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트레이닝의 요체는 ‘사랑’
우리가 흔히 ‘사랑’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이성 간의 사랑, 가족 간의 사랑, 친구 간의 사랑을 떠올린다. 나아가 자신이 사는 곳, 속한 조직, 국가, 자연, 인류 단위로 사랑의 대상이 확장되기도 한다. 사랑은 대상이 사람이든 환경이든 ‘관계’에서 생겨나는 감정이다.
사랑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인간人間이라는 한자어 자체가 ‘사람 사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듯, 인간이 어떤 대상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인간의 매우 중요한 특질이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변치 않은 속성이기도 하다. 기술 발달로 소통 방식은 크게 변화했지만 사랑의 가치는 변함이 없다.
브레인트레이너로 활동하면서 모든 능력과 프로그램을 뛰어넘어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의 마음임을 깊이 느낀다. 브레인트레이닝은 뇌를 훈련하여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이다. 이 같은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요체가 바로 사랑임을 훈련할 때마다 확인한다.
변화하려는 의지나 행동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동기’가 필요하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동기의 실체를 살펴보면 이 또한 ‘감정’에서 기인한다. 뇌가 일으키는 감정은 매우 중요한 신호다.
자신이 지금 경험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싫은 것인지, 필요한 것인지 필요하지 않은 것인지를 즉각 구분할 수 있게 해준다. 감정이 보내는 신호를 바탕으로 인지적 판단이 일어나고, 행동이 유발된다.
감정과 기억의 관계
그렇다면 감정을 일으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기억이다. 감정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억에 의해 만들어진다. 우리가 누군가와 이별하였을 때 슬픔을 느끼는 것은 그 대상에 대한 좋은 기억과 그에 대비되는 현실에서의 상실감 때문이다. 돌아가신 먼 친척의 장례식 때보다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때 더 슬픈 이유도 오랜 시간 함께하며 쌓인 추억이 많기 때문이다.
기억은 의미 있는 순간에 형성된다. 강렬한 감정 경험을 동반할 때 우리는 이를 중요한 순간으로 기억한다. 반려동물이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바라며 아무 조건 없이 돌보는 가운데 형성되는 감정 경험이 기억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가만히 살펴보면, 감정과 기억은 돌고 도는 순환 관계임을 알 수 있다! 감정 경험을 동반한 의미 있는 순간이 기억을 남기고, 이 기억은 또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뇌의 물리적인 구조를 보아도 그렇다. 감정을 다루는 회로와 기억을 형성하는 회로는 서로 같은 영역 안에 있다.
이 같은 사실을 토대로 볼 때, 브레인트레이너가 트레이니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있어 중요한 지점은 기억에 남는 의미 있는 순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때의 마음 작용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대상을 몹시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 트레이너가 그 마음으로 트레이니를 대하고, 트레이니의 감동이 트레이너에 대한 신뢰로 이어질 때, 이 감정적 기억이 변화를 이끄는 동기로 작용하는 것 아닐까. 물론 여기서의 사랑은 연애 감정이 아닌, 트레이니에게 집중하며 정성을 쏟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프로그램보다 중요한 것은 트레이너의 마음가짐
얼마 전, 학교 부적응 학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 브레인트레이너협회가 참여하여 전체과정을 살펴보는 경험을 했다. 프로그램의 구성과 감정을 정화하는 브레인트레이닝 기법도 탁월했지만, 참여한 트레이너들의 진정성이 아이들의 마음을 열어 마침내 변화가 시작되는 모습이 정말 드라마틱했다.
자신이 아주 소중한 존재임을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사랑의 에너지로 집중한 트레이너의 마음이 전달돼 아이들을 웃음 짓게 하고 행동을 바꾸게 했다.
어르신 대상의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치매 예방을 위한 뇌운동을 좋아하시지만, 그저 말동무가 되어드리고 따뜻한 손길로 어깨를 주물러 드리면서 자식을 기르는 데 헌신한 일생에 감사드리는 순간부터 트레이너에게 마음을 열어 주신다. 그렇게 관계를 맺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참여하시는 어르신들의 몸도 마음도 눈에 띄게 좋아지시는 것을 늘 경험한다.
뇌파 상담을 하러 온 직장인의 경우도 그랬다. 뜻대로 업무가 잘되지 않고 가족관계와 대인관계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분이었는데, 심리 분석이 아닌 뇌파 상태를 보며 진단하고 방법을 제안하자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후 브레인트레이닝 과정에 참여하기를 결정했다.
상담할 때 의식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며 진심으로 격려하고, 서로 감사하는 마음을 나눈 것이 동기 부여로 작용했다고 본다. 이분은 꾸준히 트레이닝하면서 이전과 달리 자신감 있게 생활을 잘 영위하고 있다.
‘러브 마이셀프’를 위한 브레인트레이닝
브레인트레이닝 프로그램이 충분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브레인트레이너의 자질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브레인트레이너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사랑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의 마음을 내려면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 이에 부합하는 삶의 조건을 만들어가는 것이 자신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다. 이는 자신감, 자존감, 자부심, 자긍심 등과 연관되며, 이 같은 자질은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과 포용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자신을 돌아볼 새 없이 숨 가쁘게 살아온 이들에게는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도 간단치가 않다. 이들을 위해 가볍게 할 수 있는 ‘러브 마이셀프 브레인트레이닝’을 소개하며, 자신을 향해 사랑의 문을 열어보기를 권한다.
➊ 제자리에서 팔과 다리를 교차하며 가볍게 걷는다. 이렇게 좌우 교차하는 동작은 뇌 기능을 증진시키고,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의 신경신호를 증가시켜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➋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몸을 골고루 두드리며 몸의 감각을 느껴본다. 몸을 느끼는 데서 자신과의 일차적인 만남이 시작된다. 촉각뿐 아니라 몸의 반응에 점차 더 집중하다 보면 느낌이 더 깊어진다.
➌ 양 손끝으로 배꼽과 그 주변 부위를 100여 회 펌핑한다. 배꼽을 펌핑할 수 있는 도구가 있는 경우에는 도구를 이용하는 것이 어깨에 긴장을 가하지 않아서 더 효과적이다.
배꼽 펌핑은 장신경계를 자극할 뿐 아니라, 감정에 결정적인 신호를 매개하는 미주시경을 자극해 실존 감각을 더욱 키워준다.
➍ 배꼽 펌핑을 마치고 숨을 고른다. 이때 왼손은 가슴에, 오른손은 아랫배에 대고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손을 통해 심장의 박동, 아랫배의 움직임과 체온 등을 느껴본다.
➎ 호흡이 안정되면 자신의 이름을 소리 내어 부른다. 사랑하는 사람을 부를 때처럼 다정하게 ‘ㅇㅇ야’라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사랑해’, ‘잘했어’, ‘괜찮아’, ‘애썼어’ 같은 말을 해준다.
외부로 향해 있던 의식을 내부로 돌려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한 다음, 관찰자 시점에서 자신을 격려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과 대화하다 보면 내면의 응답을 받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글_노형철
브레인트레이너협회 사무국장.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대학 겸임교수. 유튜브 채널 ‘브레인트레이너 노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