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영재] 스스로 자라는 아이들

자녀 셋을 모두 대안학교에 보낸 한 교사의 성장기_2편

브레인 96호
2023년 02월 09일 (목)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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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도 많고 학교생활도 만족스러워했는데 왜?

세상 모든 부모의 바람은 자녀가 좋은 사람으로 성장해서 사회에 기여하는 멋진 인물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부모는 아이에게 공부를 강조하고, 어떤 부모는 공부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가르친다. 나도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성장의 방향을 알려주고자 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에서 자신의 꿈을 찾고 크게 성장한 큰딸을 보며 나는 이 학교에 무한한 신뢰를 갖게 되었다. 그래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둘째딸도 벤자민학교에 들어가길 희망했다. 

둘째는 언니가 벤자민학교 생활하는 걸 보는 첫 6개월가량은 반응이 시큰둥했다. “벤자민학교 다닌다고 도움이 될까 싶어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고 후에 말하기도 했다. 언니와 남동생 사이에 낀 둘째는 큰아이와 성격이 정반대였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소통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주변에 친구도 많고 학교생활도 만족스러워했다. 

자기 혼자 벤자민학교에 들어가면 친구들을 만나지 못할 것 같아서 가고 싶지 않다던 둘째는 11월 인성 캠프에 다녀온 후 마음이 바뀌었다. 인성 캠프에서 국학 강의 시간에 안중근 의사의 어록을 들으며 가슴이 뭉클했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학생으로 올바른 역사를 배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고, 언니가 벤자민학교에 입학한 후 삶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 입학을 결정했다. 
 

▲ 게티 이미지

동네 청소 프로젝트

“예전에는 언니와 대화가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언니가 벤자민학교 다닌 후 서로 말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대화하고 싶은 주제도 많아지고요. 아무튼 뚜렷한 계기는 없는데 어느 순간 사이가 좋아졌어요. 1년 동안 학교만 다니는 친구들과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벤자민학교 입학을 선택했습니다."

둘째는 벤자민학교를 선택하게 된 동기를 이렇게 말했다. 먼저 벤자민학교에 다닌 언니를 1년간 지켜봐서인지 둘째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학교에 잘 적응해갔다. 둘째가 진행한 프로젝트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친구들과 함께한 ‘안양 1번가 살리기 사회참여 프로젝트’다. 일반 학교에 다녔으면 학교와 학원, 집을 오가며 반복되는 일상과 입시에 치여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기 어려웠을 텐데, 둘째는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안양 1번가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안양 1번가 문화의 거리는 안양의 중심지로 사람들의 왕래가 많고 유흥가가 밀집한 지역이다. 밤이 되면 이곳은 길거리에 음료수병, 전단지, 과자봉지 등 온갖 쓰레기가 넘쳐난다. 차마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인가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들이 길거리에 나뒹굴고 있는 광경에 모두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 무렵 둘째는 SNS에서 외국인에게 “독도가 우리나라와 일본 중 어느 나라의 땅이라고 생각하나?”라고 질문하자 “잘 모르겠지만 일본 땅이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한국의 거리를 돌아다니면 어느 한 곳도 깨끗한 곳 없이 쓰레기가 넘쳐나는데 일본의 거리는 매우 깨끗하다. 그래서 독도를 둘 중 어느 한 나라가 관리를 해야 한다면 일본이 관리했으면 좋겠다”라고 답한 글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그렇다면 우리 동네부터 청소해보자’ 하고 친구들과 함께 안양 1번가의 쓰레기를 치우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창 다른 사람의 시선을 민감하게 여기는 10대 여학생들이 수많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름의 용기가 필요했다. 모아놓은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안양시청 홈페이지에 관련 민원을 올려 도움을 받기도 했다.

아이들은 이 프로젝트를 월 1~2회 꾸준히 진행했다. 둘째는 쓰레기를 직접 치우면서 사람들이 쓰레기통이 눈에 띄지 않거나 쓰레기더미가 쌓인 곳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지나다니는 사람들 눈에 잘 띄는 곳에 쓰레기통을 설치할 것을 시청에 제안했고, 시청에서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쓰레기통을 새로 설치했다. 

또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문화를 알리겠다며 한복을 입고 거리에서 ‘프리 Free절’ 프로젝트를 해서 많은 이들의 호응을 받기도 했다.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둘째는 벤자민학교에서 가르쳐준 ‘선택하면 이루어진다’는 뇌활용 법칙을 내면화하는 체험을 했을 것이다.
 

