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우리는 뇌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가?

왜 지금 우리는 뇌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가?

뇌교육 리서치

브레인 104호
2024년 04월 19일 (금)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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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사람만의 고유한 기능과 역할은 무엇인가

현재 과학기술 분야의 가장 핫한 키워드는 단연 인공지능이다. 단순히 소프트웨어 차원이 아니라, 클라우드 서비스와 반도체까지도 인공지능을 중심에 두고 재편되고 있고, 로봇을 비롯해 현재 개발되는 거의 모든 기술이 인공지능을 전제로 한다. 인공지능의 발전속도나 파급력만큼이나, 인공지능이 앞으로 인류의 삶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의 또한 뜨겁고 다양하다. 

유토피아의 도래와 인류의 멸종을 양극단에 두고, 그사이에 다양한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이 두 개의 극단은 인류의 가장 근본적인 실존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지만, 그 둘 사이에 있는 거의 모든 시나리오는 어떻게 적응하고 활용하고 성공할지에 관한 주장과 제안들이다.

실제로 대부분은 이것에 관심을 갖는다. 알려진 바와 같이, 처음 기계적 방식과 전통적 프로그래밍 방식으로 접근해오던 인공지능에 관한 연구와 기술개발은 수십 년 간 답보상태에 있었다. 그런데 인간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적용하면서 획기적인 전기가 만들어지고 급격한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그렇기에 인공지능의 발전은 역설적으로 인간 뇌의 능력과 역할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성찰하게 한다.

인공지능의 발전, 특히 머지않아 실현될 것으로 예측되는 일반인공지능 (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출현과 함께 인간이 수행해온 일들이 점차 AI로 대체되면서, 이 질문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사람만의 고유한 기능과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는 결국 ‘인간 뇌의 가장 본질적인 특성과 가치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인공지능과 인간 뇌의 유사성

인공지능과 인간의 뇌는 여러 면에서 유사성이 있다. 유사성의 핵심은 네크워크를 바탕으로 한 정보처리, 그리고 학습을 통한 변화와 적응이라고 할 수 있을 터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이러한 유사점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 왔다.

인간의 뇌는 뉴런과 시냅스를 통해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며 전달한다.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시스템, 특히 심층 신경망은 뉴런과 유사한 인공 뉴런을 사용해 데이터를 처리하고 패턴을 학습한다. 두 시스템 모두 복잡한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며, 이를 통해 학습과 인지과정이 이루어진다.

인간의 뇌는 경험을 통해 학습하고, 새로운 정보에 적응하는 능력이 있다. 이 같은 능력은 뇌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는 특성에 의해 발현하며, 뇌가소성은 뇌의 구조와 기능이 경험에 따라 변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인공지능, 특히 기계 학습(ML)과 딥 러닝(DL) 모델도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들은 대량의 데이터를 통해 패턴을 찾아 학습하고, 새로운 정보에 맞게 조정하며, 예측을 개선한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뇌 사이의 유사성은 인공지능 연구와 개발에 방향을 제시하고 있고, 현 단계에서 중요한 목표이기도 하다. 현재 인공지능의 가장 일반적인 모델인 대규모 언어모델의 특성상 분석·논리·추론· 설명 등 말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인공지능으로 대체가능하며, 많은 측면에서 인공지능이 이미 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달리 말하면 지금까지 사람들이 인간 뇌의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고 여겨왔던 ‘지적인 능력’은 더 이상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라고 할 수 없게 되었다. 인간이 가장 뛰어난 지적 존재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 이미 도래해 있거나 조만간 도래하리라는 것이다

인간 뇌의 고유한 능력을 인공지능은 가질 수 없을 것인가

현재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인간 뇌의 고유한 기능은 창의성, 감정 이해, 윤리적 판단 같은 영역이다. 인간의 뇌는 상상력을 발휘하고 논리와 분석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인간 뇌의 이러한 능력은 문학과 예술의 원천이 되어왔고, 과학적 발전의 돌파구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한 인간은 감정을 느끼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는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인공지능은 감정을 인식하고 모방하는 데 있어 일정한 진전을 보였지만, 인공지능이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감정을 경험하고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또한 인간은 윤리적·도덕적 문제를 고민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는 문화, 개인적 가치, 사회적 규범에 기반하여 다양한 상황에서 적절한 행동을 결정하도록 지침을 준다. 이 능력의 바탕에는 합리성이나 효율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참되고자 하는 의지, 즉 ‘양심’이 라는 인간의 특성이 작용한다. 인공지능은 주어진 규칙이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양심'의 안내를 따라 판단을 내리지는 못한다. 창의력과 공감능력, 그리고 양심과 도덕적 판단이 인공지능과 인간 뇌의 차이라고 여겨지고 있지만, 인공지능이 이러한 특성을 가질 수 없는지는 아직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이러한 능력이 인간의 언어능력과 무관하지 않고,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세계적 테크 기업의 연구자들이 자신이 연구하는 인공지능이 감정이라든가 자의식 같은 인간적 특성을 보였다고 주장하는 사례도 많이 나오고 있다.
 


