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위기의 시대, 다시 연결되고 공감하기 위한 뇌과학자의 탐구
AI·디지털 기술이 일상을 완전히 뒤바꿔 놓은 지금, 우리는 사람들과의 물리적 만남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시대를 맞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사회적 연결은 빠르게 약해지고, 고립과 외로움은 현대인의 가장 심각한 건강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뇌는 왜 친구를 원하는가》는 스탠퍼드대 출신 뇌과학자 벤 라인이 ‘인간의 뇌는 본질적으로 연결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최신 신경과학 연구로 입증한 책이다. 저자는 고립이 생명과 건강에 어떤 위협을 주는지 밝히고 약해진 사회적 뇌(social brain)를 다시 깨우는 관계의 기술 등을 제시하며 인간이 다시 서로에게 연결되고 회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뇌과학적 관점에서 제시한다.
막연한 외로움과 불안을 느끼는 현대인, 고립된 생활로 뇌 건강이 염려되는 개인, 다시 타인과 건강하게 연결되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혼자가 편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뇌가 원하는 진짜 행복과 건강을 되찾는 과학적 해법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뇌과학이 밝혀낸 ‘연결의 본능’과 ‘고립의 비극’
핸드폰과 통장만 있다면 방 안에서도 몇 년은 살 수 있는 시대다. 사람들은 하루 종일 연결되어 있지만, 역설적으로 점점 더 외로움을 느낀다. 은둔형 청년, 고독사, 우울과 불안의 증가, 관계의 단절은 이제 일상의 풍경이 되었다.
《뇌는 왜 친구를 원하는가》는 스탠퍼드 뇌과학자 벤 라인 박사가 이런 시대를 향해 던지는 과학적 경고이자 처방이다. 인간의 뇌는 본래 타인과 연결될 때 가장 건강하게 작동하며, 고립은 뇌의 기능을 실제로 무너뜨린다는 사실을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 보여준다. 저자는 말한다.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심장병만큼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스탠퍼드대 신경과학자이자 100만 팔로워를 가진 과학 커뮤니케이터 벤 라인은 이 책에서 두 가지 뇌과학적 진실을 파헤친다.
첫 번째는 뇌가 ‘연결’을 섭취해야만 하는 기관이라는 사실이다. 심장이 피를 돌리고 위장이 음식을 소화하듯, 뇌는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존에 필수적인 ‘사회적 영양’을 공급받는다.
친구와 눈을 맞추거나 연인과 포옹할 때, 우리 뇌에서는 옥시토신, 세로토닌, 도파민이 동시에 터져 나온다. 저자는 이를 ‘화학적 칵테일’이라 부르며, 이것이 뇌 건강과 인지 기능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천연 영양제’이자, 뇌를 단련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임을 알려준다. 놀랍게도 이 효과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이웃, 카페 점원과 나누는 짧은 대화에서도 유효하다.
두 번째 발견은 고립이 뇌에 가하는 물리적 타격에 관한 것이다. 학계에서는 고립을 “뇌가 겪는 최악의 형벌”로 규정한다. 이는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고립’ 상황이 지속되면 뇌는 이를 심각한 생존 위협으로 인식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과다 분비하게 되는데, 이 상태가 지속되면 신체의 항염 기능이 고장 나 전신에 염증이 퍼지고 뇌혈관 조직이 서서히 파괴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뿐 아니라 사회적 연결이라는 자극이 끊긴 뇌는 시냅스가 위축되고 소멸하는 과정을 겪는다.
실제로 고립된 노인의 뇌에서는 대뇌피질이 얇아지고 기억 중추인 해마가 쪼그라드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이는 치매 발병 위험을 2배나 높이는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저자는 '외로운 뇌'는 우리의 노화를 가속시키고 건강에 위협이 된다고 강조한다.
고립이 이토록 치명적임에도,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종종 타인을 밀어내고 자발적 고립을 택하곤 한다. 저자는 이것이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뇌가 가진 미세한 ‘신경과학적 결함(오류)’ 때문이라고 다정하게 위로한다.
고립된 상태가 반복되면 뇌는 타인의 무표정을 ‘거절’로 오해하고, ‘저 사람은 위험해’라며 신뢰 회로를 차단하며, ‘나가봤자 별거 없어’라는 잘못된 판단을 강화한다. 결국 즐거움을 느끼는 보상 시스템까지 고장내버린다.
스마트폰 하나면 거의 모든 생활을 할 수 있는 편리함에 취해 고립을 선택하는 순간, 뇌는 우리를 바깥세상으로부터 더 멀어지게 만드는 악순환을 시작하는 것이다.
사회적 뇌(Social Brain)를 회복하는 관계의 기술
이 책은 문제의 현상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뇌과학적 관점에서 우리 삶을 보다 건강하게 만드는 실용적이며 희망적인 대안을 남겨준다. 내향형과 외향형 각각에 맞는 관계 유지법, 일상의 소소한 상호작용이 주는 긍정적 효과, 그리고 온라인에서 부정적 감정을 쏟아내는 대신 친구와 커피 한 잔 나누는 일의 가치까지 다룬다.
‘밖으로 나가기’, ‘미소 짓기’, ‘미러링’, ‘눈 마주치기’ 등과 같은 단순한 행동이 왜 뇌를 회복시키는지를 설명하며, 관계의 질을 높이는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이 밖에도 책은 사회적 관계와 연결을 둘러싼 최신 뇌과학 연구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놓는다.
벤 라인 박사는 말한다. 현대 문명은 혼자 살아도 괜찮다고 우리를 속이지만, 인간의 뇌는 결코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관계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뇌는 왜 친구를 원하는가》는 단절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다시 연결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과학의 언어로 가르쳐주는 책이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