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강사, 여성 멘토’ 김미경. 그녀는 이른바 스타 강사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녀가 동생들에게 독하게 마음먹고 이야기한다. 더 이상 징징대지 말라고. 언니의 애정이 녹아 있는 촌철살인의 독설이 시작됐다.
주제를 빛나게 하는 에피소드
여자의 삶은 복잡다단하다. 그중에서도 20대 후반부터 30대 여성의 삶은 대인관계, 결혼, 육아, 가사, 일 등등 주변의 여러 상황에 흔들리기 쉽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고달프고, 힘든 것 같고, 자연히 고민도 깊어진다.
그런데 국민강사이자 여성 멘토를 자처하고 나선 아트 스피치 김미경 원장의 강연은 이 시대 젊은 여성들의 복잡다단한 문제를 단순명쾌하게 풀어낸다. “어쩜, 다 내 얘기야”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김미경 원장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울다 웃다가 강연이 끝나면 청중은 어느덧 위안과 격려의 힘을 얻는다.
“그런 것도 다 준비된 전략이에요. 사람들은 자기와 동떨어진 일에서 감동을 느끼지 않아요. 사람들을 웃고 울리는 것은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에요. 강연 주제가 확정되면 사전에 기획하고, 방향을 설정한 후 대주제와 소주제 그리고 그에 따른 적절한 에피소드를 준비해요.
보통 1시간 강의에 40개, 1시간 30분 강의에 약 70개 정도의 에피소드를 사용하는데 에피소드로 논리를 설명하는 방법이에요. 이야기는 사람의 뇌에 오래 기억되는 반면, 논리로만 설명하면 어느 명강사가 강연해도 지루하고 졸려요. 강의 내용도 금방 잊어버리게 되고요.”
김 원장은 늘 기록을 한다. 원래 덜렁대는 성격이었지만 강사 일을 시작한 이후 기록하는 습관이 만들어졌다고. 기록하기 쉽지 않을 때에는 사무실로 전화를 해서 직원들에게 받아 적게 한 적도 있단다. 에피소드가 마땅치 않은 경우에는 주제를 바꾸기도 할 만큼 김 원장에게 있어 에피소드는 강연과 사람을 더욱 꼼꼼하게 묶는 역할을 한다.
머릿속에 콘텐츠 생산 공장을 짓다
에피소드뿐 아니다. 같은 주제, 혹은 비슷한 주제로 강연하는 강사들도 많지만 자기계발 분야의 전문 강사로서 그의 강연 주제는 늘 시대를 앞서가야 하고, 그때그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는 주제를 찾아내야 한다. 그동안 그가 해온 강연 주제는 수없이 많다.
TV강의나 특히 그녀가 요즘 공을 들이는 ‘파랑새 특강’을 위해서는 한 달 정도의 시간을 갖고 준비한다. 6년 동안 MBC에서 72가지 주제로 강의를 진행한 적이 있는 그는 한 번 다룬 주제로 강의를 계속하는 것이 싫고, 더욱이 똑같은 강의를 1년 내내 하라고 하면 자신이 참지 못할 것 같다고 한다. 매번 새로운 소재와 주제로 청중을 만나는 그의 비결은 뭘까?
“하루 종일, 아니 365일 콘텐츠만 생각해요. 제 머릿속은 강연을 위한 공장처럼 24시간 풀가동되거든요. 물론 혼자서는 못합니다. 직원들과 함께 자료를 찾고 아이디어 회의 등을 거치는 협업 과정에서 함께 만들어 가는 거죠.”
1년에 서너 권의 책 집필 작업과 교육 프로그램 개발, 그리고 밀려드는 강연까지 준비하려면 버거울 만도 할 텐데 20년을 강연 열정으로 살다 보니 그의 머릿속에는 어느새 콘텐츠 생산 공장이 세팅돼 있다.
아무리 열정의 에너자이저라 하더라도 이런 결과를 맞기까지 어찌 힘들지 않았을까.
“콘텐츠가 잘 안 풀릴 때는 정말 힘들어요. 예전에 MBC에서 강의할 때 콘텐츠를 일주일에 한 개씩 만들었어요. 다른 강의까지 하면서 그걸 준비하려면 하루에 서너 시간씩 자면서 만들어야 했는데, 그렇게 서너 달 정도 했을 때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었죠. 하지만 하루하루 고3 수험생처럼 살기를 1년 반 정도 하니까 한 달에 주제 한 개씩 잡기는 식은 죽 먹기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제일 많이 공부하고 스스로를 단련했던 것 같다고. 일을 하면서 “원장님 덕분에 제가 바뀌었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 행복하고 힘이 난다는 김 원장은 아이들이 크면서 엄마를 인정하고 존경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자신의 삶과 일에 보람을 느낀단다.

자기의 방식을 찾아라
육아, 일, 가사까지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는 법. 그런데 많은 여성들이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기를 쓰다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제풀에 지친다. 그래서 더욱 김 원장의 사생활(?)이 궁금했다.
“저요? 가사활동 안 한 지 꽤 오래됐어요. 여러 가지 일을 다 잘 할 수는 없어요. 큰애가 중학생이 될 때까지 여건이 안 돼서 직장일과 집안일 둘 다 했지만 정말 힘들었죠.” 김 원장은 모든 걸 자신이 끌어안으려고 하지 말고 자신의 상황에서 여건이 되는대로 일의 몫을 분배해야 한다고 한다.
