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영주 사단법인 국학원 원장, 한민족역사문화공원 공원장
‘인성’과 ‘학습’은 결국 ‘교육’이란 바탕 위에 존재한다. ‘인간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행위 또는 그 과정’으로서의 교육은 시대를 초월해 모든 사회와 국가의 원동력이자 근간을 이룬다.
과거 우리의 선조들은 오늘날 교육계의 오랜 화두인 ‘인성人性’과 ‘학습學習’으로 대표되는 인재 양성을 어떻게 여기고 실천했을까? 그 근간의 철학과 정신은 무엇이었을까?
민족정신의 요람인 천안 국학원의 원암 장영주 원장(대)을 만나 한민족 전통의 인재상과 교육철학에 대해 들었다. 장 원장은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세계 100대 화가전>에 한국 대표로 참석하는 등 화가로 활동하다가 우리 민족의 역사에 새롭게 눈을 뜨면서 국학 운동에 헌신하고 있다.
지난해에 개원한 한민족역사문화공원의 공원장을 함께 맡고 있고, 최근 인터넷신문 국학뉴스에 한류의 역사·문화적 가치에 기반을 둔 ‘한韓스타일’을 연재하고 있다.
‘인성’과 ‘학습’은 교육계의 오랜 화두이자 키워드입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놓고 보면 정부의 교육 관계자들이나 모든 부모들도 어떠한 기준을 갖고 바라보아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먼저, 따스한 심성과 뛰어난 학습능력을 가진 인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유아 미술교육에서부터 초·중·고교, 대학원 강의까지 모두 섭렵해본 특별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 시간을 바탕으로 우리 민족의 철학과 정신에 대해 연구하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일 수 있는데, 저는 인간을 조각조각 나누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봅니다. 마치 뇌를 조각조각 나누어 기능별로 관찰하는 것과 다를 게 없죠. 하나의 생명체로 바라보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겁니다.
마치 현대교육에서는 신발은 발에 신고, 장갑은 손에 끼는 것처럼 교육도 딱 그 부위에만 해당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발가락에 가시가 박혔다고 다른 곳이 아프지 않은 게 아니지요.
교육이란 것은 본래 분리, 분화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전인교육이란 것은 바로 거기에서 출발합니다. 바로 모두가 하나라는 생명의 가르침이죠.
지금 교육환경은 어렸을 때와는 많이 달랐을 것 같습니다.
저는 어릴 때 자연 속에서 뛰어놀며 풀이 자라는 것을 보고 감동을 느꼈습니다.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에 나갔을 때 가장 깊은 감명을 받는 것이 바로 식물을 키우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씨앗을 뿌리고 싹이 트고, 잎사귀가 나는 것을 들여다보면서 생명에 대한 한없는 경외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품을 때 인간에 대한 존중감도 싹틉니다. 인간에게 측은지심惻隱之心을 느끼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선조들은 이러한 교육을 언제, 어떻게 했습니까?
학교에서 시키는 것은 이미 늦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태교 때부터 이러한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열 살 전에 하늘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하늘이 거룩하고, 근원적인 존재란 것에 대한 인식. 바로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갖는 것이죠.
이런 가르침을 바탕으로 열 살까지 하늘을 아는 교육, 바로 이것이 천재天才 교육입니다. 이것은 옥스퍼드나 하버드에서도 얘기하지 못하는 겁니다.
보이지 않는 하늘을 알고, 보이지 않는 땅의 이치를 아는 것. 이것이 중요합니다. 리더십은 테크닉이 아닌데, 최근에는 리더십 하면 테크닉과 효율성을 많이 얘기하는 것 같아요.
최단시간 내에 성공하고, 부를 축적하고, 능력을 쌓고 하는 효율성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우리 선조들은 먼저 하늘의 아버지, 땅의 어머니를 닮으라고 얘기했습니다.
바로 ‘천부지모天父地母’의 사상이고, 그로부터 나온 것이 ‘사람 안에서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된다’라는 ‘인중천지일人中天地一’의 철학입니다. 태양처럼 밝은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 근본이라는 것이죠.
그것은 무엇에 근거한 이야기입니까?
《천부경天符經》, 《삼일신고三一神誥》, 《참전계경參佺戒經》으로 대표되는 우리 민족의 오래된 경전에 다 나와 있습니다. 예부터 경전을 가진 민족을 문화 민족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선조들의 철학과 정신이 남아 있는 이러한 경전이 있음에도 유대인의 ‘탈무드’나 중국 공자의 ‘인仁’ 사상보다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굉장히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우리 선조들은 원래부터 하늘을 공경하고, 하늘의 가르침을 알고 실천했습니다. 그래서 천손 민족이라고 하지요. 그 가르침을 깨닫는 과정으로 효, 충, 도를 얘기합니다.
