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고도 위기에 빠지는 뇌의 특성과 인간의 본성을 다각적으로 조명한 『의도적 눈감기(Wilful Blindness, 도서출판 푸른숲)』가 지난 15일 출간되었다.
‘의도적 눈감기’는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라도 그것이 뇌의 본능과 어긋난다면 고의로 무시해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보고도 못 본 척할 뿐 아니라 심지어 아예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조차 깨끗이 잊어버리려는 뇌의 비겁한 속성이다.
BBC PD 출신 저널리스트이자 기업가인 저자 마거릿 헤퍼넌(Margret Heffernan)은 왜 인간이 자꾸 위기를 자초하는 행동을 되풀이하는지 뇌에서 그 답을 찾았다.
뇌가 진화 과정에서 작동하는 방식은 생존을 위해 주어진 정보를 취사선택해 해석한다. 유리한 경험이 반복되면 그것은 습관이 되어 더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만든다.
이 과정의 크나큰 단점은 현대의 변화 속도와 복잡성을 뇌가 따라잡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복잡해지고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충분히 정보를 걸러내지 못하고 눈을 감아버린다면 혼란과 위기 속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우리 뇌를 눈감게 하는 요소들로 동질성, 사랑, 이데올로기, 한계, 현상 유지, 복종, 순응, 거리, 보상 등을 꼽는다. 이러한 요소들이 어떻게 ‘의도적 눈감기’를 만드는지와 그 결과로 어떤 치명적인 사건들이 일어났는지를 상세한 예시를 통해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뇌의 속성상 생겨나는 ‘의도적 눈감기’라는 치명적 부작용에 그저 당하며 살아가야 할까? 작가는 각 장마다 ‘의도적 눈감기’와 맞서 싸워온 용기 있는 사람을 소개하며 그들의 내용을 싣고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이는 의도적 눈감기 현상에 대한 각성뿐만 아니라 독자에게 꿋꿋이 위기를 헤쳐나가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믿음과 경외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독자는 사회적 문제들을 뇌의 특성과 연결지어 해석하는 새로운 시각도 가져볼 수 있다.
글. 신동일 기자/ kissmesdi@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