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행복’을 꿈꾸는 돈 벌어오는 기계와 잔소리꾼, 그리고 투자의 대상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월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8일은 어버이날, 11일은 입양의 날이다. 15일은 스승의 날로 잘 알려졌으나 이날은 가정의 날이기도 하다. 거기에 18일은 성년의 날이고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1일부터 31일까지 사이에 무려 6일이 가족과 관련된 날이다. 어느 하루 빠짐없이 부모자식이 한데 모이기 딱 좋은 5월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2012년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수도권 부모 800명, 자녀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주일에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밥을 먹는 횟수가 5.3회에 불과했다. 일주일 내내 아예 한 끼도 같이 먹지 않는다는 가족이 4%나 됐다. 41%의 가족은 식사를 위해 한자리에 모이더라도 “공통의 주제가 없어 대화를 이어갈 수 없다”고 답했다. 밥을 같이 먹는 사이가 ‘식구(食口)’인데, 언젠가부터 우리는 가족끼리 같이 밥을 먹지도 않고, 밥상을 놓고 마주 앉아도 공통 주제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서로를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가족 간의 소통 문제는 가족 관계의 단절로 이어진다. 아이는 아빠를 ‘돈 벌어오는 기계’, 엄마를 ‘잔소리꾼’으로 인식한다. 제대로 이야기조차 하기 힘든 아이 앞에서 아빠는 집 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잃어가고, 엄마는 삶의 회의를 느낀다. 과거에는 아이가 부모의 정서적, 혈연적 유대감을 증폭시키는 존재였다면 2000년 이후로 부모에게 아이는 교육을 통한 투자의 대상이 되었다. 도시 근로자의 월평균 소비지출의 구성비에서 ‘자녀 교육비’의 비중이 최대 지출 항목이라는 2009년 통계청의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3일 충남 천안 국학원 본원에서는 특별한 캠프가 열렸다. 행복가정인성교육원이 주최한 행복가정캠프였다.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로 이뤄진 이 날 캠프에는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19가족이 참가했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넘게 같이 살아온 부모와 자녀가 함께했지만 캠프에서 가장 많이 한 것은 ‘서로 알아가기’였다. 엄마가 학창시절 어떤 과목을 좋아했는지, 아들과 가장 친한 친구의 이름은 무엇인지, 아빠가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하는지, 딸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뭘 하고 싶어 하는지. 별것 아닌 이런 질문도 서로 물어야 알 수 있을 만큼 모른 채 지내왔던 사실에 반성한다는 가족들이 많았다. 나아가 가슴 속에 담아둔 미안함을 편지지에 적어 서로 나누며 부모 자식을 떠나 서로가 서로에게 주었던 생채기를 얼싸안는 시간도 보냈다. 

아빠가 돈을 버는 것은 가족이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이고, 엄마가 잔소리하는 것 역시 가족이 더 행복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투자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아이가 더 행복한 미래를 갖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결국은 가족 모두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인데, 정작 현실에서는 서로 통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5월 가정의 달. 카네이션이나 어린이날 선물이 전부가 아니다. 어린이날 선물로 아이들이 받고 싶은 선물은 장난감이 아니라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지금 당장 우리 가족의 행복을 누구보다 바라고 있는 가족과 소통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천 냥 빚도 갚을 수 있는 것이 말이다. 서로 한 걸음 더 다가가는 5월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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