더 근원적인 문제들
 

인간의 뇌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더 깊은 영역은 의식, 영성, 에너지 같은 주제들이다. 의식에 대한 규명은 21세기 뇌과학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인간의 뇌에서 의식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그리고 더 근원적으로는 의식이 뇌과학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뇌 속에서 생겨나는 현상인지, 아니면 영적인 전통들에서 가르치듯 개인의 영역을 벗어나 있는 존재 자체의 속성인지 아직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의식 자체는 근본적으로 언어를 벗어나 있기에, 전혀 다른 차원의 인공지능 이 출현하지 않는 한 언어모델 기반의 인공지능으로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일 것으로 보인다.

물질적인 세계와는 다른 영적인 차원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경험과 이해도 인공지능 같은 기술로는 접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심오한 영적 경험들에 대한 기록이나 체험담이 전하는 공통적인 요소들 중 하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고, 지식이나 이해와 다른 차원의 ‘앎’이다. 이러한 경험들을 단순히 환각이나 허구로 취급하기에는 그 기록이나 사례가 너무도 많다.

이것은 분명 인간의 뇌 속에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경험하는 것 이상의 특별한 능력이 있음을 시사해준다. 이와 관련해 또 한가지 깊이 살펴볼 주제는 에너지이다. 기공이나 한의학, 그리고 차크라 시스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에너지의 존재와 그것을 움직이는 마음 혹은 의식의 존재는 동양의 문화적 전통 속에서 하나의 중요한 흐름을 이루어왔다. 에너지를 움직이는 마음은 정보의 집합체도 아니고, 학습된 것도 아니며, 언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도 않다.

의식, 영성, 에너지. 이 세 가지 주제에 있어서 특히 중요한 점은 세 가지가 서로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의식, 영성, 에너지는 하나의 실체가 가진 다른 모습들이라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 수도 있다.

한국의 정신적 전통 속에서 이것을 가장 명확하게 진술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한국의 고대 경전의 하나인 《삼일신고》에 나오는 ‘강재이뇌 降在爾腦’라는 표현일 것이다. 이 경전은 신神에 대해 “사람의 뇌 속에 이미 내려와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얼마 전까지 뇌의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고 여겼던 지적인 능력은 지금 빠른 속도로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감정이나 공감능력, 도덕적인 판단도 AGI가 나오면서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어쩌면 인간 뇌의 정말 중요한 비밀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특성이나 능력과는 다른 것일지도 모른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기후변화라는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뇌교육은 인간 뇌의 비밀을 찾아가는 방법이다. 뇌교육을 학문화하는 노력 을 기울여 온 일지 이승헌 총장(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은 자신의 체험을 통해 터득한 뇌의 비밀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1997년 처음으로 뇌교육 개념을 창안했다. 그는 뇌의 참가치를 알고 이를 활용함으로써 현재 인류와 지구가 직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기술의 발전과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 환경위기는 지금 우리에게 근원적인 도전이 되고 있다. 도전에 직면한 우리는 인간의 진정한 가치를 자신 속에서 발견하고, 그것을 통해 현재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곳은 바로 우리 자신의 뇌속이다.
 

나와 세상의 긍정적 변화를 위해

이번 글을 시작으로 앞으로 이어질 몇 편의 글을 통해 이러한 근원적인 질문을 중심에 두고 뇌교육이 무엇인지, 그것이 우리에게 어떻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지를 함께 알아가고자 한다.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진 모든 독자가 이 과정을 통해서 각자가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되고, 생각과 행동의 긍정적인 변화를 창조하고, 인류와 지구의 미래에 대해 더 긍정적인 전망과 열정을 갖게 되길 희망한다. 

글_스티브 김
IBREA Foundation 이사. 《공생의 기술》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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