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간의 뇌에 관한 누적된 과학적 탐구결과를 바탕으로 교육의 이론과 실천을 향상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커지고 있다. 뇌의 구조와 기능에 관한 과학적 지식은 인간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인간성이란 무엇이고, 그 발현을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탐색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교육활동을 더욱 교육활동답게 조직하기 위한 실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구체적으로 ‘뇌에 기반을 둔 교수(Brain-Based Teaching)’, ‘뇌에 적합한 학습(Brain-Compatible Learning)’, ‘뇌기반학습과학(Brain-Based Learning Science)’, ‘뇌교육(Brain Education)’, ‘신경교육(Neuro-Education)’ 같이, 뇌와 교육을 연계한 새로운 연구 및 실천 흐름이 등장하고 있다(신혜숙, 2002). 이글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크게 ‘뇌기반교육(Brain-Based Education)’과 ‘뇌교육(Brain Education)’으로 이분하고, 그 특징과 의미를 살펴볼 것이다.
뇌인가, 교육인가?
‘뇌기반교육’과 ‘뇌교육’은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먼저 그 공통점은 뇌에 관한 실증적 탐구결과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그 차이점은 뇌를 치료 또는 이해의 대상으로서 소극적으로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계발 또는 관리의 대상으로서 적극적으로 바라볼 것인가에 있다. 다시 말하면 ‘뇌기반교육’은 뇌의 구조와 기능에 관한 지식을 중심으로 인간과 교육을 바라보고 이를 바람직하게 변화시키려 하는 것이라면, ‘뇌교육’은 기능하는 뇌에서 나타나는 ‘나’라는 자기의식을 중심으로 인간과 교육을 바라보고 이를 바람직하게 변화시키려 하는 것이다.
뇌에 관한 과학적 발견 중에서 교육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두 가지 사실을 대표적으로 살펴보자. 하나는 뇌에서 이루어지는 생리화학적 정보처리를 통하여 인간의 모든 것을 이해·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과정은 투입과 산출을 파악할 수는 있으되 과정을 파악하기는 불가능한 블랙박스로 간주되어왔다. 그러나 점차 학습기제를 비롯한 다양한 심신기제가 발견되고 있어 인간의 내면적 과정을 객관적으로 이해·설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즉, 인간의 사고·정서·의지 등을 뇌기능과 뇌기제를 통해 상당 부분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효과적인 학습을 위한 구체적인 지침으로 제시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뇌가 자신의 정보처리망을 유연하게 변화시켜가는 ‘가소성(plasticity)’을 지니고 있고, 그에 근거하여 자신의 구조를 스스로 변화시켜가는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의 발견이다. 뇌는 기존의 정보처리망을 바탕으로 경험을 겪고, 또 이 경험의 과정에서 자신의 정보처리망을 유연하게 재편하고 조직해간다. 그리고 자주 사용되는 정보처리망은 더 튼튼하고 정교하게 발달되는 반면, 자주 사용되지 않는 정보처리망은 서서히 약해지고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미시적인 뇌세포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이는 인간에게 무한한 발달을 해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내재한다는 기존의 교육적 신념을 지지하는 강력한 객관적 증거이다.
