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뇌파코칭은 결국 ‘사람 중심’의 상담

인천북부교육지원청 Wee센터 공교육 최초 브레인융합상담으로 학생 상담 효과 보여

브레인 95호
2022년 10월 18일 (화)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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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북부교육지원청 Wee센터


인천북부교육지원청 Wee센터는 전국 교육청 단위 최초로 뇌과학과 인지과학 기반 상담 프로그램인 ‘브레인융합상담실’을 올해 초부터 운영하고 있다. 뇌파 측정으로 두뇌기능 검사와 두뇌활용능력 검사를 상담에 적용하면서 학생 상담 효과가 높아졌다.

입시 위주의 교육과 과열된 학업 경쟁은 우리나라 교육의 오랜 문제로 꼽혀왔다. 학습 중심의 교육은 생활지도와의 균형을 깨뜨림으로써 청소년기 학생들의 성장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온라인 수업, 대외 활동 감소 등으로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이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2022년 2월 초·중·고교생 총 34만 1,412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조사 학생 중 27퍼센트가 우울함을 느낀다고 답했고, 26.3퍼센트가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이렇게 위기상황에 놓인 학생들을 지원하고자 교육부는 지난 2008년부터 학교안전 통합시스템인 Wee프로젝트를 구축했다.

Wee프로젝트 사업은 1차 안전망으로 단위학교에 Wee클래스 구축, 2차 안전망으로 지역교육지원청에 Wee센터 구축, 3차 안전망으로 시·도교육청에 Wee스쿨을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Wee클래스는 1차 안전망으로서 학교 내에 상담교사가 상주하며 학생의 어려움을 조기에 발견하고,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예방교육과 학생들이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초점을 둔다. 하지만 문제행동이 심해 Wee클래스 차원에서 선도·치유하기 어려운 경우 지역교육지원청 차원의 2차 안전망인 Wee센터에 의뢰를 하게 된다.

Wee센터에서는 전문 상담교사, 전문 상담사,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가 상주하며 이들의 전문성을 활용해 맞춤형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학교와 지역사회 네트워킹을 통해 진단-상담-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 인천북부교육지원청 상담교사 이서하, 김미효, 김태승
 

뇌 공부를 통해 비로소 아이들을 이해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천북부교육지원청 Wee센터 역시 여타 다른 교육청 산하의 센터와 다를 바가 없었다. 상담교사 9명, 임상심리사 1명이 인천북부교육청 관내 초•중학교 63개 학교를 전담하여 상담 및 예방교육을 해왔다. 

학교에서 15년 동안 과학을 가르친 김태승 교사는 2020년에 인천북부교육지원청 Wee센터 상담교사로 발령 받았다. Wee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한 후 다양한 상담기법을 공부했지만 기존 상담에서 답답함을 느꼈다.

Wee센터에 오는 아이는 보통 10회기 상담을 진행하는데, 상담의 효과 여부를 확신할 수 없었다. 10회 상담 후 웃으면서 헤어지면 ‘아, 상담이 잘됐구나’라는 식의 주관적 평가에도 한계를 느꼈다.

상담을 통해 많이 좋아졌던 학생도 기존 환경으로 돌아가면 문제행동이 재발하기도 해 책임감과 더불어 심리적 부담감이 컸다. 
김 교사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을 찾던 중 인지과학과 뇌과학을 만나면서 머리가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인간 뇌의 구조와 기능을 공부하면서 아이들이 왜 충동적으로 행동하는지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려면 뇌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 김 교사는 12명의 Wee센터 교사들과 동아리를 만들어 매주 뇌과학 관련 서적과 논문을 읽으며 공부 모임을 시작했다. 

“뇌를 공부하면서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뇌가 한창 성장하는 시기의 청소년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아이들의 상태를 알지 못했다는 것이 교사로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미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지만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살리자는 마음으로 어려운 신경과학을 공부하다 보니 어느새 뇌과학 관련 책만으로도 책장 하나가 가득 찼다. 그리고 올해 3월부터 시범 운영을 거쳐 5월 전국 교육청 단위 최초로 ‘브레인융합상담실’을 열었다. 

“어떻게 보면 Wee센터는 공교육의 마지노선이예요. 학교에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힘든 아이들이 여기로 옵니다. 여기서 아이의 문제를 최대한 해결할 수 있도록 교사가 정말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선생님들의 뇌과학 서적에는 포스트잇과 메모로 빼곡하게 뒤덮여 있다.


뇌파 검사를 활용한 상담의 이점들

Wee센터가 처음 생긴 당시에는 학교폭력 문제 사례가 가장 많았지만, 현재는 훨씬 다양한 문제로 학생들이 센터를 찾는다. ADHD, 우울, 무기력, 사회성 부족, 학교생활 부적응, 무엇보다 자살 문제가 크게 증가했다. 

