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단식이 화제다. 16시간 혹은 24시간만 굶으면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말에 기자도 혹했다. 새해마다 체중감량을 꿈꾸던 브레인미디어 두 명의 기자가 2주간 간헐적 단식을 체험해 보았다.
☞ (기사 보러가기) 난 그래도 1.5kg 빠졌다! 조 기자의 간헐적 단식 체험기
간헐적 단식 이렇게 했다
간헐적 단식은 급작스럽게 시작되었다. 한 방송에서 간헐적 단식으로 6kg을 감량했다는 여성이 맛있게 삼겹살을 먹는 모습을 보며 '그래 나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했다. 간헐적 단식을 시작한 목적은 체중 감량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자는 간헐적 단식을 통해 체중감량 보다는 다른 효과를 보았다.
일단 간헐적 단식은 월, 수요일을 아침, 점심을 거르는 ‘24시간 단식’을 하고, 나머지 5일 동안 2끼를 먹는 ‘16시간 단식’으로 시작했다. 지난 몇 년간 명상단식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에서 3~5일씩 단식을 했던 경험이 있어 굶는 것에 대한 큰 걱정은 없었다.
운동은 기존부터 해오던 필라테스를 일주일 2회, 1시간 30분씩 병행했다. <간헐적 단식, 몸찬패스트처럼> 저자 조경국 씨는 공복 상태에서 운동하는 것이 좋다고 추천했지만, 공복상태에서 운동하는 건 차마 용기를 내지 못했다.
▲ 새해마다 다이어트를 꿈꾸지만 실패하는 이유는 이 세상에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기 때문이 아닐까?
간헐적 단식의 효과는?
가장 기대했던 체중의 변화는 뚜렷하게 없었다. 1주일 동안 움직일 줄 모르던 체중계의 숫자는 7일째 되는 아침 0.5kg 줄었다. 체중 문제는 간헐적 단식에 대한 정보부족이 원인이었다. 단식 시간만 잘 지키면 단식하고 마음껏 먹으면 되는 줄 알았다. 실패의 생생한 이야기는 곧 볼 수 있다.
그러나 짧은 기간 스스로 인지될 만큼 변화된 점은 몇 가지 있다. 우선 침침하던 눈이 밝아졌다. 매일 컴퓨터 화면을 보거나 흔들리는 차 안에서 스마트폰이나 책을 보면 눈앞이 침침해지는 증상이 있었다. 특히 피곤할 때 심했고, 점심 후 사무실에 돌아와 컴퓨터를 켜면 모니터 화면의 글이 잘 보이지 않았다. 단식 일주일 후 책을 보는데 갑자기 눈앞이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사무실 건너편 빌딩의 광고판 글씨도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또 긍정적 효과라면 오후 시간 집중력이 향상된 것이다. 식사 후 식곤증이 생겨 졸리거나, 집중력이 떨어져 집중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딴 일 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일이 사라졌다. 신체는 소화하는 데에 에너지를 쓰지 않으니 오히려 에너지 효율성은 더 높아진 셈이다. 단식날 배고파서 일이 될까 하는 우려와 달리 오후 시간 충분한 물을 마시고 따뜻한 차를 마시니 오히려 더 가뿐했다.
과식과 폭식 사이에서 방황하다
문제는 단식이 끝난 후 식사할 때 발생했다. 첫 24시간 단식을 끝낸 날, 저녁을 맛있게 든든히 먹기로 마음먹었다. 퇴근 후 집에서 호박국도 끓이고 냉장고에 있던 훈제오리고기도 굽고, 상추, 깻잎, 쑥갓, 오이도 탈탈 털어 씻었다. 아삭한 열무김치 2개도 탁탁 썰고 현미밥을 밥그릇에 그득 담았다.
24시간을 기다렸기에 충분히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반 공기 정도 비우니 배가 불렀다. 더 먹고 싶은데 배가 불렀다.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불현듯 서울시가 지난 6월부터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를 시작했고 오늘 내가 남긴 음식은 쓰레기가 되어 아름다운 대한민국 자연이 훼손되는 것이 보이는 듯했다. 그래 다 먹자! 그날 저녁 음식물 쓰레기로 지구 환경이 훼손되기 전에 내 위장이 먼저 훼손되었다. 저녁 시간 내내 졸음이 쏟아지며 정신을 차릴 수 없어 30분가량 깜빡 졸고 일어났더니 얼굴이 퉁퉁 부어있었다. 결국 소화제를 꺼냈다. 악순환이 시작되었다.
16시간 단식 후에도 24시간 단식 후에도 첫 주는 단식 보다 먹는 시간이 더 괴로웠다. 더 먹고 싶다는 마음과 그만 먹어야 한다는 갈등 속에서 식사를 끝냈다. 무언가 잘못되어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부터 서점, 도서관, 인터넷 등을 통해 간헐적 단식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 최근 간헐적 단식법이 화제가 되면서 관련 서적들도 쏟아져 나왔다.
☞(공부의 결과는 기사로) 여름휴가 앞둔 다이어트, ‘간헐적 단식’이 구세주가 될 것인가?
간헐적 단식 전문가들은 단식을 하면 많이 먹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간헐적 단식 연구에서 단식 날 평소의 25%만 섭취한 사람들이 다음날 175%를 먹은 것이 아니라 110~115%만 더 먹었다는 것이다. 즉, 이틀 동안의 평균 섭취 칼로리가 단식을 통해 크게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나의 식욕은 연구팀의 실험참가자들보다는 더 강했던 모양이다. 난 단식 때 먹지 못했던 양을 포함해 175% 이상을 먹었고, 간헐적 단식을 시작한 첫 주는 늘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0.5kg씩이나 빠진 건 정말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닐까 작은 희망을 품어본다.
간헐적 단식도 결국 많은 다이어트 방법의 하나일 뿐
대부분의 다이어트는 효과가 없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미국 UCLA 대학 연구팀이 지난 2007년 장기 다이어트 실험 31개를 분석한 결과,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5년 안에 원래 체중으로 돌아오면 3분의 1은 다이어트를 시작할 당시보다 체중이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효과적으로 체중을 감량하려면 어떤 방법을 쓰던 합리적이고 유연하게 실천 가능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회식 자리에서도 휴가를 가더라도, 갑자기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간헐적 단식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일주일에 2번 정도만 아침, 점심을 거르면 되니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월요일, 수요일을 단식날로 정했지만, 이번 주 월요일에는 점심약속이 생겨 화요일에 24시간 단식을 했다.
모든 다이어트 방법들이 참고 인내하며 식욕조절과 관리를 해야 하듯, 결국 간헐적 단식도 마찬가지이다. 단식날은 배고픔을 참아야 하고, 먹을 때는 적당히 먹기 위해 참아야 했다.
2주간의 간헐적 단식에서 체중의 변화는 크지 않았지만 뜻밖의 효과가 생겼다. 충분한 지식을 얻었고 실패도 했다. 앞으로의 간헐적 단식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기대된다.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