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녀를 둔 집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새벽 한두 시쯤 문득 잠에서 깼을 때 아직 잠들지 않은 자녀를 발견하지 않는가? 자기 방에서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과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다.
청소년은 왜 그렇게 잠을 제때 자지 않을까? 이유는 다양하다. 친구와 어울리려는 강한 욕구, 불안감과 스트레스 등이다. 하지만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생물학적 이유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청소년기에 발달하는 다른 뇌 부위는 바로 솔방울샘(송과체)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솔방울샘이 뇌에서 유일하게 하나만 있는 기관이라는 것이다. 편도체, 시상, 해마 등 다른 기관은 뇌의 양 반구에 하나씩 두 개 있다.
반면 솔방울샘은 오직 하나로, 뇌 정중앙에 위치한다. 이런 특이성 때문에 아주 오래전부터 연구대상이 되어왔다. 2,300년 전 그리스 의사 헤로필로스Herophilus는 솔방울샘이 생각의 흐름을 조절하는 밸브라고 생각했다. 또한 17세기 중반 철학자 데카르트는 솔방울샘은 영혼의 본거지라고 말했다.
오늘날 우리는 솔방울샘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이라 불리는 수면-각성 주기 조절임을 알고 있다. 이는 긴장을 풀고 수면을 촉진하는 신경호르몬인 멜라토닌을 통해 이루어진다. 해가 진 후 다시 해가 뜰 때까지 빛이 없을 때 솔방울샘은 멜라토닌을 분비한다. 이것이 우리가 주로 밤에 자는 이유다.
멜라토닌 분비를 조절하려면 해가 지고 뜨는 빛의 변화를 감지해야 한다. 하지만 외부의 빛만이 유일한 조건은 아니다. 일주기 리듬은 유전과 뉴런, 생리적으로 정해진 과정 덕에 자율체계를 갖추고 있다.
우리 내부의 유전적, 생리적 일주기 리듬은 외부 요인을 예측하고 앞서 대응할 수 있다. 즉 주위가 밝아 오기 전에 이미 우리는 숙면 상태에서 빠져나오며 깰 준비를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밤이 찾아와 어둠이 내려앉기 전 이미 조금씩 졸리기 시작한다. 몸의 에너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회복을 위한 숙면에 앞서 몸의 긴장을 푸는 것이다. 몸은 생리활동을 통해 외부 변화를 예측해 대응한다.
바르셀로나대학교와 옥스포드대학교에서 신경계와 학습의 관계를 연구하며 과학의 대중화에 힘써온 신경과학자 다비드 부에노의 《말랑말랑 청소년의 뇌》 중에서
※ 인사이트는 《브레인》에서 선정한 뇌과학 도서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인간의 뇌에 대한 아포리즘 및 다양한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