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공항에 마중을 나갔다. 그의 방한으로 매스컴이 달아올랐다. 한국 가톨릭 성직자들의 인터뷰와 기고가 넘친다. 한 신부는 그를 종교계의 메시라고 표현했다. 월드컵 축구스타와 같다고 봤다. 출판계도 ‘교황 특수’를 누리고 있다. 방한에 맞춰 21종의 책이 7~8월에 나왔을 정도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가 들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가톨릭의 수장은 대한민국의 광복 69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오지 않았다. 한국이 아니라 아시아 신자들을 만나는 것이 1순위다. 15일 대전에서 아시아 각국에서 6천 명의 청년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곧 가톨릭의 미래인 셈이다. 지난 5년간 세계 가톨릭 신자 수에서 아시아는 11.4% 증가했다. 반면 유럽은 1.3% 증가에 그친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정은 첫날 한국주교단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서소문 성지 방문, 아시아 주교들과의 만남 등으로 진행된다. 철저하게 종교적임을 알 수 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세월호 유가족의 만남은 한국의 요청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물론 그의 방한은 호재다. 전 세계가 주목하기 때문이다. 한국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양의 종교 가톨릭이 한국에 어떻게 들어왔는가? 이것도 알아야 한다.
가톨릭이 한국에 첫발을 내딛고 유혈이 많았다. 이를 종교계에선 ‘순교(殉敎)’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황사영과 김대건 신부는 프랑스 군함이 조선 정부를 제압해달라고 탄원했다. 종교를 위해서 나라를 내놓으려고 한 것이다. 이들은 한국인 이전에 종교인이었다. 애국심(愛國心)보다 애종심(愛宗心)이 앞섰다고 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예수를 배반한 기독교(이형래)>에 나와 있으니 읽어보기 바란다.
아무튼 교황은 손님이다. 잘 다녀갈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주인 된 자리에 있어야 할 한국인이다. 손님에게 방을 빌려줄 수 있어도 집을 줄 수는 없는 법이다.
단재 신채호는 “석가가 들어오면 조선의 석가가 되지 않고 석가의 조선이 되며, 공자가 들어오면 조선의 공자가 되지 않고 공자의 조선이 된다(낭객의 신년만필)”라고 지적했다. 그러니 신도들은 가톨릭의 대한민국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가톨릭 신도로 서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단재의 지적처럼 주인이 아니라 노예가 되는 것이다.
글.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