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힐스 영화 리뷰] 통증은 내가 아니라 내 것이다

[러브힐스 영화 리뷰] 통증은 내가 아니라 내 것이다

LOVE HEALS 보면서

▲ 영화 러브힐스 포스터

혹자는 말한다. “우리의 삶은 고통이다”라고.

고대 인도의 소왕국 카필라의 왕자 고타마 싯타르타가 인간의 삶이 생노병사(生老病死)의 고통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인식하고 출가를 했듯이, 우리의 삶 자체가 ‘고(苦)’이라는 것을 자각(self-awareness)하는 순간, 깨달음은 시작된다.

자신의 삶이 ‘고’ 즉 ‘괴로움’ 그 자체임을 자각하고 깨달음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괴로움(distress)과 통증(pain)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신경생물학적 관점에서, 통증은 인간에 꼭 필요한 것이다. 통증은 우리가 잠재적인 위험 상황으로부터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손상된 신체 부위가 회복될 때까지 몸을 보호하고,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회피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통증은 많은 의학적 상태에서 나타나는 주된 증상으로 인간이 삶을 영위하고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데 중요한 적응적 기능을 한다.

반면 원인이 해결되어 사라져야 할 통증이 지속되고 만성화된다면 생리적ㆍ심리적ㆍ사회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통증의 적응적 기능으로부터 멀어질 수 없다. 다시 말해 삶과 통증은 육신을 버릴 때까지 함께 한다.

그렇다면 괴로움은 무엇인가. 어느 저명한 심리학자는 괴로움과 통증의 관계를 수식적으로 표현했다. ‘D(istress) = P(ain) × R(esistance), 통증에 저항을 곱한 것이 괴로움이다’ 만약 심각한 통증이 있더라도 저항이 없으면, 비록 통증은 있을지언정 삶의 괴로움은 없는 것이다.

통증은 생리적인 것이지만 괴로움은 심리적인 것이다. 그래서 심리치료에서는 통증을 직접 다루기보다 저항을 다루면서 심리적 괴로움을 줄여주는 것에 목적을 둔다. 따라서 통증을 다루는 의사의 몫과 괴로움을 다루는 심리치료사의 몫은 서로 다르다. 

우리가 통증을 대하는 자신의 저항을 다룰 수 있을 때, ‘통증은 내가 아니라 내 것이다’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통증에 저항하면 할수록 삶의 괴로움은 커진다. 통증, 그 자체는 나 자신이 아니라 생리적ㆍ적응적 현상으로, 몸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다.

통증과 저항을 자각하고 통증을 포함한 자기 몸을 온전히 느끼고 저항이 아닌 사랑으로 대할 때, 심리치료는 시작이 된다. ‘그렇다. 사랑이 치유하는 것이다!’ 이 메시지가 ‘LOVE HEAL’ 장면 곳곳에서 드러난다. 상담이나 심리치료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LOVE HEAL’을 추천한다. 
 

글. 이승호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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