“지금은 집안일을 도와주시는 분이 있어서 아이들 교육에만 신경 써요.” 예를 들어 일주일에 두 번 밤 아홉 시 이전에 퇴근하는 날에는 여덟살 막내가 잠들 때까지 무조건 막내와 시간을 보내고, 예고 진학 준비 중인 둘째 아들과는 매일 조금이라도 대화를 한다. “아들이 늦게 자니까 제가 퇴근하고 나서도 얼굴을 볼 수 있거든요.”
독립한 대학생 큰딸과는 일주일에 한 번씩 약속을 잡아 저녁식사를 함께 한다. 그리고 아침에 두 아이들 깨우고 밥 먹는 것 보고 학교 가는 것까지 배웅하는 일은 반복되는 일상이다. 아무리 바빠도 스케줄을 잡아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어 놓으면 아이들도 엄마의 스케줄에 잘 맞춰준다고.
“엄마가 바쁘면 아이들도 거기에 맞춰 성장해요. 이웃집 아이와 비교하면서 자신의 걱정이 만들어낸 착각 속에서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기 기준을 갖고 자신을 믿고 아이들을 믿으세요. 엄마가 흔들리면 아이도 함께 흔들려요. 엄마가 당당해지면 아이들도 당당하게 자라고요.”
영원한 전업 맘도 워킹 맘도 없는 사회구조 속에서 워킹 맘과 전업 맘이 서로 도움을 주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이 둘의 대결구도가 펼쳐진다. 특히 자녀교육 때문에 전업 맘을 보면서 흔들리는 워킹 맘의 경우, 있는 그대로의 현실 즉 자신의 환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그는 조언한다.
“애들을 평균으로 키우지 말고 내 방식대로 키우세요. 남과 비교하지 말고 배짱으로 키우세요. 이런 걸로 고민하는 워킹 맘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쉬워요. 자신이 흔들리니까 남과 비교하고 고민하는 거예요. 그런데 흔들리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해야 해요. 돈에 이끌려 다니거나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고 바깥을 기웃거리기 시작하면 죽을 때까지 자기가 좋아하는 걸 못 찾아요.”

일흔 넘어서도 일하는 엄마에게 배운 열정
다양한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지만 김 원장에게 빼놓을 수 없는 화두는 언제나 여성이다. 왜냐고?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를 더 잘 알아서, 세상의 절반도 여자, 시장을 움직이는 것도 여자, 사회에서나 가정에서나 여자의 역할이 중요할 뿐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도 어머니, 즉 여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결정적인 건 따로 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그동안 여성에 대한 부당한 인식이나 대우가 많았잖아요. 그게 곧 내 얘기고, 내 딸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여자에 대한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었어요. 특히 일하는 여성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거 다 제 경험이에요. 제가 고생한 얘기가 지금 여성들이 고생하고 있는 얘기죠. 자신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대신 해주니까 여성들이 더 공감해주고 좋아해주는 것 같아요.”
충청도 증평에서 청주로, 청주에서 서울을 거치며 그가 확실히 느낀 건 어느 상황에서나 자신감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부모님이 상당히 낙천적인 분들이었어요. 자식들에게 항상 칭찬을 많이 해주셨는데, 특히 저희 어머니는 굉장히 적극적인 분이었죠.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의 리더가 되는 것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셨고 열심히 사는 것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착한 여자가 되지 말고 훌륭한 여자가 되라고 말씀하셨고, 또 돈 버는 여성을 굉장히 존중해 주셨어요.”
그는 여자로 사는 열정을 어머니에게 배웠다. 처녀 시절부터 시작한 양장점을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아직 운영하고 있는 김 원장의 어머니는 인터뷰 당일 그가 입은 치마도 색상만 달리 해서 열 벌을 손수 지어 주셨을 만큼 열정과 정성이 넘치는 분이다.
꼭 하고 싶은 말을 하는 ‘파랑새 특강’
국민강사라는 타이틀이 마음에 드는지 묻자, “그거 오래하면 그냥 붙여 주는 거 아니에요?” 라면서도 싫지 않은 기색이다. “그런데 남들이 저를 부를 때 그냥 원장님이라고 불러주는 게 좋아요. 그리고 욕심을 조금 더 내면 어떤 사람의 삶을 인도해주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불리고 싶은데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질 않네요.”
많은 여성들이 결혼 후 배움을 멈춘다. 올해 마흔 여덟 살인 그. 스스로에게 대견한 것 중 하나가 스물세 살 이후 많이 배우면서 멈추지 않고 계속 성장했다는 점이다.
“전업 주부든 직장인이든 움직이고 변하는 세상에서 정체되고 싶지 않다면 대학, 대학원에 진학하는 공부가 아니라도 책도 읽고 뇌가 쉬지 않도록 자기계발을 위해 꾸준히 공부하세요. 그러면 창의력도, 에너지도, 그동안 보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도 보일 테니까요. 여러분 절대로 멈춰 있지 마세요.” 한마디라도 더 좋은 얘기를 전해주고 싶어하는 언니의 근성이 나온다.
이 땅의 많은 동생들과 딸들에게 멘토가 되어주는 일 말고도 그에게는 이루고 싶은 꿈이 하나 더 있다. “회사 일과는 별개로, 지극히 개인적인 목표인데 한 달에 한 번, 제가 원하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싶어요. 현재 ‘파랑새 특강’을 한 달에 한 번 진행하고 있는데, ‘파랑새 특강’에 내년에는 천 명, 몇 년 뒤에는 오천 명이 모이는 강연을 하고 싶어요.”
그는 ‘파랑새 특강’의 수익금 일부를 저소득층 대학생들의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있다.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기쁘기만 한 그는 언젠가 만들어질 ‘파랑새 장학재단’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오늘도 거침없이 달린다.
글·정소현 nalda98@brainmedia.co.kr | 사진·박여선 pys031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