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사회빈곤층인 차은상(박신혜)은 최근 명문사립고로 이름난 '제국고등학교'에 전학왔다. 주로 재벌, 주식부자, 권력자의 상속자들이 다니는 이 학교 학생들은 경제적 배경을 바탕으로 서로를 판단한다. 사회배려자 전형으로 입학한 빈곤층 학생들은 거의 괴롭힘에 시달린다. 자신이 사회배려자 출신임을 들킬 뻔 했던 은상이는 자신을 좋아하는 친구 김탄(이민호)의 도움으로 상황을 모면했다. 하지만 은상이에게 계속 관심을 가지며 출신을 의심하는 최영도(김우빈)와 다른 아이들에게 들킬까봐 불안한 날들의 연속이다. 하루는 집 근처 편의점에서 가사도우미인 어머니를 만나기로 했다. 가게로 들어가려던 찰나, 우연히 그 장소에서 자신을 보기위해 기다리던 최영도를 발견했다. 은상이는 당황해서 편의점으로 갈 수 없었다.
- 드라마 <상속자들> 중의 한 장면
▲ 차은상(박신혜 분)은 어머니(김미경 분)를 만나기로 한 편의점 앞에서 최영도(김우빈 분)을 발견하고 당황해한다.
(출처 = SBS 드라마 '상속자들' 12화)
# 2. 캠릿브지 대학의 연결구과에 따르면, 한 단어 안에서 글자가 어떤 순서로 배되열어 있는가 하것는은 중하요지 않고, 첫째번와 마지막 글자가 올바른 위치에 있것는이 중하요다고 한다. 나머지 글들자은 완전히 엉진창망의 순서로 되어 있지을라도 당신은 아무 문없제이 이것을 읽을 수 있다. 왜하냐면 인간의 두뇌는 모든 글자를 하나 하나 읽것는이 아니라 단어 하나를 전체로 인하식기 때문이다.
- 인터넷 커뮤니티 글 중 발췌
위 두 가지 상황을 보자. 첫 번째 상황에서 친구들의 눈치를 보던 은상이는 멀리서 자신을 벼르고 있던 최영도를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녀는 영도의 눈코입을 가까이에서 분석하여 판별하지 않았지만, 영도의 대략적인 실루엣만 보고도 그를 알아차린다. 두 번째 상황에서 단어들의 글자배열은 엉망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고 이 글을 읽는다.
이것은 사람의 뇌가 무의식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게 되어 있으며, 그 정보를 의식적인 영역으로 보내 우리가 인지하기도 전에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무의식을 '적응무의식'이라 한다.
의식과 무의식에 대한 연구 : 심리학에서 뇌과학의 영역으로
인간에 대한 탐구를 위해 주로 심리학에 치중하던 이전과 달리,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학자들은 인지심리학, 신경과학, 뇌과학 등 생물학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관점에서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고 있다. 에릭 캔들은 신경과학을 기반으로 인간을 탐구하는 연구의 흐름을 정리한 글을 과학저널 셀(Cell)지에 <새로운 정신과학과 지식의 미래(The New Science of Mind and the Future of Knowledge)>라는 제목으로 기고하면서, 첫번 째 주제로 '의식과 무의식'을 선정했다.
많은 사람이 알다시피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드는 최초로 공격성이나 사랑, 생각, 기억들을 구성하는 단일한 요소로 본능적인 무의식을 정의했다. 무의식은 인간이 미처 알아차리지는 못하더라도 끊임없이 그 사람의 행동이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그의 연구가 후대에 들어 많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그가 인간을 탐구하는 새로운 관점을 연 것만은 확실하다. 그가 제안한 전의식적 무의식은 오늘날 '적응무의식'의 기반이 되었다. 이것은 에고(자아)의 부분이며, 프로이드는 우리의 많은 인지적 과정이 사실 알아차리기 이전에 무의식적으로 처리된다고 통찰했다.
