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0.1초 만에 사랑에 빠진다

뇌는 0.1초 만에 사랑에 빠진다

세계적인 뇌과학자가 밝히는 달콤 쌉싸름한 연애의 심리

2011년 01월 31일 (월)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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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심각한 정신병이다.” -플라톤-

“사랑, 그것은 타인에게 우리를 박해할 권리를 주는 것이다.” -도스트예프스키-

“사랑할 때처럼 고통에 무방비 상태인 때는 없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유사 이래 문학, 미술, 음악 등 예술 분야에서 사랑은 영원불멸의 주제였다. 위대한 문호와 철학자들은 저마다 사랑을 논했으며, 수많은 학자와 지식인들이 사랑의 속성을 꿰뚫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모두들 사랑이라는 거대한 퍼즐의 작은 조각들만을 찾아냈을 뿐, 본질을 파악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성공하지 못했다.

세계적인 뇌과학자, 사랑에 매혹되다 
일본의 저명한 뇌과학자 모기 겐이치로 또한 <뇌는 0.1초 만에 사랑에 빠진다>로 사랑의 퍼즐조각을 만드는 데 동참했다. 도쿄 대학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을 거친 모기 겐이치로는 뇌와 마음의 관계를 천착하는 과학자이자 NHK를 비롯한 각종 방송과 강연, 저서 등을 통해 일본 대중들에게 친숙한 지식인이다. 그런 그가 왜 사랑이라는 주제에 빠져든 것일까?  과학자인 그 또한 사랑의 불확실성에 매혹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과학으로만 사랑을 설명하지 않는다. 과학의 한계를 분명히 아는 그는 철학과 문학, 심리학 등 인간의 삶을 규정해온 다양한 학문을 동원해 사랑의 본질에 접근하려고 노력한다. 한마디로 모기 겐이치로는 ‘사랑의 통섭’을 시도한다.

 
“사랑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 모두 옳으면서도 그르다. 사랑은 과학으로도 철학으로도 분석될 수 없는 무엇이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는 사랑과 연애도 이 사이 어디쯤 위치할 것이다. 중요한 건 우리 사랑과 연애가 개인의 풍부한 감정과 세상에 대한 유연한 자세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나는 여기에 ‘과학적 시점’이라는 향신료를 뿌릴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만남’이 펼쳐질 것이다.”

왜 0.1초 만에 사랑에 빠지나
<뇌는 0.1초 만에 사랑에 빠진다>는 만남에서 이별까지 사랑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1장 ‘만남, 설렘과 불안 사이’는 본격적인 사랑에 앞서 만남에 대한 뇌와 감정의 변화를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책의 제목인 0.1초에 대한 비밀이 밝혀진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첫 눈에 빠지는 과정은 편도체의 작용 때문이다.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는 우리가 언어화하기 이전에 빠른 결론을 내린다. 이때 걸리는 시간은 불과 0.1초! 짧은 시간만큼 그때 느끼는 감정은 강렬하다. 로미오의 사랑고백을 받은 줄리엣이 “‘번개가 친다’고 말하기도 전에 사라져 버리는 번개를 닮았다”고 한 말은 이런 강렬함을 잘 표현한다.

물론 첫눈에 반하는 감정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우리 뇌 속에 이성을 관장하는 대뇌신피질이 활동하기 때문이다. 대뇌신피질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되묻는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인간은 이유가 필요한 동물”이라며 “순간의 감정에 스스로를 내맡겼던 뇌가 대뇌신피질을 통해 냉정하게 판단하기 시작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저자는 이를 “직감으로 사랑하고 분석으로 깊어진다”고 정리한다. 

강렬한 만남은 사랑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 사랑에는 ‘차이’라는 장애물이 존재한다. 2장 ‘사랑, 차이와 공감 사이’는 사랑이란 차이를 이해하고 나아가 공감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고민을 말하지 못하는 남자의 심리, 여자의 기분을 잘 헤아리지 못하는 남자의 고민, 심리학이 구분한 사랑의 유형 등 남녀의 차이에 대해 집중적으로 언급한다.

3장 ‘이별, 분노와 후회 사이’는 차이를 공감하지 못한 후 발생하는 일들을 고찰한다. 한마디로 ‘헤어진 다음날’에 대한 이야기다. 이 장에서는 지나간 사랑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이유와 이별 후 남녀의 다름을 꼼꼼히 들여다본다. 4장 ‘이별, 수용과 치유 사이’에서는 이별을 인정하고 다시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내면의 성장을 다루며, 마지막 5장 ‘다시 사랑, 우연과 필연 사이’는 모든 게 끝나버린 것 같은 사랑도 다시 오기 마련이며 그때 사랑은 더 성숙한 관계로 이어질 것이라는 저자의 따뜻한 격려와 조언이 곁들여진다. 

사랑은 운명이 아니라 확률이다?
모기 겐이치로는 실패한 사랑 혹은 오지 않는 사랑으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과학자인 저자가 보기에 사랑이란 운명적인 만남이 아니라 확률과 우연이 겹쳐 이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랑을 기다리기보다 더 적극적으로 찾아 나설 때 운명적인 사랑을 만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그는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를 인용해 이를 설명한다.

“인간은 땅에서 살고 있는 동안 물에서 헤엄칠 수 있는지 상상하지 못한다. 정말 내가 헤엄칠 수 있는지는 물속에 몸을 던져봐야 아는 것이다. 물론 물에서 허우적거릴지도 모르지만 그때서야 헤엄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안전한 땅만 고집하는 한 사랑이라는 이름의 바다에서 내가 헤엄칠 수 있는지 상상할 수 없다. 이제 그 바다에 몸을 던져보자.”   

<뇌는 0.1초 만에 사랑에 빠진다>는 일본 출간 후 “사랑을 절대적으로 믿는 독자들에서 사랑에 무관심한 모든 독자들까지 책을 읽은 모든 이에게 사랑과 연애의 본질을 일깨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책은 모두가 말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설레지만 불안하고, 달콤하지만 씁쓸한 ‘사랑의 실체’를 전해줄 것이다.

글. 이수연 객원기자 brainlsy@brai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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