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 행복 지수 5년 연속 꼴찌, 이처럼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은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다. 누구나 다 걱정하지만 거기에 대한 대안은 속 시원하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대안학교인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의 설립은 교육계에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벤자민학교의 교육 과정은 딱 1년이다. 1년 동안 자기가 원하는 체험을 하면서 자신의 꿈을 찾고 사회에 공헌하는 활동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과학영재, 수학영재가 아닌 인성이 바른 인성영재가 되는 교육을 받는다. 우리나라 교육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김나옥 교장을 만나보았다. 과연 벤자민학교는 무엇이 다른가.

벤자민학교를 세우게 된 이유는?
벤자민학교는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이승헌 총장님의 제안으로 설립되었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은 오로지 경쟁과 대학 입시 위주의 교육이고 인성에 대한 가르침이 부족하다. 총장님은 인성을 기준으로 사회에 공헌하는 인성영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벤자민학교를 제안했다. 인성영재란 성공이나 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홍익’을 기준으로 삶을 살아가는 인재를 말한다. 과학영재, 수학영재보다 이 시대에 더 필요한 인재는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인성을 갖춘 인성영재다. 우리 사회에 이런 교육의 대안을 제시해서 청소년들의 잃어버린 행복을 되돌려주기 위해 벤자민학교를 설립하게 되었다.
벤자민학교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고, 다른 대안학교와의 차이점은?
벤자민학교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1년의 과정이다. 이 1년은 아이들의 인생이 바뀌는 1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교육의 방향은 뇌를 잘 활용해서 자신감을 키우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효과적인 뇌교육을 교육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한 가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1:1 관리라는 점이다. 공식적인 수업은 9번~10번 정도 있고, 나머지는 학생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짜서 그걸 달성해간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으로 점검하고 계속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관리를 해준다.
또 하나 중요한 차이점은 교사, 변호사, 의사, CEO, 예술인 등 전문가를 멘토로 한 멘토링 시스템이다. 아이 1명당 전문 멘토를 2명씩 배정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컨설팅도 해주고 진로에 대한 조언도 해주면서 굉장히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결코 다른 학교 아이들에게는 없는 인적 인프라가 벤자민학교 아이들에게 주어진다고 할 수 있다.
학교가 세워지고 나서 그동안 아이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나?
우리나라 학생 대부분은 자신이 진짜 원해서 공부하기보다 시켜서 하는 경우가 많다. 내 꿈이 뭔지, 하고 싶은 게 뭔지 그걸 생각해볼 시간도 없다. 그런데 벤자민학교에 와서는 자신이 원하던 걸 마음껏 해볼 수 있어서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전에는 자기밖에 몰랐는데 부모님을 시작으로 다른 사람을 존중하려는 마음이 많이 생겼다. 또 다른 공통적인 변화는 어떤 일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계획하는 데 있어 ‘기준’이라는 게 생겼다. 이전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거, 하고 싶은 거에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지금은 나와 다른 사람, 우리 사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어떤 것일까를 생각하고 고민한다. 홍익을 기준으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 크게 다른 점이다.
벤자민학교 학생들이 직업 체험(아르바이트)을 한다고 들었다.
특별히 직업 체험을 하도록 하는 이유는?
자립심을 기르기 위해서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간 거의 같은 생활 패턴을 반복한다. 자기 스스로 선택하고 움직여서 몸으로 체득하는 기회가 거의 없다. 그런데 아르바이트를 하면 잘하면 칭찬받고, 잘못했을 때는 질책도 받고 폐도 끼치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움직이게 된다. 무엇보다도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과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자기가 일한 것에 대한 대가를 받으면 부모님께서 주신 용돈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도 알게 된다. 그때 정말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 우러나온다.
학생들이 1년간 진행하는 벤자민 프로젝트란 무엇인가?
벤자민 프로젝트는 자신이 원하는 한 가지 프로젝트를 선정해서 1년 후 발표하도록 하는 것이다. 프로젝트 주제는 학생마다 아주 다양하다. 국토를 일주하겠다는 학생도 있고, 어르신들이 컴퓨터를 쉽게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공연을 해보겠다, 우리 역사가 제대로 알려질 수 있도록 바른 역사를 알리는 책을 쓰겠다는 학생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문제 해결 능력이다.