문제는 뇌의 정보처리망이 발달하는 방향이 원칙적으로는 제약이 없다는 사실에서부터 비롯된다. 예컨대, 뇌의 정보처리망은 피아노를 잘 친다거나 사고력이 발달하는 방향으로도 발달할 수 있는 동시에 도박과 관련된 기술이나 타인을 해치는 지식을 키워가는 방향으로도 얼마든지 발달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가치를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뇌 자체에 관한 객관적 이해 못지않게 뇌가 살아가는 맥락과의 관계에 관한 이해와 윤리를 배제할 수 없다. ‘뇌기반교육’에서는 이러한 맥락과 관련된 문제를 거의 다루지 않거나 다루더라도 학습효과를 높이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다루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뇌교육’에서는 뇌와 맥락이 상호영향을 미치는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뇌교육’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일차적으로 뇌에 저장되고 활용되는 가치에 관한 것이고, 이차적으로 그 가치를 활용하는 주체로서 ‘나’라는 자기의식에 관한 것이다. 뇌에 저장되고 활용되는 가치는 다양한 방식으로 내면화된다. 사회화(socialization) 과정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체험적으로 배우고 익힌 다양한 가치들이 있는가 하면, 학교학습 등을 통해 배우고 익힌 체계적인 가치들도 있다. 이러한 가치들은 인간의 사고·정서·행위 등에 명시적 차원은 물론 묵시적 차원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또 이러한 가치들은 공적 가치와 사적 가치 차원, 상생적 가치와 상극적 가치 차원, 긍정적 가치와 부정적 가치 차원 등으로 구분가능하다. 교육활동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가치를 맥락에 따라 선택·실천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의식의 발달은 이러한 힘을 길러주는 과정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자기의식은 뇌가 잠을 자거나 혼수상태에 빠져 있을 때는 나타나지 않고 각성상태에 있을 때에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자기의식은 몸과 마음을 움직여 무엇인가를 실행하는 주체이지만 잠시 실행을 멈추고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듯이 주체인 ‘나(I)’와 객체인 ‘나(me)’를 사고를 통해 분리시켜 성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는 뇌가 기능해야만 비로소 나타날 수 있는 자기의식이 뇌의 완전한 지배로부터 벗어나 상대적 자율성을 가지게 되어 거꾸로 뇌기능 자체를 파악할 수 있게 됨을 뜻하는 것이다. 그리고 뇌의 발달을 통해서 자기의식이 발달하기도 하지만, 거꾸로 자기의식의 발달을 통해서 뇌의 발달을 이끌 수도 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기의식의 이해와 교육적 발달을 통한 활용은 대단히 중요한 교육적 과제임에 틀림없다.
기존의 교육학에서도 똑같은 의미라고는 할 수 없지만 자기의식의 이해와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예컨대, 영국의 교육학자인 피터스는 ‘교육’의 의미를 “교육받은 사람을 기르는 일”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 규정은 ‘교육’을 받은 사람만이 ‘교육’의 의미를 알 수 있다는 모호한 의미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교육학자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어 왔다. 그 이유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이성(reason)이고, 또 교육을 통해 이성을 계발한다는 것은 한 마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단순한 과제가 아니라 동종의 체험을 겪어본 사람만이 그 계발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총체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실용주의를 대표하는 교육학자인 존 듀이는 ‘경험의 성장’이라는 말로 교육의 특징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논의들은 표현은 같지 않지만 ‘교육받은 사람의 공동체’ 또는 ‘실천을 통한 경험’에 내재하는 가치를 배우고 익히며 이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총체적 발달을 이루어가는 것을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하겠다.
‘뇌기반교육’에서는 인간과 교육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 사실상 다루지 않는다. 이와 달리 ‘뇌교육’에서는 우리나라의 공교육이념인 ‘홍익인간’을 기준으로 삶의 선택과 실천을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자 한다. 이러한 차이는 교육적 실천에도 큰 차이가 벌어지게 한다.
뇌교육이 인성교육에 주는 시사
뇌에 관한 실증적 지식은 인간이 무한한 발달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려주었고, 어떻게 하면 뇌가 효과적으로 발달하도록 도울 것인지 그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한편, 뇌교육은 뇌에 관한 실증적 지식을 바탕으로 자기의식이 뇌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라는 속성을 이해하고, 자기의식을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정신력을 발달시킴으로써 뇌와 그 주인으로서 인간을 총체적으로 발달시키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특정한 지식이나 능력 등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가르치고 배울 것인가 같은 지엽적인 주제를 넘어 어떻게 인간을 총체적으로 발달시킬 수 있는가 같은 전체적인 주제에 대하여 점차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인간성의 향상을 위한 교육을 ‘인성교육’이라 할 때, 뇌교육은 뇌과학과 교육학의 통합을 바탕으로 인성교육의 원리와 방법을 제공하는 구체적인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신혜숙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 학과장
< 참 고 문 헌 >
신혜숙(2002). 뇌호흡 수련의 교육적 의미에 관한 문화기술적 연구.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신혜숙(2006). 뇌교육이 내포하는 세 가지 교육영역의 특징과 의미. 「뇌교육연구」. 1(1). 천안: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뇌교육연구소.
이정모(2003). 뇌기반 학습과학 패러다임: 과학교육과 과학기술 인력 육성의 혁신 틀. 제 1회 뇌기반 학습과학 심포지엄: 과학교육의 혁신방안 (Scientific Brain, Scientific Mind & Science Education). pp. 55-81.
Caine, G. and Caine, R. N.(1995). Reinventing schools through brain-based learning. Educational Leadership(2nd ed.). AZ: Zephyr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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