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북스] 눈 뇌 문학

[브레인 북스] 눈 뇌 문학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문학적 성찰


저명한 인문학자 석영중 교수가 평생토록 펼쳐 온 문학 연구의 집대성인 『눈 뇌 문학』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그는 1991년부터 2024년까지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문학 연구자로서 눈부신 활약을 펼쳐 왔으며, 특히 도스토옙스키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널리 인정받는다. 

한편으로는 비전공자도 문학에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여러 교양서를 집필하고 EBS 강연에 나서는 등, 대중에 문학을 알리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왔다. 그가 눈과 뇌와 문학에 관한 방대한 지식을 탁월한 지성과 넘치는 애정으로 연결해 펼쳐 보이는 이 책은 과학과 인문학을 종횡무진 넘나드는 한편 깊이와 재미를 모두 갖추고 있어, 지적 호기심이 있는 누구나 두고두고 읽을 만한 교양서다. 

이 흥미진진한 여정의 중심에는 언제나 문학이 놓여 있으며 특히 러시아 문학에 관한 폭넓고 다채로운 이야기가 생생히 펼쳐진다. 아울러 곳곳에 배치된 60여 개의 컬러 도판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상상력을 부추긴다.

인간은 뇌로 보되 뇌를 넘어서 본다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눈 뇌 문학』은 이 질문을 뿌리 삼아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며 문학, 미학, 자연 과학, 신경 과학 등을 총동원해 그 답을 찾아 간다. 그 시작점에는 눈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눈이라는 기관은 약 5억 4300만 년 전 삼엽충에게 생겨난 이래 개체 간 생존 경쟁을 벌이는 환경에서 더 잘 볼 수 있도록 진화했다. 본다는 것은 생물학적 관점에서 광수용기 세포가 빛을 감지해 뇌에 전달함으로써 시각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그뿐만이 아니다. 오랫동안 문학과 신경 과학의 접점을 연구하며 다수의 논문과 저서를 집필해 온 저자는 인간이 <뇌로 본다>는 사실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데서 나아가 <뇌를 넘어서 본다>고 강조한다. 

인간은 너무 작거나 커서, 혹은 너무 멀리 있어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 무수한 도구를 발명하는 한편 <내면의 눈>으로 초월적인 무언가를 보고자 집요하게 노력해 왔다. 바로 이 점에서 인간의 눈은 위대하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인문학자의 관점으로, <포식과 경쟁에서 출발한 인간의 눈이 어떻게 그와는 반대되는 연민과 공존과 성찰을 향해> 왔는가를 알아본다는 목표 아래 나아간다. 그리고 그 모든 내용의 기저에는 <시각의 윤리>에 관한 고찰이 자리 잡고 있다.

시각을 키워드로 펼쳐 보이는 인류 지성사의 다채로운 풍경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류의 지성사에 새겨진 시각에 관한 논의를 샅샅이 살피며, 널리 알려진 고전부터 문학사적 중요성을 띠나 아직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까지 다양한 텍스트를 시각이라는 키워드로 읽어 낸다.

『성경』에서부터 플라톤, 아우구스티누스, 푸시킨,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만델시탐, 디킨스, 헉슬리, 카버, 제발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가의 작품이 새로운 관점에서 소개한다. 

수많은 학문 분야를 넘나들며 펼쳐진 이 장대한 지적 여정의 끝에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진리가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세계 곳곳이 고통받는 이들로 넘쳐나며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는 콘텐츠가 범람하는 오늘날, 『눈 뇌 문학』은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되새기게 해줄 탁월한 인문학 교양서로 오래 사랑받을 만하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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