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교육 칼럼] 최첨단 솔루션보다 강력한 도구,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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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의 리듬과 뇌 기억 형성 과정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

브레인 108호
2024년 12월 16일 (월)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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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첨단 솔루션보다 강력한 도구, 호흡 (Gettyimage Korea)


호흡의 리듬과 뇌 기억 형성 과정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

뇌신경과학 관련 연구들은 상당히 복잡한 전문 용어들을 포함하고 있어 대중의 관심에 노출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최근의 한 연구는 단순하면서도 우리의 일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어서 주목할 만하다. 바로 우리가 하루에 2만 번 이상 아무 생각 없이 수행하는 호흡이 더 나은 기억력을 위한 열쇠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특히 수면 중에 호흡하는 방식이 뇌가 기억을 통합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호흡법이 감정조절이나 혈액순환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발견됐지만, 구조적으로 뇌 기능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밝힌 연구 사례는 상대적으로 찾기 어려웠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명상과 호흡법의 중요성을 새로운 측면에서 일깨워주는 의미가 있다.
 

깊은 수면 단계에서의 호흡이 기억 저장에 영향을 미친다

이미 수년 전부터 수면이 기억력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과, 어떠한 구조로 수면이 뇌의 정보관리 기능에 영향을 주는지는 꾸준히 거론되었다. 잠자는 동안 뇌는 깨어 있을 때 경험한 정보를 정리하고, 이것이 장기 기억으로 굳어지게 하는 중요한 작업을 수행한다는 것은 이제 어느 정도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최근의 여러 연구는 호흡의 리듬이 이러한 과정을 촉진하는 데 어떻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지를 밝혀내고 있다. 과학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기억의 통합을 담당하는 특정 뇌파 리듬은 렘REM과 같은 깊은 수면 단계에서 수면 중 호흡의 리듬과 동기화되며, 이러한 과정은 기억의 효율적인 저장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이는 뇌의 인지 프로세스와 생체적 현상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하는 동시에, 뇌 기능을 향상시키는 보편적이고 접근성이 높은 방법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

명상 호흡법 같은 의도적인 호흡 방식이 기억 형성에서 직접적으로 어떤 변화를 주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 하지만 위의 연구를 비롯해 명상 호흡법이 주는 효과에 대한 발견을 통해 명상의 활용 범위가 더 넓어지고 있다. 

최근 명상과 관련한 연구를 보면, 규칙적으로 명상을 하는 사람들의 뇌에서 기억과 주의력을 담당하는 영역이 일반 사람보다 더 발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인 해마의 두께가 지속적인 명상을 통해 증가할 수 있음이 발견되었다. 

명상은 호흡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깊은 들숨과 긴 날숨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유도한다. 이 같은 방식의 규칙적인 호흡이 뇌의 기억력 향상을 돕는다는 사실은 강도 높은 인지 수행 능력을 요구받는 현대인들에게 상당히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뇌 기능을 향상시키는 방법

정보 과부하가 지속되는 요즘 시대에 기억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수시로 오는 채팅 메시지, 이메일, 매초 갱신되는 소셜 미디어까지 우리는 끝없는 정보 자극 속에 놓여 있고, 뇌는 이를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정보를 기억하고 관리하는 능력은 업무 효율성뿐 아니라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매우 필수적인 기능이다. 

기억력에 영향을 미치는 수면의 질에 대한 인식은 이전에 비해 많이 향상되었다. 다양한 수면용품의 개발, 소셜 미디어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수면용 ASMR, 수면을 돕는 체조 등 수면 관련 사업은 매해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이다. 이제 이것에 더해 명상 호흡법을 이용하여 수면의 질을 높임으로써 기억력을 강화하고 정신의 민첩성을 높일 가능성이 추가되었다고 할 수 있다.

호흡의 리듬과 뇌 기억 형성 과정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첫째는 비싼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뇌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 우리 가까이에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몸의 움직임은 뇌의 지시에 따라 이루어지지만, 거꾸로 이러한 움직임이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체 건강을 위해 해온 운동이 뇌건강과도 관련 있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또 한편, 정신 수양을 위한 수행법으로 알려진 명상과 호흡이 더 다양한 목적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는 것도 학술적으로 입증되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삶의 편의를 제공하는 만큼 개인에게 요구되는 업무 수행 능력도 커지고 있다. 더 높은 인지능력의 개발과 스트레스 관리가 필수적인 현대사회에서 전문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우리에게 항상 존재해 왔다는 사실은 상당한 희소식이라 할 수 있다.

둘째는 지금까지 존재해 온 이러한 방법들을 현대의 필요에 맞게 개발하는 데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체조, 호흡, 명상이 뇌기능 향상을 돕는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이 나옴으로써 뇌 기능을 향상할 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할 가능성이 열렸다. 

스포츠 산업 분야에서도 신체기능 단련을 위한 운동법이 과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혁신적인 발전을 이루었고, 올림픽에서의 기록 경신을 통해 그 유효성을 입증하고 있다. 인간의 한계점으로 인식되어 온 기록이 속속 깨진 것이다. 

이제는 인지기능에 대해서도 이러한 접근이 필요하다. 과거의 방식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실질적인 기술 개발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최첨단 솔루션보다 강력한 도구 

호흡과 인지기능 향상의 연관성은 여전히 새로운 영역이라 할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호흡 같은 기본적인 신체기능이 기억력이라는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지닌 많은 인식에 변화를 가져다준다. 

최첨단 솔루션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때때로 가장 강력한 도구는 우리가 지금까지 사용해 온 것들일지도 모른다.
 

글_이정한 미국 IBE 지구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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