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혁의 뇌교육가이드 10편] 21세기 브레인스포츠 시대

[장래혁의 뇌교육가이드 10편] 21세기 브레인스포츠 시대

장래혁의 뇌교육가이드

▲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 주목을 받은 화랑찬가 공연(= 겟브라이트예술단)

20세기 스포츠의 상징은 ‘심장’이었다. 이집트인들이 미라를 만들 때 심장만을 보관했다는 그 옛날부터 인류는 오랜 기간 심장을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라 여겼다. 20세기 스포츠도 신체능력을 극대화 하고, 경쟁을 통한 승리의 상징에 ‘활화산 같은 심장’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하지만 21세기의 스포츠는 ‘뇌’를 빼고 얘기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뇌가 인간의 생명 중추기능을 비롯해 감정과 공감, 집중과 몰입, 습관과 중독, 통찰과 영감 등 바로 마음기제의 총사령탑인 동시에 몸과 연결돼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최근 전통의 씨름 경기가 유튜브에서 ‘모래판의 아이돌’로 이슈가 되더니, 예능프로그램까지 제작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거친 힘과 역동성과 더불어 전술전략이 넘쳐나는 경기를 보며, 운동을 잘 하는 것도 머리가 좋고 뇌를 잘 써야 한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인간 뇌의 마음기제는 상호작용으로 발달한다. 두개골 안에 갇힌 뇌 입장에서 보면 태어나서 일정 기간 동안 가장 많은 신호를 주고받는 대상은 바로 ‘인체’이다. 뇌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바깥에서 오는 정보를 알아차리는 것인데, 그 바깥의 대표적인 것이 ‘몸’이기 때문이다. 즉, 몸에 변화를 주면 뇌가 깨어나는 것이다.

동물은 태어나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도 걷고 뛰고 스스로 먹이를 찾아다닐 만큼 성장하지만,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가능해진다. 동물은 부모 뇌기능의 대부분을 갖고 태어나지만, 인간은 태어나서 환경에 의해 뇌와 신체가 상호작용을 통해 발달하는 특징을 갖는다.

태어나서 300~400g에 불과한 두개골 속 자그마한 뇌가 자신의 몸과의 소통을 통해 신체에 대한 조절력을 키우는 것이 첫 번째요, 그 다음 감정기제의 발달과 조절이 두 번째, 마지막이 인지학습의 단계이다. 결국 자신의 몸을 먼저 조절하고 나서 몸 바깥의 대상과 상호작용을 하는 순서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인간은 열심히 스스로 기어야 비로소 설 수 있고, 서야 걸을 수 있으며, 걸어야 뛰어다닐 수 있다. 제대로 기어 다니지 않고 설 수는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해당 인체와 연관된 뇌신경망의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뇌의 올바른 작동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움직임’은 뇌를 변화시키는 핵심기제이다. ‘움직임(motion)’이 동물(動物)과 식물(植物)을 구분 짓는 기준임을 상기하자. 하버드대 존 레이티 교수는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라는 말보다, 이제는 ‘몸을 쓰지 않으면 머리가 고생한다’라는 표현이 더 타당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래 세대를 기르는 교육 현장을 보면 거리가 멀게만 느껴진다. ‘흙을 밟지 않는 아이들’. 스크린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디지털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미래 세대에게 스포츠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45일간 90만명이 방문하며 막을 내린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 화제가 된 겟브라이트예술단의 화랑찬가 공연은 기공, 퍼포먼스, 춤, 노래가 하나로 어우러지며 일반적인 형形을 가진 움직임이 아닌,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물이 흐르듯 부드러운 가운데 웅혼함을 자아내며 감탄을 자아내며 주목을 받았다.

뇌를 발달시키는 첫 번째가 ‘움직임’이라면 두 번째는 ‘마음’이다. 태어난 이후 이토록 많은 뇌의 변화를 가져오는 존재는 없으며, 집중과 몰입,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상상, ‘나는 누구인가’로 대표되는 내면탐색 또한 인간 뇌의 특별함이다.

눈에 보이는 피지컬(Physical)과 보이지 않는 멘탈(Mental)의 만남. 건강의 핵심 키워드가 심장에서 뇌로 옮겨왔듯이, 마음기제의 총사령탑 뇌가 21세기 스포츠의 인식도 바꿀 것이다. 심신쌍수(心身雙修), 몸과 마음을 함께 단련했던 선조들의 지혜를 되돌아 볼 시점이다. 바야흐로 21세기 브레인스포츠 시대의 도래이다.

글. 장래혁
누구나가 가진 인간 뇌의 올바른 활용과 계발을 통한 사회적 가치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뇌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역임하였고, 현재 뇌교육특성화 대학인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융합학과 전임교수로 있다. 유엔공보국 NGO 국제뇌교육협회 사무국장, 2006년 창간된 국내 유일 뇌잡지 <브레인> 편집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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