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fMRI 뇌 영상이, 한글보다 한자를 사용할 때 뇌가 더 활성화 된다는 것을 보증할 수 있는가?
바야흐로 우리는 ‘뇌’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연합 등과 같은 선진국들은 뇌 연구와 관련한 새로운 법안을 제정하고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 뇌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어 국내 뇌 연구 역량을 집중시킬 목적으로 한국뇌연구원(KBRI)을 설립하였다.
이렇게 뇌 연구가 활성화된 까닭에는 PET, fMRI, DTI 등과 같은 뇌 영상 촬영기술의 발달이 한 몫 했음은 분명하다. 이러한 장비들은 의학계나 신경과학계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일반 대중들도 TV나 영상 매체를 통해 뇌 영상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뇌 영상들은 실체가 없다고 생각하는 정신 작용을 두뇌의 특정한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처럼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점점 더 많은 대중들에게 흥미와 관심을 끌게 한다.
뇌는 전체 몸무게의 약 2% 정도에 불과하지만, 뇌가 사용하는 에너지양은 전체 에너지 소비의 약 20%에 이른다. 심장이 1분 동안 뿜어내는 심장출량(cardiac output)의 16%가 뇌로 공급되고, 몸 전체 산소 소비량의 약 25% 정도를 뇌가 사용하고 있다.
뇌에 공급되는 혈액 속의 산화 헤모글로빈의 양을 측정하는 BOLD(Blood Oxygen Level-Dependent) 방법을 활용하여, 신경 뉴런들의 활성화를 통계적 방식으로 추정하여 영상으로 보여주는 뇌 영상 촬영 기법을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즉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이라고 부른다. 뇌 영상 사진에서 보여주는 밝은 색깔로 구분된 뇌 부위는 다른 부위에 비해 더 많은 산소를 소비함을 의미한다.(아래 사진 참조)
fMRI가 확산하면서 인간의 정상 혹은 비정상적인 정신 작용과 관련된 온갖 종류의 실험이 설계되고 수행되었고 뇌과학 분야에 엄청난 진보적 발전을 가져왔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각종 매체를 통해 대중들에게 보도되었고, 뇌 영상은 인간 정신의 특정한 기능과 작동에 대응하는 뇌 차원에서의 실재를 반영한 영상으로 인식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몇 해 전 인기리에 방영된 ‘브레인’이라는 의학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을 사랑하게 되었을 즈음 우연하게 뇌 영상을 찍게 된다. 이때 찍은 뇌 영상 사진은 사랑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활성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뇌 영상 사진을 본 의사는 여자 주인공이 지금 사랑에 빠졌다는 진단을 내리게 된다.
심지어 그 여자 주인공은 자신의 뇌 영상 사진에 활성화된 부분을 동그랗게 표시하면서 남자 주인공 이름을 옆에 써놓는다. 활성화된 뇌 부위가 바로 사랑하는 남자로 표상되고, 더 나아가서 사랑은 뇌의 특정한 부분의 화학 작용에 지나지 않게 된다.(그러나 실제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 대부분은 필자처럼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서울대의 홍성욱 교수는 이러한 fMRI 뇌 영상이 갖는 문제를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fMRI 뇌 영상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뇌 속의 인간, 인간 속의 뇌』, 바다출판사)라는 주제의 글에서 잘 지적하고 있다. 홍성욱 교수는 fMRI가 갖고 있는 네 가지의 관점을 비판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는 fMRI 뇌 영상을 토대로 인간 정신이나 행동이 뇌의 특정부위의 자극에 의해서 유발된다고 결론짓는 뇌 결정론(neuro-determinism)이며, 둘째는 복잡한 사회 문제를 단순한 생물학적 문제로 환원시키는 생물학적 환원론(biological reductionism)이다.
셋째는 언론이 연구결과의 의미를 지나치게 확장하여 추론하는 문제이며, 마지막 넷째는 뇌 영상에서 밝게 표시된 두뇌의 특정 영역이 인간 정신의 기능과 1:1 대응한다고 보고, 뇌 영상 이미지가 실재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쉽게 믿는 경향(위의 드라마의 예처럼)의 뇌 실재론(neuro-realism) 혹은 뇌 근본주의(neuro-essentialism)에 있다고 한다. 만약 이러한 경향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위의 책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한다. (▶▶2편에 계속)
글.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과 이승호 교수
magoship@ub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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