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은 왜 조절하기 어려울까?
입맛이란 단어는 곰곰히 생각해 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표현입니다. 입맛이 돈다, 입맛이 살아났다, 입맛이 떨어졌다 같은 표현에서 입맛은 생명력 즉, 살아있으려는 감각이라는 뜻을 포함합니다. 만일 누군가가 입맛이 없다고 하면 몸이 좋지 않거나, 상당한 스트레스 상태에 놓여 있다고 생각할 수 있죠.
입맛이란 너무 없어도, 또 지나치게 좋아도 문제가 됩니다. 몸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만, 적정한 몸매를 넘어서지 않을 만큼만 음식을 섭취하도록 입맛이 작동하면 좋을 텐데, 왜 이렇게 조절하기가 어려울까요?
‘과잉 기호성 식품’에 사로잡힌 입맛
하이퍼팰러터블 푸드‘Hyperpalatable(Hyper:과도한, palatable:구미에 맞는) food’로 분류되는 음식들이 있습니다. 치킨, 피자, 케이크처럼 정제 곡물에 지방과 당 또는 염도를 조합해 맛의 최적화를 이룸으로써 반복 섭취를 유도하도록 만들어진 ‘과잉 기호성 식품’을 뜻합니다. 정크 푸드가 몸에 좋지 않은 가공식품이라는 개념이라면, 하이퍼팔라터블 푸드는 비만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중독적 섭식 행동과 관련해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개념으로 등장했습니다.
뇌의 보상 시스템을 과도하게 자극하도록 만들어진 이 같은 음식이 우리 몸의 포만 신호를 무력화하고, 식이 조절을 불능 상태로 만든다는 것입니다[1]. 이처럼 현대인들의 입맛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자기주도적 감각이 아니라, 자본과 기술이 설계한 시스템의 결과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1900년대 중반 제2차 세계대전 중 폭발적으로 발전한 식품의 저장과 대량생산 기술은 전후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인간의 욕망을 성장 엔진으로 삼는 전 지구적 소비 시스템으로 발전하였습니다. 결국 1백여 년 사이에 인류는 ‘어떻게 하면 굶지 않을 수 있을까’에서 ‘어떻게 하면 잘 굶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고구마와 크림빵에 대한 몸의 반응 비교
몸에 좋지 않은 걸 알면서도 자극적인 음식이 자꾸 당길 때, 어떻게 하면 이를 조절할 수 있을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좋은 수비수를 배치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로 추천하는 수비수는 고구마입니다. 해결책이 너무 시시하다고요? 과연 이 단순한 해결책이 시시한지 아닌지, 끝까지 읽고 확인해 주세요.
고구마와 크림빵을 한번 비교해 보겠습니다. 고구마와 크림빵은 일단 열량의 차이가 클 것으로 보이죠? 그런데 열량이란 음식을 태웠을 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그 음식이 몸에 들어가 일으키는 호르몬 변화나 장내미생물에 미치는 영향과는 무관한 수치입니다. 식품 포장지에 열량이 아니라 ‘장내미생물 키움 지수’라든지 ‘도파민 과자극 지수’라는 게 표시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고구마와 크림빵을 먹었을 때 몸에서 각각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크림빵 반 개(50g)와 중간 크기 고구마(150g) 한 개는 열량이 200kcal로 비슷합니다. 먼저 고구마가 입안에 들어오면 침 속의 아밀라아제가 수백~수천 개의 단순당이 결합된 전분을 다당류 또는 이당류로 분해해야 하는데, 고구마 전분이 세포벽에 둘러싸여 아밀라아제가 접근을 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충분한 저작을 통해 고구마 전분을 물리적으로 부수어야 합니다. 저작하고 침을 분비하는 동안 뇌는 ‘지금 내가 먹고 있다’는 감각을 분명히 인식하고, 포만에 대한 예측 신호를 발생시킵니다[2]. 또한 고구마의 풍부한 식이섬유는 위장에서의 배출 속도를 늦춰 물리적인 포만감을 강화하고, 불용성 식이섬유는 대장으로 이동해 장내미생물을 먹여 살립니다.
이번에는 크림빵이 입안에 들어옵니다. 이미 소화된 상태나 다름없이 가루로 잘게 쪼개진 전분은 입에 들어오자마자 모래성처럼 구조가 해체되어 저작을 충분히 하지 않아도 아밀라아제의 빠른 접근이 가능합니다.
이에 따라 뇌는 먹고 있다는 감각을 충분히 형성하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유입되는 당 신호를 맞이하게 되어 보상 예측 오류를 만들고, 도파민 신호는 완만한 준비 과정 없이 급격히 상승합니다. 이로 인해 중뇌에서 갑자기 분비된 도파민은 이제 충분하다는 신호가 아니라, 이걸 다시 찾아야 한다는 방향으로 뇌를 학습시킵니다.
또한 위장에서 소장으로 빠르게 이동해 흡수된 당질은 대사 시스템에 급격한 스트레스를 가하고, 이러한 혈당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인슐린 분비는 예측보다 크게 동원됩니다. 인슐린의 작용으로 혈당이 급격히 저하되면 시상하부는 에너지 위기 신호를 유발하고, 이는 특정 음식에 대한 갈구 행동으로 전환됩니다.
몸 전체의 세포 수만큼 존재하는[3] 장내미생물들이 먹을 것도 없습니다. 장내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식이섬유가 부족하면 미생문들이 장벽의 미세 누출을 막는 방어벽인 장 점액층을 갉아먹으며 점점 불안정한 상태로 변해갑니다[4].
건강한 새해를 위해 입맛 주도권을 찾자
크림빵은 잘게 부순 정제 곡물이 주를 이루고, 대장까지 도달할 불용성 식이섬유가 거의 없는 식품을 대표한 것입니다. 고구마는 대사 과정에서 매우 유익한 식품일 뿐 아니라 쉽게 구할 수 있고, 익혀서 휴대하기에도 간편합니다. 달콤한 맛을 갖고 있어서 먹을 때의 만족감과 포만감도 충분히 제공하죠. 입맛의 수비수로 아주 훌륭한 자질을 갖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자신이 섭취한 음식이 몸에서 일으키는 반응의 차이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다면, 오늘 마실 커피에 곁들일 간식으로 크림빵 대신 고구마를 준비할 수 있을 겁니다.
입맛의 주도권을 찾는다는 것은 내 몸을 움직이고 운영할 주도권을 찾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입맛 주도권을 확실하게 회복하는 새해 만드시기를 바랍니다.
글_정다운 치과의사. 유튜브 채널 ‘정다운 그린라이프’ 운영
참고문헌
[1] Fazzino TL, Rohde K, Sullivan DK. Hyper-Palatable Foods: Development of a Quantitative Definition and Application to the US Food System Database. Obesity. 2019;27(11):1761–1768.
[2] Erta G, Gersone G, Jurka A, Tretjakovs P. Salivary amylase activity: A potential modulator of glucose homeostasis, insulin secretion, and appetite regulation. J Nutr Biochem. 2026;148:110154.
[3] Sender R, Fuchs S, Milo R. Revised Estimates for the Number of Human and Bacteria Cells in the Body. PLoS Biol. 2016 Aug 19;14(8):e1002533.
[4] Desai MS, Seekatz AM, Koropatkin NM, Kamada N, Hickey CA, Wolter M, et al. A dietary fiber-deprived gut microbiota degrades the colonic mucus barrier and enhances pathogen susceptibility. Cell. 2016;167(5):1339–1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