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단의 멸종을 막는 것은 일하는 개미가 아니라 노는 개미다.
우리는 흔히 '개미'라고 하면 '근면'과 '성실'을 떠올린다. 어릴 적 동화 <개미와 베짱이>에서처럼 개미는 언제나 부지런하게 일하는(물론 여기서 여왕개미는 제외한다) 곤충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개미집단에는 특이한 현상이 보고된 바 있다. 바로 '2:8의 법칙'. 지금까지 연구에서 개미 집단은 항상 20~30% 개미들은 일을 하지 않고 나머지 개미만 일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게다가 일하는 개미들만 따로 떼어 놓아도 다시 2:8로 노는 개미와 일하는 개미가 나누어지곤 했다.
이는 밝혀지지 않는 미스터리처럼 학계의 수수께끼로 남아있었다. 그런데 일본의 한 대학 연구팀에서 "멸종하지 않고 계속 유지되는 데에는 '일하는 개미'가 아니라 '노는 개미' 덕분"이라며 2:8 법칙의 비밀을 밝혀냈다.
홋카이도대학 하세가와 에이스케(長谷川英祐) 교수팀은 16일 영국의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이번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일본 전역에 서식하는 뿔개미속의 한 종류를 사육해 각 개미를 구분할 수 있도록 색을 입혔다. 한 달 동안 8개 집단 1,200마리 개미의 행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일하던 개미가 피로해져서 쉬자 놀던 개미가 일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일하는 개미(상위 10%)와 노는 개미(하위 10%)가 처리하는 작업의 상관 관계. 일하는 개미들이 많으면 노는 개미들은 일하지 않는다. 반면 일하던 개미들이 놀면 놀던 개미들이 일을 한다.
또한 연구팀은 다양한 근무형태의 개미 집단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입력하여 어떤 집단이 오랫동안 유지되는지도 조사하였다. 그 결과,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쉬는 집단보다 일을 제각각 다르게 하는 집단이 오래 유지되었다.
하세가와 교수는 "일하는 개미가 지쳐 움직일 수 없게 되었을 때, 평소에 놀던 개미가 대신 일을 시작하기 때문에 집단이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다"며 "비효율적인 시스템이라 볼 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조직에는 일하지 않고 노는 개미가 있어야 존속된다"고 말했다.
글. 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
그래프. <사이언티픽 리포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