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리포트] 멘탈케어 시장이 커지면서 더 주목받는 ‘명상’

슬기로운 뇌활용 생활

브레인 92호
2022년 10월 31일 (월)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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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근력을 기르다

“재택근무로 종일 집에 혼자 있으니 육체적으로 피곤한 건 아닌데 무언가 답답하고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무언가 해보고 싶은데 내가 원하는 게 뭔지를 모르겠다.”

삶의 활기,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 바깥을 향해 있는 시선을 내 안으로 돌리는 것부터 시작하자. 다른 사람들은 뭐하고 사는지, 어떤 게 유행인지 끊임없이 살피는 그 시선 말이다. 심지어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외부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외모, 사회적 지위, 경제력을 비교 평가하며 남들에게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끊임없이 살핀다. 

3년 가까이 팬데믹을 겪으며 사람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오프라인의 다양한 활동들이 취소되거나 축소되고, 사람들 간의 접촉이 대폭 줄고 혼자 있는 시간이 늘면서 나타난 변화이다. 그중 하나가 명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체적 운동이 몸의 근력을 키우는 활동이라면, 명상은 마음의 근력을 기르는 운동이라고 할 것이다. 외적 요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면이 스스로 행복한 상태에 이르기 위해 명상을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명상, 트렌드가 되다

전통적으로 명상은 종교나 영성에 기반을 둔 수행으로 인식되었다. 그래서 명상을 종교의 범주에 넣는 시각이 아직은 많이 남아 있다. 근래에는 마음을 다스리는 멘탈 관리법 또는 정신 훈련법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특히 서구사회에서는 뇌과학, 심리학 등과 접목해 건강관리, 스트레스 해소, 역량계발 등 더 나은 삶을 위한 단련법으로 명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명상을 미신이라 여겼던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몇 년 전부터 명상에 푹 빠졌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에는 명상을 신비한 종교적 체험에 쉽게 현혹되는 사람들이나 하는 행동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명상 앱 ‘헤드스페이스Headspace’를 만든 앤디 퍼디컴을 통해 좀더 쉽게 명상하는 법을 배웠고, 명상을 통해 어떤 생각이나 감정에서 편안함을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들에서도 직원들의 스트레스 관리, 동기 부여, 역량 강화를 위해 명상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미 명상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회사 내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한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구글은 명상수련 과정을 이수한 직원 수가 5천 명이 넘는다. 

구글의 명상교육 과정인 ‘내면 검색 프로그램(Search Inside Yourself Program)’은 2012년 비영리 교육기관으로 독립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페이스북, 인텔, P&G, 골든만삭스 등 해외 유명 기업들은 앞다투어 명상 교육을 도입하고, 사내 명상실을 마련해 직원들이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구성원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인력관리 방안으로 사내 명상센터를 만들거나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1천억 원을 투자해 경북 영덕군 칠보산 일대에 약 2만 6천 평 규모의 명상 연수원을 열었다. 여기에서는 호흡, 걷기, 먹기, 수면과 같은 생활 명상에서부터 숲이나 해변 같은 자연에서 경험하는 명상까지 다양한 힐링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한결같이 명상을 통해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줄고, 집중력, 창의력, 유대감, 행복감이 증대되었다고 말한다. 또한 명상은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인 의사결정 능력과 업무능력, 공감· 소통능력을 기르는 데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이유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비롯한 비즈니스, 리더십 분야에서도 명상을 적극 도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군대, 학교,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명상을 활용한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7년 정신과 의사들을 중심으로 대한명상의학회가 발족했고, 2018년에는 카이스트에 명상과학연구소가 개설되었다. 이제 국내에서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명상을 과학적으로, 임상적으로 연구하고 적용하려는 움직임들이 활발해졌다.

명상에 대한 관심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면서 교육계에도 변화가 보인다. 글로벌사이버대학교는 2022년 국내 대학 최초로 명상치료학과를 개설했다.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명상치료학과 한정현 학과장은 “동양 명상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 속에서 명상치료학과 신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명상에 대한 이해와 훈련 및 명상 치료를 통해 먼저 나 자신부터 심신 건강을 증진시키고, 사회적으로도 심신 건강 분야의 경쟁력 있는 전문가를 양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뇌과학의 발달과 함께 자기공명영상(MRI),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뇌파도(EEG) 등 뇌 측정기기가 개발되면서 명상 전과 후 뇌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뇌 측정기기를 이용한 명상 연구는 지속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이 같은 연구를 통해 명상을 꾸준히 하면 뇌의 구조와 기능이 변화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명상, 뇌를 바꾸다

