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벤자민학교의 특별한 수업 "3일만에 잘렸지만, 배운게 더 많아요"

[인터뷰] 벤자민학교의 특별한 수업 "3일만에 잘렸지만, 배운게 더 많아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가 지난 3월 4일 설립되고서 1기 학생들이 입학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이들의 첫 번째 워크샵이 27명 학생이 참석한 가운데 27일 충남 천안 국학원에서 개최되었다.

벤자민학교의 교실은 학교가 아니다. 가정과 지역사회, 인터넷 등 제한이 없다. 1교시부터 8교시까지 주어진 시간표대로 살아왔던 17, 18세 학생들이 교실에서 벗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주도적으로 시작했다. 아직 당황스럽고 불안하기도 한 출발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 속에서 설레는 걸음을 디디고 있다.

"친구들이 학교 갈 때 나는 혼자 집에 남아 공부를 하잖아요. 첫날에는 뒤처지는 건 아닌지 불안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스스로 짜서 하니까 좋아요. 벤자민학교 친구들 오늘 만나니까 아직 어색하긴 해도 같이 홍익의 뜻이 있으니 든든하고 묶여있는 느낌도 들어요."

▲ 성규빈 양이 한 달간 벤자민학교 생활에 대한 소감을 전하고 있다

성규빈 양(18세)은 교수님을 찾아가 자신이 좋아하는 미술과 도예를 배우고 있다. 원래 좋아하던 미술이지만 깊이 배우니 실력도 애정도 는다. 1년 후에는 길거리에서 자신이 만든 작품으로 길거리 전시회를 하고 수익금을 기부하겠다는 '벤자민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다. 오전마다 원어민과 화상수업으로 영어회화도 공부한다.

규빈 양은 2주일 동안 갈빗집에서 서빙과 그릇 정리하는 등의 일도 한다. 워낙 성실한 성격이라 사장님은 물론 손님들도 그녀를 반긴다. 소극적인 성격이었는데 손님을 만나다 보니 성격도 밝아지고 말수도 늘었다. "접시를 나르고 불판을 정리하는 등의 일이 쉽지는 않지만 맛있게 드시고 환하게 웃으며 나가시는 모습을 보면 참 뿌듯해요. 앞으로도 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홍익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불판에 데여 화상을 입기도 했지만, 아르바이트를 계속하며 책임감을 키우는 그녀. 사장님에게도 손님들에게도 사랑받는 성 양은 인성영재임이 분명했다.

벤자민학교 학생들은 자기주도적으로 외국어, 운동, 예술 등 스스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한다. 또한, 자립심과 사회 경험을 기르기 위해 식당,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가 호락호락할 리가 없다. 사흘 만에, 심지어 하루 만에 잘리기도 하며 사회 첫 경험을 호되게 하고 있다.

"저는 부대찌개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어요. 그런데 사흘째 되는 날 사장님, 이모님들 표정이 이상하더라고요. 그러더니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죠. 기간이 짧기는 했는데 그러면서 돈을 함부로 쓰는 게 아니라는 것, 그리고 제가 받는 것들이 부모님을 비롯해 많은 분의 도움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배웠어요. 그리고 손님을 많이 만나니까 친화력도 많이 늘었어요. 지금은 뷔페식당에서 또 아르바이트하고 있어요."

▲ 신채은 양이 자신의 생활에 대한 소감을 전하고 있다

장난기를 살짝 머금은 앳된 얼굴, 하지만 마음은 한 달 전보다 성큼 성장한 신채은 양(17세). 자신이 용돈을 벌며 피아노와 주지스(특공무술), 일어 공부를 하고 있다. 평소에 몸을 워낙 쓰지 않았기 때문에 무술을 배운다는 것도 새로운 도전이다. 어제는 줄넘기를 500번 하고 몸이 너무 힘들었다지만 워크샵에 와서 친구들을 만나니 좋다며 말이 끊이지 않는다.

"아직 어떤 목표를 정한 건 아니지만 나와 민족과 인류를 위한 삶을 살고 싶어요. 이동진 멘토님의 강의를 들으며 앞으로 제가 할 일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동진 멘토강의 기사 참조)

학생 저마다 걸음은 다르지만,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많은 사람이 행복하도록 나누고 싶다는 뜻은 같다. 첫 워크샵에서 서로의 생활을 발표하며 공감대가 늘었다.

처음에는 불안해하던 아이들도, 부모님들도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게임을 할 때면 늘 잔소리하던 부모님이 "지금 네 시간표대로 하고 쉬고 있는 거지?"라고 하며 별 얘기하지 않는다. 믿어주는 부모님 덕에 학생들도 자신의 시간에 대한 자유와 책임감을 가진다. 다른 사람 앞에 서기 두려워하고 대인기피증이 있다고 고백했던 학생이 앞에 나와서 서툴지만 용기 있게 자신의 느낌을 발표할 때는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다.

▲ 자신만의 벤자민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진지하다

특히 1년간 자신의 꿈을 발전시키고 홍익을 실천할 '벤자민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아이들의 눈빛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저는 컴맹탈출 프로그램을 짜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어요."
"음악 멘토를 만나서 열심히 배우고 길거리 공연을 하면서 천명의 사람들을 힐링하고 싶어요."
"반전영화를 제작해 사람들의 평화의식을 깨워주고 싶어요."
"문화공연을 기획해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거예요."

남들과는 다른, 그리고 특별한 1년을 보낼 인성영재 학생들. 자신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가겠다는 꿈으로 공부와 일을 하며 인성을 체득하고 있다.

글. 조해리 기자  hsaver@naver.com l 사진. 이영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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