우선 학교에 상담교사가 없거나 혹은 학교에서 해결하기 어려울 때 학생을 Wee센터로 의뢰한다. 센터에서는 학교에서 보낸 아이의 사례를 보고 어느 상담교사와 잘 맞을지 회의를 통해 정한다. 기본 10회기 상담을 진행하지만, 1년 가까이 상담을 하는 학생도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은 새로운 상담 프로그램 도입을 더 절실하게 만들었다. 코로나 이후 센터로 의뢰하는 상담 학생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직장에서 퇴근한 이후 상담이 가능하기에 낮에는 학생 상담과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밤에는 학부모 상담을 하게 되면서 상담교사들의 근무 시간도 늘어났다.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다고 했을 때 이미 기존 업무도 많은데 일이 더 느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김태승 교사는 브레인융합상담실을 연 이후 한 사람의 상담교사가 담당할 수 있는 학생 수가 오히려 증가했다고 말한다. 그만큼 상담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서다. 
 

▲ 브레인융합상담실에서 뇌파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학생

뇌파 검사를 활용한 브레인융합상담은 인천북부교육지원청 Wee센터의 다양한 상담 프로그램 중 하나다. 미술, 사진 놀이 치료 및 개인·가족 상담 등의 여러 프로그램 중 우선 학생이 브레인융합상담을 원할 때 뇌기능 검사와 뉴로피드백 훈련을 통해 학습 부진, 집중력 저하, 정서 부적응 등의 문제를 다룬다.

“브레인융합상담의 장점은 뇌파검사를 통해 아이의 성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예전의 대면 상담에 비해 시간 효율이 매우 크고, 부모하고도 아이의 데이터를 가지고 상담할 수 있어서 훨씬 효과가 큽니다.”


내 문제가 내 뇌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인식이 변화의 출발점 

브레인융합상담실 개소 후 지금까지 학부모와 교사를 제외한 학생 31명이 검사를 받았고, 20명이 주 2회 상담 및 뇌파훈련을 받고 있다.

처음 시도하는 것이기에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지만, 우려와 달리 매회 상담할 때마다 학생들의 뇌파 상태가 달라지고 학생 스스로 자신의 변화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인 한 초등학생은 산수 문제 푸는 시간이 예전보다 줄었다며 집중력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은 미술 시간에 그림을 그리지 못할 정도로 집중력 부족과 문제행동을 보였다.

크레파스를 집어던지고 친구의 스케치북 찢고 교실을 계속 돌아다니던 아이가 센터에서 뉴로피드백 훈련과 브레인 상담을 받은 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센터로 전화해 아이가 자리에 가만히 앉아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려 반 아이들 모두 놀라워했다고 한다. 
 

책상 앞에 앉으면 거울 보고 머리를 만지며 공부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던 한 중학생은 이제 책상 앞에 앉으면 바로 공부를 시작할 수 있을 만큼 집중력이 향상됐다. 

“어떤 아이는 담임선생님이 자기만 혼낸다고 억울해 했어요. 분노에 가득 차 선생님에게 욕을 하고 폭력을 휘두르던 아이였는데 브레인융합상담을 한 이후, 어느 날 선생님이 다른 아이를 야단치는 모습을 보고 자기만 혼나는 게 아니었다는 게 보이더래요. 자기 생각만 하다가 시야가 주변으로 확장된 것이죠.”

 

▲ 브레인융합상담은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기기를 이용해 뇌파훈련을 한다.


김태승 교사는 얼마 전 학생정성행동특성검사(정행검사)를 위해 관내 과학 고등학교를 방문했다. 정행검사는 학교에서 학생의 위기 정도를 파악하고자 매년 초등 1•4학년, 중 1학년, 고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과학고
에 근무하는 상담교사가 겪는 어려움은 학생들이 상담을 거부하는 것이었다. 

담임교사나 상담교사가 볼 때는 학업 스트레스로 긴장도가 높고 강박 행동도 있어 학생에게 상담을 권유하면 “나는 문제가 없다. 상담할 필요 없다”며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런 학생들도 뇌파 검사에는 관심을 보이며, 검사 데이터를 가지고 상담을 하면 자신의 상태를 좀 더 잘 받아들였다. 

“브레인융합상담의 가장 큰 장점은 학생이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는 겁니다. 그동안 내가 잘못됐고 나한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기 뇌의 특성을 파악하고 상담을 진행하면 ‘뇌의 이 부분이 문제여서 그랬구나. 여기를 보완하면 되겠다’라며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뇌과학 기반 상담은 결국 ‘사람 중심’의 상담

브레인융합상담실의 성공적인 첫걸음 이후 Wee센터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Wee센터와 관내 학교 사이에 뉴로브레인 서버를 구축해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Wee센터에서 뇌파 검사 및 해석 상담을 하고, 학교 내 상담교사가 뇌기능 향상 훈련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Wee센터에 매번 올 필요 없이 학교에서도 상담 수행이 가능하고, 서버를 통해 학생의 상태를 실
시간으로 확인 가능해 피드백이 수월해진다.

인천북부교육지원청 김미효 상담교사는 30년 이상 공교육 현장에 있으면서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 상담교사와 담임교사 대상 뇌기반 교육에 대해 매월 교육과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뇌과학 기반의 상담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학교 관리자와 담임교사의 이해가 필요하기에 이들을 대상으로 연수도 매월 진행할 예정이다.

“뇌과학 기반 상담에 대해 기계에게 상담 주도권을 주는 것이냐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뇌과학 기반 상담은 자신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해 사람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관계 중심의 상담이라고 생각합니다. 뇌파 측정을 매개로 활용하는 뇌과학 기반 상담은 결국 ‘사람 중심’의 상담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글. 전은애 기자 ㅣ 사진.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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