아르바이트 경험이 가져다준 특별한 순간들

벤자민학교에서는 3개월 이상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둘째도 집 근처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큰아이는 식당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3일 만에 짤린 바 있다. 둘째는 패스트푸드점을 시작으로 치킨집 알바까지 생각보다 꾸준하게 해냈다. 

낮에 청소년이 학교에 가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니 이상하게 바라보는 주변 시선이 많았다. 처음에는 아이도 이를 힘들어했는데 ‘굿뉴스가 굿브레인을 만든다’는 보스 BOS(뇌운영 시스템) 법칙을 실천하겠다며 더 일찍 출근하고, 항상 웃는 얼굴로 부지런히 일했다. 

어느 날, 알바하는 가게 사장님이 아이에게 “지금까지 많은 알바생을 봐왔는데 너처럼 성실한 학생은 보기 힘들었다. 네가 다니는 학교가 어디랬지?” 하고 물으셨단다. 내가 감사 인사를 드리러 찾아갔을 때도 사장님은 둘째아이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딸을 칭찬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큰아이와 둘째아이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람 대하는 법, 감정 조절하는 법을 알아갔다. 친구들은 부모님이 보내주는 학원에 다니는 동안 자신은 알바하면서 돈을 벌어보니 부모님이 얼마나 힘들게 돈을 버는지 알게 됐고, 부모님에 대한 마음도 달라졌다고 했다. 둘째는 첫 월급을 타던 날 남편과 내게 용돈과 함께 편지를 주었다. 그날의 감동은 지금도 내 가슴을 충만하게 한다. 

둘째의 아르바이트 경험은 걸음마 이후 첫 자립의 순간이었다. 아이는 이후 지금까지 꾸준하게 아르바이트하면서 자신의 용돈을 스스로 벌고 있다. 
 

복학 후에 나타난 더 큰 변화들 

둘째는 벤자민학교를 졸업하고 일반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한 살 아래 동생들과 학교생활을 해야 해서 조금 걱정을 했지만, 동생들과 어울려 이야기를 잘 들어주어서인지 첫 반장 선거에서 만장일치로 뽑혔다. 당시 담임선생님도 복학생이 들어오는 것을 걱정했는데 둘째가 학기 초에 보여주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했다고 한다. 만장일치로 반장이 되는 경우도 처음 보았고, 둘째가 학급에서 보여준 리더십은 담임선생님과 반 아이들을 모두 만족시켰다. 모든 학생이 벤자민학교를 갔다 오면 좋겠다는 말을 듣기도 했단다!

둘째는 벤자민학교에서 목표에 집중하는 법을 배웠다. 중학교 때까지는 대충해도 좋은 성적이 나오고, 어떤 것을 하면 결과가 어느 정도 나오다 보니 열정을 다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벤자민학교에서 자신이 기획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면서 그것을 꼭 이루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그래서 마음을 다해 집중하는 과정을 통해 열정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이것이 힘이 되어 고등학교에서는 공부는 물론 어떤 활동을 하든 최선을 다했다. 2학년 때는 학생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학교생활을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둘째는 전공자유학부에 입학하여 자신의 진로에 대해 1년 동안 고민한 후 디지털 미디어학과를 선택해서 원하는 공부를 했다. 2020년에 갑자기 코로나 팬데믹이 오면서 대학도 비대면 수업이 이루어졌다. 이 1년 동안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던 것 같다. 2021년에는 대학을 휴학하고 자신이 원하는 실내디자인 공부를 해보겠다고 했다. 실내디자인 공부를 너무 하고 싶고, 학원비는 그동안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이 있으니 허락해달라는 말에 나는 응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찾아내는 민감함과 소신껏 말할 수 있는 용기,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계획하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를 지속하면서 실내디자인을 공부하는 1년 동안 둘째는 참 열심히 했다. 아주 어려운 부분은 학원을 다니며 배웠지만 나머지는 혼자 공부하면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성공했다.

나는 둘째가 벤자민학교에서 싹틔운 역량을 키우며 삶의 진정한 가치를 찾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성장이 아니라, 자기 자신은 물론 주변까지 환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으로 계속 성장하면 좋겠다. 

글. 강명옥 경기 평촌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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