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정의 뇌활용연구실 9편] 우리 뇌 속 ‘미엘린’과 명상

[양현정의 뇌활용연구실 9편] 우리 뇌 속 ‘미엘린’과 명상

발가락을 움직이고자 생각한 후 발가락이 움직이는 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특별한 케이스가 아닌 이상, 거의 생각하자마자 금방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을 하는 뇌는 우리의 두개골 안에 들어있고 발가락은 머리에서 가장 먼 위치에 있지만 거의 생각함과 동시에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움직일 수 있다. 우리 몸이 30~40조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 거대한 복합체임을 고려할 때 어떻게 생각한대로 저 멀리 있는 발가락을 금방 움직일 수 있는 지 생각하면 그 정보전달의 효율성에 감탄하게 된다.

▲ 우리 몸과 뇌 사이의 정보전달을 효율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미엘린(수초, 오른쪽 아래 빨간 동그라미 안)<사진=Wikimedia Commons 무료이미지>

이 정보전달을 효율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대표적인 우리 몸의 구조 중 하나가 미엘린 (Myelin, 수초)이다. 미엘린은 신경세포의 축색을 둘러싸는 지질막 구조로, 전기적으로 절연층을 형성함으로써 신경전달이 빠르게 되도록 돕는다. 미엘린으로 둘러싸인 축색의 단면을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마치 미엘린이 도넛 모양으로 보인다. 척수, 뇌량 등 해부학적으로 백색으로 보이는 부위를 백색질이라고 하는데, 이 부위들의 단면에서는 이러한 도넛 모양의 미엘린이 많이 관찰된다.

이러한 미엘린은 학습, 사회성, 신경질환 등과의 연관성이 보고되어져 인간의 정신활동, 정신 건강에 광범위한 관련성이 시사되어져 왔다.

오레곤 대학, 텍사스 테크 대학 등의 공동연구에 의하면 명상에 의해 백색질이 변화한다고 한다 (Tang et al., 2012). 이들은 4주간 명상훈련을 수행한 그룹과 휴식을 취하는 컨트롤 훈련을 수행한 그룹을 비교하였다.

단기간 명상훈련에서도 자기조절과 관련된 뇌 백색질 변화

재미있게도, 자기조절에 관여하는 뇌 네트워크의 한 부분인 전방대상피질 부위에서 백색질의 변화가 관찰되었다. 구체적으로, fractional anisotropy (FA) 측정에 의해 백색질 효율성에서의 변화가 관찰되었으며, 다른 측정방법인 radial diffusivity (RD) 와 axial diffusivity (AD)에 의해 미엘린 향상과 축색 밀도의 변화가 관찰되었다. 같은 연구에서 2주간의 명상훈련은 RD, FA 의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지만, AD의 변화와 기분의 향상이 관찰되었다.

이 연구는 단기간의 명상훈련에서도 자기조절에 관여하는 뇌의 네트워크의 한 부분인 전방대상피질에서, 백색질의 역동적 패턴이 일어남을 발견하였으며, 이는 명상훈련이 정신질환을 개선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저자들은 해석하였다.

장기간 명상 훈련을 지속하면 백색질에서의 변화는 어떻게 될까?

서울대 의대와 한국뇌과학연구원 등의 공동연구에 의하면 장기간 명상훈련에서 백색질은 뚜렷한 변화를 보인다 (Kang et al., 2013). 이들은 3년 5개월간 명상훈련을 지속한 그룹과 명상의 경험이 없는 컨트롤그룹의 백색질을 fractional anisotropy (FA)에 의해 측정하였다. 그 결과, 내측전전두엽 등에서 백색질의 현저한 증가가 관찰되어졌다. 내측전전두엽은 특히 정서조절과 관련이 있음이 알려져 있어, 장기간의 명상훈련이 정서조절 능력을 향상시켰음이 시사되어진다.

명상에 의한 뇌의 변화, 백색질의 변화 그리고 그에 따른 우리 삶의 변화에 대한 연구가 점차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그 응용이 기대된다. 명상을 통한 뇌의 활용이 우리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유용한 도구가 되기를 희망한다. 

글.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뇌교육학과/융합생명과학과 양현정 교수

<참조>Tang et al., “Mechanisms of white matter changes induced by meditation”. PNAS (2012) 109, 26, 10570-10574.

Kang et al., “The effect of meditation on brain structure: cortical thicckness mapping and diffusion tensor imaging”, SCAN (2013) 8, 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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