효충도孝忠道란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인체 내에는 세 가지의 에너지 중심이 있는데 그것이 배꼽 아래 하단전, 가슴의 중단전, 뇌에 있는 상단전입니다. 하단전은 ‘정精’, 중단전은 ‘기氣’, 상단전은 ‘신神’이라고 해서 정충기장신명精充氣壯神明의 원리에 따라 정이 충만하고 기가 장해지면 신이 밝아지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인체의 순환원리를 꿰뚫어보았던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선도의 수행법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인간의 의식 성장, 성품과 직결된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하단전은 건강, 중단전은 행복, 상단전은 평화를 의미합니다. 하단전 건강은 바로 ‘효’입니다. 부모님의 건강한 정자와 난자가 합쳐진 것을 의식하는 것이 ‘효’이고, 그 ‘효’를 바탕으로 보다 큰 의식으로 성장해 ‘충’이 되고, 그 ‘충’이 더 커져서 보다 큰 차원의 합일을 의미하는 ‘도’가 됩니다.
이것이 ‘효충도孝忠道 리더십’이고, 나아가 하늘과 인간이 하나임을 자각하는 ‘신인합일神人合一’의 철학이기도 합니다.
선조들의 위대함이 절로 느껴지는데요, 지식을 넘어 체득하는 게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중요한 지적입니다. 하늘, 땅, 사람이 하나라는 한민족의 천지인天地人 합일 정신은 지식이 아니라 체험으로서만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따른 선도의 수행법은 최고의 건강법이자 교육이었고, 철학이었습니다.
하지만 고구려 중기 이후로 외래의 종교와 사상, 사대주의가 일어나면서 그러한 맥이 끊기다시피 했습니다.
우리 민족의 옛 경전인 《삼일신고》에는 ‘자성구자 강재이뇌自性求子 降在以腦’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본성에서 찾으라. 이미 너희 머릿속(뇌)에 내려와 있다’는 뜻입니다.
인류의 물질문명을 이끈 서양 과학이 20세기 후반에야 비로소 뇌에 주목했지만, 우리 선조들은 이미 수천 년 전 뇌의 본질적 가치를 꿰뚫어본 것입니다.
우리 선조들이 실로 대단한 것은 이것이 지식으로서가 아니라, 특정한 누군가만이 아니라, 뇌의 생리 작용으로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이곳 국학원의 설립자이신 이승헌 총장님께서 한민족 선도의 수행 원리와 뇌과학을 접목해 ‘뇌교육’이란 새로운 학문을 정립하신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최근 우리 교육은 지식 교육에 편중되어 몸을 소홀히 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뇌과학의 발달로 신체 활동과 기억, 인지 능력 간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신과 육체, 몸과 마음이 교육과 어떠한 연관성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원래 교육에서 몸과 마음은 분리되어서는 안 되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정립된 뇌교육에서도 몸을 쓰는 ‘뇌체조’가 가장 기본이 됩니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심신쌍수心身雙修’를 교육의 기본으로 삼았습니다. 바로 몸과 마음을 함께 닦는 것이죠.
한민족의 철학은 기본적으로 이원론이 아니라 삼원론입니다. 훈민정음에 있는 ‘몸’자도, ‘ㅁ’과 ‘ㅁ’을 ‘·’으로 연결한 것입니다. 바로 몸과 마음이 에너지로 연결되는 ‘정-기-신’의 원리입니다.
그리고 저는 ‘뇌는 액션이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뇌의 움직임이란 것은 눈에 보이는 육체의 움직임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수많은 움직임이 있을 겁니다.
보이는 하늘이 있지만, 보이지 않는 하늘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죠. ‘심신쌍수’라는 한민족 전통의 자기계발의 원리를 이제 현대과학이 하나씩 밝혀내고 있는 것이라 보면 됩니다.
이러한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학습은 자연스럽게 될 것 같습니다.
공부는 결국 스스로 하는 것입니다. 하늘과 땅의 이치를 알고, 스스로 어떠한 존재인가를 자각하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목표가 생깁니다.
심신을 바르게 하고, 자기 존재의 가치를 높이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학습이란 것은 스스로 선택하게 되지요. 최근 많이 얘기하는 자기주도적 학습의 요체는 사실상 자신의 가치를 자각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하늘이 이미 나의 머리에 내려와 있다’는 것은 공부를 통해 도달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존재가 이미 그러한 존재라는 것을 자각하게 하는 것이 진짜 교육, 바로 인성교육입니다.
공부란 인성人性이 천성天性이고, 인명人命이 천명天命이고, 인정人精이 곧 천정天精이라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하늘에서 받은 천성을, 땅에서 받은 에너지를 바탕으로 ‘천명’을 이루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자기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고 한민족 전통의 인재교육에 담긴 핵심입니다.
이것은 우리만을 위한 닫힌 민족주의가 아니라 열린 민족주의입니다. 종교, 피부색, 국가와 관계없이 인간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확대하면 인간에서 자연의 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지구를 사랑하고, 지구인 전체를 생각하는 진정한 글로벌 인재상이 되는 것이죠.
글·장래혁 editor@brainmedia.co.kr | 사진·박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