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아이가 죽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해요. 사람들은 아이들이 뛰어내릴 용기가 있으면 살라고 하지만, 그 심정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거예요. 그래서 부모가 자녀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이해해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김혜성 충북뇌교육협회 교육국장(54)은 청소년 자살문제와 부모의 역할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충북뇌교육협회는 지난 7일 충북 진천군 이월중학교에서 '부모님과 함께하는 뇌교육 힐링캠프'를 개최했다.
김 국장은 10일 전화인터뷰에서 10쌍의 부모와 아이들이 눈물로 소통한 이야기를 전했다.
부모는 자녀를 모른다
중학생은 이유 없는 반항의 시기, 사춘기라 부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한다.
김 국장은 그러한 이유도 있지만, 학생들의 낮은 자존감이 소통의 큰 벽이라고 지적했다.
▲ 김혜성 충북뇌교육협회 교육국장(사진=전은애 기자)
"부모님들이 욕심이 많으세요. 무조건 공부만 해야 한다고 하니깐요. 공부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지 않잖아요. 학습할만한 상황도 아닌데 무조건 공부하라고 해요. 아이들은 공부 외에는 부모에게 인정 받을 수 있는 것이 없어요. 자존감이 떨어집니다. 소통이 잘 안 되죠."
부모들은 교육을 받으면서 공부가 자녀와 소통하는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어머니께서 이렇게 소감문을 적으셨더라고요. ‘우리는 우리 딸과 모두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더 많이 대화하고 마음으로 통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라고 말에요."
김 국장은 아이들이 얼마나 소중하게 태어난 존재인지 알려준다. 그러면서 부모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주요 프로그램 중에 ▲캠프 오기 전의 마음 ▲지금까지 교육을 받으면서 바뀐 마음 ▲내가 생각하는 부모님 등을 상징하는 세 장의 카드를 고르고 그것을 왜 골랐는지 발표하는 시간이 있다.
"첫 번째 카드는 아이들이 잠자는 것을 골라요. 토요일이라 쉬고 싶은데 나오라고 해서 왔다는 거죠. 그리고 두 번째 카드는 게임을 하면서 기분이 좋아진 카드를 골라요. 세 번째 카드를 고른 학생 중에 기억나는 것은 어미 돼지가 새끼 돼지에게 젖먹이는 것을 고른 거에요. 항상 기댈 수 있고 무엇이든 뒷받침해주는 부모님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부모의 눈물을 본 아이의 마음은?
부모와 아이들이 소통하면 할수록 눈물이 많아진다.
"눈을 감은 어머니를 안내해서 의자에 앉게 해요. 아이가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내서 엄마 입에 넣어줘요. 그때 트레이너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사랑을 드린다고 말해주거든요. 엄마가 우세요."
아이들이 손수 만든 감사 표창장 또한 감동의 시간이었다. 다음은 교육을 받은 학생의 표창장이다.
우리 부모님
위 부모님은 날 태어나게
해주시고 이 세상밖에
나올 수 있는 행운과
행복을 주셨기에
이 감사표창장을
수여합니다.
그리고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부모님의 사랑하는 딸
000 드림
부모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김 국장은 직접 학생의 소감문을 들려줬다.
"엄마가 눈물이 많은 여자인지 몰랐다. 항상 가족 앞에서 분위기메이커였던 엄마가 우시니까 나도 순간 눈물이 났다. 그리고 엄마가 더 사랑하시는 것을 알았다. 엄마 사랑해요."
▲ 지난 7일 충북 진천군 이월중학교에서 열린 '부모님과 함께하는 뇌교육 힐링캠프'(제공=충북뇌교육협회
캠프를 진행한 김 국장은 “감사합니다. 이러한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녀는 인터뷰가 끝날 즈음에 딸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해서 힘들었던 시절을 전했다. 부모가 자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아이가 공부를 잘해서 외국으로 유학 갔어요. 그런데 적응하는 것이 힘들어서 집으로 돌아왔어요. 저는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전혀 이해하지 못했죠. 다시 돌려보냈어요. 나중에 제가 사과했어요. 네가 정말 힘들 때 내가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공감해주지 못하고 이해해주지 못했다고. 사실 그때 진작에 알아차렸다면 병원에 가고 그랬을 텐데 더 나빠진 거죠. 저도 교육을 하지만 자기 자식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부모는 몰라요. 그런 적이 없었으니깐요. 부모입장은 내가 뭘 잘못해서 이럴까?라고 생각하거든요. 아이가 살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들었는데, 어떻게 그 상황을 넘겼는지 몰라요. 24시간 곁에 있었어요. 지금은 건강하게 다시 학교에 다니고 아이도 잘 지내고 있어요."
글.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