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류국을 선포한다! 나는 비류왕이다. 비류국의 국도는 부하가 될 것이다.”
노숙자 비류가 소리 높이 외쳤다. 사람들은 어리둥절해 하였다. 그들은 학교에 다닐 때 비류국에 대하여 배운 것이 없었다. 그러니 이곳에 비류국있었다는 것을 알 리 없었다. 부하는 한강과 소래를 잇되 부천을 지나가도록 설계된 강이었다.
“축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영계인 대통령이 말했다. 다음에 하백녀를 옹위하는 행렬이 나타났다. 하백녀는 마애상 그대로였다. 신녀들이 그를 둘러싸고 향합을 들고 있었다. 그의 뒤에 감응신령이 따라가고 있었다. 구경꾼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일단의 관광객들이었다. 관광객들은 이들 행렬을 촬영하고 있었다. 행렬 안에 나도 있었다.
“소래 포구로 회를 먹으러 갑시다. 오늘은 역사박물관이 횟집으로 개조되어 있을 것입니다.”
내가 머리가 돌아버린 사람처럼 외치고 있었다. 영계인 한 사람이 영계인 대통령 곁으로 와 보고하였다.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무엇이 준비가 되었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내가 대통령에게 보여드릴 것이 있소. 자리를 옮깁시다.”
영계인 대통령이 창을 떠났다. 그는 대통령을 다른 방으로 안내하였다. 나도 함께 갔다.
“영화를 1편 보게 될 것입니다. 현실인지 영화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영계인 대통령이 말하였다. 곧 영화가 상영되었다. 내가 보기에 아주 낯익은 곳이 나타났다. 그곳에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여우고개 길로 물이 넘쳐 작은 강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관음사가 그보다 높은 위치에 있어서 관음사가 침수될 위협은 없어 보였다. 길가에 선 집들이 떠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와우고개 길도 사정은 여우고개 길과 다르지 않았다. 카메라가 부천시를 보여주기 시작하였다. 경인구도로가 강이 되어 인천 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빌딩들은 1층의 1/3이 물에 잠겼고, 단층집들은 허물어지기 시작하였다.
“거리검,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지 그대가 설명해 보게.”
영계인 대통령이 내게 말하였다. 나는 소 울음소리가 어디에선가 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우명성이다! 격암 선생은 소 울음소리가 둘리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지금이 그때가 아닌가 싶었다.
“번개가 치면 하늘의 생명나무와 땅의 생명나무가 접목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만삭이 된 여인이 관음사 앞에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나는 말도 되지 않는 말을 하고 있었다.
“길이 다 끊겼는데 임산부가 어떻게 오지요?”
대통령이 물었다.
“비상대기조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내가 말하였다.
“그들을 믿을 수 있을까?”
대통령이 걱정하였다.
“안전도 최고 수준에 와 있는 래이 Society를 출동시킬 것입니다.”
래이 Society 회장이 대기하고 있다가 말하였다.
“거탑에서 비를 그치게 하면 될 것입니다.”
영계인 대통령이 말하였다. 곧 비가 멎었다. 도로의 물이 서서히 빠져나가다가 멈추었다. 도로가 드러났다. 도로는 떠내려 오다가 멈추어버린 크고 작은 돌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나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응신령님의 예언에 따르면 이제 곧 임산부가 나타나야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임산부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시간이 너무 오래 지체되는 것이 아닌가?”
영계인 대통령이 측근에게 물었다.
“이런 일이 없어야 하는데 사고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의전비서관이 대답하였다.
“확인해 봐.”
측근이 밖으로 나가더니 다시 들어와 보고하였다.
“우주여행 중이라 며칠 시간이 걸릴 것이라 합니다.”
“손님을 모셔놓고 우주여행이라니!”
영계인 대통령이 화를 내었다.
“행성국가들이 태클을 거는 것 같습니다. 지구에서 미래의 메시아가 태어나게 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의전비서관이 말하였다.”
“그런 것은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 아닌가!”
영계인 대통령이 화를 내었다.
“행성국 대통령들에게 방해지 말라고 전문을 보내겠습니다.”
의전비서관이 말하였다.
“이번에 태어날 사람이 누구지?”
“기록에 따르면 도부신인桃符神人입니다.”
“도부신인이라…….”
“감응신령께서 거리검을 찾고 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래이 Society 회장이 내게 말했다.
“거리검, 감응신령에게 가 보게.”
영계인 대통령이 내게 말하였다.
“저희 대통령을 모시고 가야 하겠습니다.”
“오찬계획이 있는데? 그대 혼자서 가지 그래.”
“저도 가 보았으면 합니다.”
“왜, 가고 ”
“그렇게 하고 싶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렇소?”
나는 대통령을 모시고 거탑의 1층으로 내려왔다. 경호차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대통령과 함께 탔다. 차가 출발하였다. 여우고개는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우리는 거탑을 뒤로 하고 소래를 벗어났다. 거탑은 스텔스 기능을 회복하고 우리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아마 한동안 거탑을 본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소문을 퍼트리게 될 것이다.
“거탑이 사라졌습니다.”
대통령이 말하였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거탑이 올라와 있지 않다면 사라졌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나는 상의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먼저 트위터를 열었다. 그러자 생중계를 하듯이 거탑이 올라와 있었다.
“보세요. 거탑이 올라와 있습니다.”
“그렇군요.”
“다음엔 페이스북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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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노중평 |
1985년 한국문인협회 ‘월간문학’에 단편소설 <정선아리랑>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천지신명>, <사라진 역사 1만년>, <마고의 세계> 등 30여 권을 저술했다. 국가로부터 옥조근정훈장, 근정포장, 대통령 표창장 등을 받았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원, 한민족단체연합 공동고문, 한민족원로회원으로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