문제 해결 능력은 어떤 문제가 주어지더라도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힘이다. 이 역시 중요한 기준은 프로젝트를 함으로써 나와 주변 사람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가이다. 벤자민 프로젝트는 누군가를 찾아가서 질문도 해야 하고, 조사도 해야 하며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사람들과 교류하고 도움을 얻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마지막에 발표할 때 문제 해결 능력뿐만 아니라 큰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
학생 중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사례는?
아이마다 성장 스토리가 있는데 그중 박수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학생이 김성윤 학생이다. 처음 들어왔을 때 너무 자신감이 부족해서 앞에 나와서 발표하는 걸 거의 못했다. 그런데 뇌교육을 하고 한 달간 직업 체험 활동을 하면서 부쩍 성장해서 4개월 만에 혼자서 제주도 한라산 여행을 다녀왔다. 벤자민학교에 들어오기 전에는 편의점에 가서 김밥 하나 사는 것도 힘들어했다. 하지만 지금은 굉장히 자신감이 커지고 의젓하게 발표할 수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 학생이 학교를 계속 다녔더라면 어땠을까. 벤자민학교에 왔기 때문에 아이 안에 숨어 있던 잠재력이 발휘된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혼자 알아서 공부하는 게 실제로 가능한가?
아이에게 혼자서 다 알아서 하라고 하면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벤자민학교는 부모님과 선생님, 중앙 교육진과 전문 멘토가 함께 아이를 지켜보면서 방향을 제시하고 멘토링을 해주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는 아이보다 앞서 미리 목표를 정하고 끌고 가는 반면, 벤자민학교는 아이가 스스로 목표를 정해서 실천하도록 한다. 그리고 목표만큼 잘해내지 못했을 때는 애정과 신뢰를 갖고 의논하고 점검하며 관리해준다. 아이가 직업 체험을 하면 아르바이트 가게 사장님도 아이의 멘토가 된다. 그래서 ‘온 마을이 같이 아이를 키운다’라는 말이 그대로 적용된다. 27명의 학생들이 중간에 고비가 있지만 잘 진행해가고 있다.
아이를 지켜보는 학부모들의 반응은?
아이의 생활 패턴이 크게 바뀌면서 안정적으로 아르바이트도 하고 계획성 있는 활동을 하기 전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다. 그때 초조하고 힘들어 하는 부모도 있다. 첫 달에는 다들 걱정하셨지만, 서너 달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에 다들 놀라워한다. “아이가 스스로 할 때까지 기다려주니까 아이의 진짜 힘이 나오더라” 이런 말씀을 하신다. 그리고 자기밖에 몰랐는데 부모나 형제를 생각하고 가족을 배려하는 아이가 된 것에 기뻐하신다. 아이가 진짜 무뚝뚝하고 말도 안 했는데 이제는 너무 많이 얘기하고 바빠서 다 못 들어주는 게 미안하다는 부모도 있다. 벤자민학교에서는 부모 교육을 따로 실시하며 교육 과정, 학생의 변화,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부모의 역할에 관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다.
벤자민학교는 지금의 교육 현실에서 볼 때 획기적이다.
벤자민학교가 대한민국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를 바라는가?
사실 이게 전혀 없던 제도는 아니고 서구 선진국의 경우에 한 해 동안 특별 학년제를 만들어서 시행한 긍정적인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벤치 마킹해서 자유학기제라는 제도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교육 환경에서 볼 때 큰 변화를 가져오기란 쉽지 않다. 적어도 1년 정도 아이들을 경쟁이나 시험에서 자유롭게 놓아주면서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벤자민학교는 모든 학생이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는 교육을 통해 아주 행복한 시간을 체험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님과 선생님들도 많이 힘들어한다. 아이들은 경쟁과 입시 때문에 힘들고, 부모는 아이가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 때문에 힘들고, 선생님들은 아이와 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에 힘들어 한다. 결국 대한민국의 교육을 변화시킬 수 있는 본질적인 해답이 바로 벤자민인성영재학교라고 생각한다. 벤자민학교는 학생, 학부모, 교사가 모두 행복해지는 대한민국 교육의 꿈이자 희망이다.
정리·김보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