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혁의 뇌교육가이드 11편] 등산에 담긴 명상의 원리

[장래혁의 뇌교육가이드 11편] 등산에 담긴 명상의 원리

장래혁의 뇌교육가이드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이 놀라는 것 중에 하나가 도심 근교에 산이 없는 곳이 없다는 것, 그리고 그토록 많은 산마다 사람들로 붐빈다는 것이라고 한다. 국토의 70%가 산이 차지하는 나라, 생활 속에서 명상의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원리가 바로 한국인들이 가장 즐겨하는 취미인 등산 속에 있다면 어떨까?

먼저 산을 오를 때를 생각해보자. 대부분 경사가 있는 길을 걷는 만큼 몸의 중심이 앞으로 살짝 숙여지면서 자연스럽게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울퉁불퉁한 산길을 제대로 걷기 위해서는 뇌를 가진 척수동물의 핵심기능이라는 균형감각을 지속적으로 발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땅을 내딛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신체감각정보가 척수를 통해 뇌에 입력되고, 운동출력이 다시 몸으로 나가는 정보처리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뇌와 신체 상호간의 정보전달은 인체 순환시스템의 활성화를 가져오며, 경사진 곳을 오르는 시간은 평소 밖으로 향했던 의식의 방향을 몸으로 향하게 된다.

산길을 오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과 감정의 출렁거림이 줄어드는 느낌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체의 이완, 생각과 감정의 감소, 바로 명상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뇌의 준비모드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셈이다.

뇌 상태의 증진 효과를 주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사람은 보통 가청주파수라고 하는 20~2만 헤르츠를 들을 수 있는데, 특정 대역의 자극적인 소리를 지속적으로 듣게 되면 심리적으로도 편향적인 상태가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도심에서 들리는 소리 대부분이 편향적이고 자극적인 것이 많아, 특정 대역을 자극하는 소리가 아닌 전체 대역에 폭넓게 걸쳐 있는 이른바 백색사운드를 많이 듣는 것이 좋은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자연의 소리다.

이런 소리는 자주 들을수록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바닷가에서 들리는 파도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잠이 잘 오는 것도, 산을 오르며 들리는 산새소리와 계곡 물소리들이 기분을 좋게 하는 편안함을 주는 이유이다.  

그래서 산을 오를 때는 외부로 나가는 의식을 멈추고, 자기 내면을 바라보면서 걷는 것이 좋다. 가능한 지나친 수다는 금물이다. 도심 속에서 잘 가져보지 못하는 자신과의 대화를 갖기에 좋은 환경이 뇌에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어느덧 정상에 이르러 탁 트인 자연을 바라보면 성취감감의 감정이 일어나고 때론 담대함, 평화로움의 감정도 생겨난다. 이때는 주변 어디 조용한 자리에 앉아 단 5분이라도 조용히 눈을 감아 보는 것이 좋다. 뇌는 이미 명상 상태로의 진입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산을 올라오는 동안 신체근육 곳곳이 자극되고 이완되면서 몸이 편안해지고, 생각이 점차 없어지면서 뇌파가 떨어지는 이른바 ‘이완된 집중상태’의 초기모드로 접어든 상태이다. 명상을 평소에 배우지 않았더라도 뇌가 그렇게 반응하도록 변화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눈을 감고 조용히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명상의 효과를 맛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뇌의 의식 상태를 조절하고 활용할 수 있는 원리가 바로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등산을 하는 과정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뇌파는 결국 나의 몸과 뇌가 만들어내는 활동이며, 그 움직임과 의식 상태도 결국 내가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구에서 주목받고 있는 동양 정신문화의 정수라는 명상은 자신과의 대화라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이 들 때가지 스크린으로 정보를 받는 세상, 항상 외부로 향하는 의식을 잠시 거두고 주말에 산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글. 장래혁
누구나가 가진 인간 뇌의 올바른 활용과 계발을 통한 사회적 가치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뇌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역임하였고, 현재 뇌교육특성화 대학인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융합학과 전임교수로 있다. 유엔공보국 NGO 국제뇌교육협회 사무국장, 2006년 창간된 국내 유일 뇌잡지 <브레인> 편집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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