위스콘신대학교 리처드 데이비슨Richard J. Davidson 박사는 장시간의 명상 경험자들의 좌측 전전두엽이 대조군에 비해 활발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로써 좌측 전전두엽이 우측보다 활성화하면 행복감을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명상은 뇌 구조 변화뿐 아니라 스트레스 완화에도 큰 효과를 보였다. 한국뇌과학연구원과 서울대학병원은 19~37세의 질병이 없는 건강한 일반인 57명 그룹과 18~36세의 평균 3년 반 동안 규칙적으로 브레인 명상을 한 67명 그룹을 비교 연구했다. 연구결과 브레인 명상을 한 그룹은 긍정적 정서가 더 높고 스트레스 정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조군의 경우 스트레스가 증가함에 따라 긍정적 정서반응이 줄어든 반면, 브레인 명상 그룹은 스트레스 증가 여부에 상관없이 대처 능력이 높았다. 이 연구결과는 신경과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뉴로사이언스레터(Neuroscience Letter)》에 실렸다.

전두엽과 측두엽은 노화가 진행될수록 부피가 축소되고 두께가 얇아지는 등 기능이 약해진다. 명상을 하면 세월을 거슬러 뇌가 두꺼워지고 뇌 구조가 바뀐다는 것은 치매 같은 퇴행성 뇌질환 예방에 명상이 효과가 있음을 시사한다. 뿐만 아니라 내측 전전두엽은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분노나 슬픔을 절제하는 효과가 뛰어나 명상을 하면 스트레스나 우울증 감소에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명상, IT 기술을 만나다

외부 활동에 제약이 많은 언택트 시대가 되면서 IT 기술에 명상을 접목한 명상 앱이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3년간 출시된 명상 앱만 2천 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헬스&피트니스 분야의 앱 가운데 매출이 가장 많은 것으로 꼽히는 ‘캄Calm’은 2012년 서비스를 시작해 지난해 2월 기업가치 1조 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캄의 매출은 1억 5천만 달러(약 1,800억 원)로 전 세계에서 4천만 건 이상 다운로드 했으며, 유료 가입자도 1백만 명이 넘는다. 

유튜브에서도 명상 콘텐츠가 늘고 있다. 시간적 .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마인드Mind’와 ‘유튜브Youtue’의 합성어인 ‘마인튜브(Mind+ Youtube)’를 찾는다. 여기에는 불면증, 습관 교정, 자존감 회복 같은 심리적 문제와 통증 관리, 다이어트 등 신체적 건강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들이 있다.
 

▲ 명상 앱 '캄', '헤드스페이스'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을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존 카밧진 매사추세츠대학교 의대 명예교수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후 온라인 명상을 지도했다. 전 세계 115개국의 1천 명 넘는 사람들이 온라인 화상 채팅 시스템을 통해 존 카밧진과 함께 팬데믹 상황에서의 고민을 나누고 명상을 함께 했다. 

그는 “우리는 현재 거대한 불확실성과 두려움과 스트레스에 직면해 자신을 스스로 격리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며, “팬데믹 상황과 친구가 되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말로 명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소비자들의 심리건강 회복에 중점을 둔 멘탈케어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특히 ‘마인드카페’, ‘캐시워크’, ‘트러스트’를 비롯해 막대한 투자 유치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선보이는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명상 기업인 단월드도 온라인 라이브 클래스 및 코칭을 통해 초보자부터 숙련자까지 주제별로 온라인 명상을 진행한다. 명상 전문가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홈 트레이닝 방식이다. 단월드의 박종찬 트레이너는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전문 트레이너들이 온라인에 맞게 표준화된 수련을 지도해 화상 시스템으로 수강생들의 동작을 직접 체크하며 코치해주고 있다”면서 “온라인으로도 수련효과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월 16일 발표한 ‘코로나19 발생 전후 삶의 만족도와 사회통합 인식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민 행복도(10점 기준:매우 행복함)는 2019년 6.48점에서 2021년 6.33점으로 하락한 반면, 우울감(10점 기준: 매우 우울함)은 같은 기간 2.71에서 2.93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우울감을 느끼는 정도가 증가하면서 정신건강을 관리해주는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이에 따라 시장 수요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글. 전은애 수석기자 hspma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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