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성향과 뇌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정치성향과 뇌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조와여의 뇌 마음건강’ 유튜브 채널과 함께하는 뇌 이야기

브레인 88호
2021년 08월 01일 (일)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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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성향은 보통 부모, 교육, 민족, 문화, 성별, 직업, 소득 같은 사회적 요인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개인의 정치적 신념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의 영향이 깊이 개입해 있기 때문에 이후에 다른 요인에 의해 바꾸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정치 성향은 환경 요인 외에 뇌의 개별적 특성과도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전학,뇌과학 등의 분야에서 진보주의와 보수주의가 어떻게 개인의 정치 성향을 형성하는지를 규명하는 연구들이 속속 진행되고 있다.


▲ 조와여의 뇌 마음건강 유튜브 채널 '정치성향을 바꾸기 어려운 이유, 뇌 때문이라고?!'편

정치성향은 왜 바꾸기 어려운가

미국 남가주대 심리학과 요한스 카플란 교수 연구팀은 ‘개인의 정치적 신념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사람이 정치적인 신념을 지키거나 바꾸려고 할 때 뇌의 어떤 부분이 활성화되는 지를 관찰했다.

연구팀은 자신을 ‘자유주의자’라고 여기는 40명의 실험 참가자(18세~39세, 남녀 각각 20명)에게 정치적인 의미와 비정치적인 의미가 담긴 8개의 문장을 각각 보여주었다. 정치적인 문장은 ‘낙태는 불법이다’, ‘총기 규제는 강화되어야 한다’ 등의 내용으로 구성하고, 비정치적인 문장은 ‘멀티비타민 섭취는 건강 증진에 효과가 있다’,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했다’ 등의 내용으로 구성했다.

참가자들은 각 문장에 대한 자신의 동의 여부에 따라 1~7점의 점수를 매긴 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로 각 참가자들이 동의한 문장에 대한 반박문을 보여주면서 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관찰했다. 예를 들어, 총기 규제 강화에 반대하는 사람에게 ‘총기 범죄의 98%가 도난 당한 총기로 발생한다’같은 문장을 보여주었고, 비정치적인 문장에 대한 반박문은 ‘험프리 데이비는 에디슨보다 70년이나 앞서 전기램프가 가능함을 증명했다’ 같은 내용을 보여주었다. 참가자들 대부분은 비정치적인 문장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했다고 믿었던 사람들은 험프리 데이비 이야기를 들은 뒤 ‘전구를 처음 개발한 것은 에디슨이 아니라 험프리 데이비’라고 생각을 바꿨지만 정치적 신념은 바뀌지 않았다. 연구팀이 뇌를 관찰한 결과 정치적 신념이 바뀌지 않은 사람들은 뇌의 ‘편도체’와 ‘뇌섬엽’ 부분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도체와 뇌섬엽은 감정적인 부분을 처리하거나 위협을 느껴 공격적인 반응을 나타낼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다.


▲ 정치적으로 반대되는 사실을 맞닥드렸을 때 이성적인 부분보다는 감정적인 영역이 활성화 돼 정치적인 성향을 바꾸는 것이 어렵다. 

정치적 신념은 자신의 정체성을 관장하는 뇌 부위를 자극한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아무리 잘못된 행동을 하더라도 쉽게 돌아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적 편향이나 신념은 자신의 정체성을 관장하는 뇌의 감성적 부위를 자극하고, 이는 마치 종교적 신념과도 비슷하다.

이 연구를 통해 정치적으로 반대되는 사실을 맞닥뜨렸을 때 이성적인 부분보다는 감정적인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성보다 감정이 더 강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논리적인 설득으로 정치 성향을 바꿀 가능성이 크지 않음을 암시한다. 이 연구는 '사이언티픽 리포트' 에 실렸다. [1]
 

▲ 미국 남가주대 심리학과 요한스 카플란 교수 연구팀은 정치적인 신념을 지키거나 바꾸려 할 때
뇌의 어떤 부분이 활성화 되는지를 관찰했다.


▲ 정치적인 신념이 바뀌지 않은 사람들은 뇌의 '편도체'와 '뇌섬엽'부분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와 보수, 서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보가 다르다.

최근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권준수 교수 연구팀은 성인 106명의 정치 성향과 뇌 연결망 차이를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진보와 보수의 성향 차이는 사회문제를 받아들이는 심리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진보 성향은 사회적 평등과 같은 ‘공평성’을 중시하고, 보수 성향은 경제적 안정과 안보 같은 ‘조직 안정성’에더 무게를 뒀다.

연구팀은 성인 106명을 정치 성향 척도로 설문조사해 보수,중도, 진보 성향의 세 그룹으로 나눈 후 휴지기 상태의 뇌 변화를 관찰했다. 보수 성향의 사람들은 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 OFC)과 전두엽precuneus, 측면 후두피질lateral occipital cortex과 전두엽·안와전두피질 사이의 더 강한 본질적 연결성(활성화)이 나타났으며, 자기 조절 능력이나 회복 탄력성과 관련 있는 뇌 기능적 연결성이 진보 성향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한 진보 성향의 사람들은 모호하고 새로운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보수 성향의 사람들이 위험한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 보수 성향을 가진 사람들 간에 뇌의 활성화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건 해외의 여러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만으로 정치 성향에 따라 뇌의 기능적 연결망에 차이가 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연구에 참여한 피검사자 수가 적고, 모든 연령이 아닌 청년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였기 때문에 결과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또한 정치 성향에 따라 뇌의 기능적 연결망 차이를 확인한 결과이므로 정치적 성향에 따라 뇌 기능의 차이가 생겨난 것인지, 뇌 기능의 차이로 인해 정치적 성향이 다른지는 알 수 없기에 보수성향을 가진 사람의 뇌가 진보 성향의 사람보다 심리적 안정성이 높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 이 연구는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렸다. [2]

[1] Kaplan, J., Gimbel, S. & Harris, S. “Neural correlates of maintaining one’s political beliefs in the face of counterevidence.”Sci Rep 6 , 39589 (2016). (https://doi.org/10.1038/srep39589)
[2] Kim, T., Hur, JW., Kwak, S. et al. “Intrinsic functional connectivity of blue and red brains: neurobiological evidence of different stress resilience between political attitudes.” Sci Rep 10 , 15877 (2020). (https://doi.org/10.1038/s41598-020-72980-x)


글. 조용환 유튜브채널 ‘조와여의 뇌 마음건강’ 운영자
유튜브 채널 ‘조와여의 뇌 마음건강’ 운영자. 국가 공인 브레인트레이너.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흥미로운 뇌 이야기와 함께 브레인 트레이닝 관련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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