등 전국의 관련 기관에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며, 문화재청 누리집(www.cha.go.kr, 행정정보-문화재 도서)에도 전문을 게재하여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