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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마트폰 이용자 중 60퍼센트 이상이 하루 평균 30번 이상 휴대전화를 들여다본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하루 24시간 중 평균 수면 시간을 6시간이라고 봤을 때, 잠들기 직전까지 최소 6분에 한 번씩 휴대전화를 들여다본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단순한 접속 횟수와 시간이 아니라 뇌가 받는 자극에 있다.
뇌는 1분 1초도 쉬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뇌는 휴식을 통해 정보와 경험을 정리하고 기억을 축적하는 숙고의 시간을 보낸다. 실제로 뇌가 휴식을 취하는 순간, 속된 말로 ‘멍 때리는 순간’ 활성화되는 부위가 있다. 내측 측두엽, 내측 측두엽, 후측 대상피질 등 일명 DMN(Default Mode Network)이라 불리는 부위다. 뇌는 자극이 없으면 멍 때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뭔가 할 일이 생기면 DMN의 활동을 억제하고 할 일에 필요한 뇌 부위를 활성화한다.
그런데 현대인의 머리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각종 디지털 기기가 쏟아내는 정보 탓에 1분 1초를 제대로 쉬지 못한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 도중, 대중교통 안, 하다못해 누워서 TV를 보는 순간에도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으로 무언가 찾고 있는 탓이다. 많은 사람이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할 때는 휴식을 취한다 생각한다. 하지만 뇌는 그 순간마저도 쏟아지는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도무지 DMN가 활성화될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다.
현실에 무감각해진 뇌를 깨우는 가장 좋은 방법, ‘생각의 고리’를 끊어라.
신간 《멍 때려라!》의 저자는 아주 잠깐이라도 우리 머리에 교통정리 시간을 마련해주라고 이야기한다. 그것이 바로 더 재미있고, 더 흥미롭고, 더 자극적인 정보와 디지털 기기에 학대당하고 있는 우리의 뇌가 휴식하고 재정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컴퓨터가 과부하에 걸리면 다운되듯, 끊임없이 오감을 자극하는 단순한 정보는 뇌를 바보로 만든다. 더 잘 배우고, 더 좋은 생각을 떠올리고, 더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다.
머리를 비우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생각의 고리를 끊는 것이다. 머리가 무겁거나 멍하다고 느껴지는 순간 단 1, 2분 만이라도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하라. 뇌가 처리하는 정보 중 70~89퍼센트를 차지하는 시각적 정보만 차단해도 머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맑아진다.
지하철을 타거나 거리를 걸을 때,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시각과 마찬가지로 청각으로 흘러들어오는 정보만 차단해도 뇌는 한결 편안해진다. ‘생각을 버려야 한다’라는 강박관념은 또 다른 상념을 불러올 뿐이므로, 이때 머리에 드는 수많은 잡념은 흘러가는 대로 두자. 그러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잠들기 전,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여 뇌에 대한 자극을 최소화하는 게 좋다. 게임이나 검색 등을 통해 뇌가 활성화된 채로 잠들면 멜라토닌이 억제되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이는 무기력, 두통, 학습장애를 불러오고 집중력과 주의력을 분산시켜 현실에 무감각한 뇌를 만든다.
머리는 비울수록 똑똑해지고, 생각은 버릴수록 채워진다. 지금 당신에게 머리를 비우는 시간, 멍 때림을 허하라. 그곳에 당신이 발견해주기 바라는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글.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