▲ 뇌간의 무의식적 정보가 대뇌피질 영역으로 전달되어 의식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출처 = 브레인미디어
최근의 연구들은 이러한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많이 집중하고 있다. 에델만, 다마지오, 라마찬드란 등과 같이 유명한 신경과학자들과 몇몇의 정신분석가들은 의식이 작동하는 여러 상태를 설명하고자 했다. 그중 하나는 '지각'과 '인지의 주관적 측면'과 '의도'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한 쉐들렌(Shadlen)과 키아니(Kiani)와 같은 접근이다. 데하네(Dehaene) 등은 의식에는 '깨어있는 상태' '주의집중하는 상태' '지각적 의식상태'의 세가지 상태가 있다고 분류한다. 또한 인지심리학자 버나드 바(Bernard Baar)는 이러한 인간의 의식 공간을 '총제적 작업영역(Global workspace)'이라고 하며, 뇌간과 시상의 많은 무의식적 정보가 대뇌피질의 의식적 영역으로 광범위하게 전사된다고 생물학적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이렇게 의식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있는데, 이들 연구의 공통점은 '무의식의 정보가 의식에 많은 영향을 준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뇌과학의 발전은 그것이 과학적으로도 증명해내고 있다. 이런 무의식 과정은 인간이 인지하지 못해도 대뇌피질에 전달되어 신경시스템의 순화와 억제, 왜곡과 같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집중하는 동안, 앞서 언급한 '적응무의식'은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한다. 무의식은 우리에게 많은 정보를 준다. 적응무의식은 우리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 초원의 사슴이 먹이를 먹다가도 호랑이를 발견하고 달아나는 반응은 인간에게도 유효하다. 이 글의 앞에서 제시된 상황에서 차은상은 최영도를 적대시하고 있기 때문에 멀리서도 그를 알아보고 본능적으로 피할 수 있었다.
무의식과 의식이 잘 연결되는 뇌, 창의성이 불꽃 튄다
그렇다면 무의식과 의식이 잘 연결되면 어떤 상태가 될까? 예술역사가이자 정신분석가인 크리스(Ernst Kris)는 창의적인 사람은 상대적으로 의식과 무의식 정신 과정이 쉽게 소통된다고 설명한다. 뇌 이미지를 연구하는 몇몇 과학자들은 오른쪽 측두엽 영역과 앞쪽 상측두구가 참석자가 번쩍이는 통찰력을 경험할 때 특히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 영역은 창의적이고 통찰력을 요하는 문제를 풀기 위해 처음 노력할 때도 역시 활성화된다. 뇌의 연결이 원활할 때 창의적 직관력에도 불꽃이 튄다는 증거이다.
뇌 신경회로는 섹스와 폭력성 등 관계없어 보이는 반응을 밀접하게 연결시키기도 한다. 프로이드가 지적했듯이 감정과 본능적인 무의식적 감정은 섹스, 공격성, 두려움 등 인간의 다양한 면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의식과 무의식의 진화 생물학은 결국 수학적 사고와 예술, 과학에서의 창의성, 공감과 자녀 양육에서 법정 유죄판결까지 인간 생활의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인간의 탐구에 있어서 뇌과학과 신경과학적 발전은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고, 자신에 대한 실존적 물음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한다.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연구가 인간의 의사결정이나 사회성은 어떻게 설명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글. 조해리 기자 hsaver@naver.com
[브레인미디어 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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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상속자들' 박신혜가 김우빈을 피한 이유, '뇌'는 알고 있다 : 뇌와 '의식·무의식'(클릭)
3편. '응답하라 1994'가 재미있는 이유, 뇌 때문이다 : 뇌와 사회성 (클릭)
4편. 국보도 보물도 아닌 '철불상'에 미국인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12월 18일(수) 불안, 공포, 신경증 뇌를 알면 해결될까?
기획취재- 전은애 팀장, 조해리 기자 자문위원- 이승호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