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등 스튜디오 지브리를 대표하는 무수한 명작의 음악감독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현대 클래식 음악가 히사이시 조. 그는 작곡뿐만 아니라 지휘, 연주 등 다방면의 활동을 꾸준히 이어 오며 많은 이들에게 음악으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좋은 음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사유를 게을리하지 않는 노력은 그의 음악에 고스란히 담겨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대담집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역시 그러한 고찰의 연장선 위에 있다.
히사이시 조는 이 책에서 뇌과학의 권위자이자 해부학자인 요로 다케시를 만나 지혜와 영감이 가득한 대화를 나눈다. ‘인간은 왜 음악을 만들고 예술과 감각은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큰 주제 안에서 펼쳐지는 이들의 논의는 음악을 비롯한 예술, 과학, 철학, 사회학, 인문학, 곤충의 생태까지 폭넓게 아우르며 읽는 이에게 풍성한 지적 자극을 선사한다.
히사이시 조와 요로 다케시의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는 음악과 인간을 잇는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결고리를 조망한 대담집이다. 인간의 몸과 마음은 어떻게 음악을 듣는지, 좋은 음악의 조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어떤 감각이 필요한지 등 다양한 화제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두 저자의 이야기는 유쾌하게 술술 읽히면서도 독자에게 생각할 지점을 남긴다.
음악을 비롯한 예술, 과학, 철학, 사회학, 인문학, 곤충의 생태까지 방대한 분야의 지식을 씨실과 날실처럼 엮어 내며 이어지는 지적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사고의 폭이 넓어진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히사이시 조의 팬들에게 이 책은 그가 지향하는 음악과 작곡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들, 작업 과정의 내밀한 사유들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두 사람의 대화가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주제를 담고 있음에도 편안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그들의 이야기에서 서로에 대한 존중과 존경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히사이시 조는 뇌과학과 곤충 연구를 중심으로 한 해부학, 그리고 사회·문화적 비평에 있어서 요로 다케시의 전문 지식과 견해를 존중한다.
한편 요로 다케시 역시 히사이시 조가 음악 이론과 작곡법, 녹음 현장에 대해 논할 때 적극적인 경청으로 논의를 풍요롭게 한다. 같은 주제 안에서도 과학의 시선과 음악의 시선으로 서로 다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하는 대화의 장에서 두 저자의 시너지는 톡톡히 빛을 발한다.
감각을 되찾는 일은 ‘살아 있음을 온전히 느낀다’라는 측면에서 삶에 대한 태도와도 관련이 깊다.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는 노년에 접어든 두 저자가 독자에게 보내는 응원 섞인 조언이자 인간의 삶에 대한 찬미이기도 하다.
생의 감각을 날카롭게 벼려 살아가는 의미를 온몸으로 느끼는 인생은 아름답다. 궁극적으로는 그것이 우리가 예술을 사랑하는 이유이자 음악을 듣는 이유가 아닐까. 히사이시 조, 요로 다케시 두 사람이 긴 세월 각자의 분야에 매진하며 쌓은 지혜가 고스란히 담긴 이 대담집은 예술과 음악을, 무엇보다도 삶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