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북스]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뇌과학부터

[브레인 북스]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뇌과학부터

뇌과학자 엄마와 사춘기 딸의 2박 3일 뇌 트래킹


아이를 위한 단 하나의 교육법을 선택해야 한다면, 바로 뇌과학!
 

뇌과학자는 자신의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할까. 벨기에의 뇌과학자 카롤리엔 노터베어트 박사와 열일곱 살의 딸 마리. 이 책은 모녀가 2박 3일 동안 트래킹 하면서 ‘뇌’를 주제로 나눈 대화를 모은 말랑말랑한 뇌과학서이다. 

변화무쌍한 사춘기 아이와의 감정싸움에 지쳐 “아이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다!”라고 한 번쯤 생각해 본 부모라면, 뇌를 열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고 먼저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관계를 개선하려는 목적만은 아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헤쳐나갈 거친 세상에서, 아이 스스로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또 자신을 지켜내며, 타고난 잠재력을 100퍼센트 발휘,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최신 뇌과학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 나는 누구예요?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죠?” 사춘기 소녀 마리의 물음에서 이 책은 시작된다. 뇌과학자 엄마는 설교를 늘어놓는 대신 아일랜드의 유명한 트래킹 코스인 ‘위클로 웨이’를 걷기로 한다. 

산과 호수, 빽빽한 나무 숲과 낮은 구릉 ……, 아름답고 신비로운 자연 속에서 엄마는 피질, 전두엽, 변연계, 해마 등 뇌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알려준다. 뇌가 어떻게 ‘생각과 감정’을 만들어내고 이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지, 원리에서 방법까지 이어지는 설명은 아이의 보폭에 맞춰 걷듯 쉽고 간결하다.

아이를 양육하는 모든 부모의 마음은 내 아이가 독립적으로 잘 살기를 바라는 데 있다. 부모가 아이 인생에 매번 올바른 결정을 내려줄 수 없다면,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교육법은 바로 ‘뇌과학’이다. 인공지능 시대, 뇌과학이 뇌 교육으로 확장되며 수많은 뇌과학책이 쏟아지는 지금, 이 책은 단연 돋보인다. TEDxTalks 명강의 ‘뇌를 해킹하라’를 기반으로 한 이 책은, 출간 직후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 2위에 빠르게 오르는 등 주목을 받았다.
 

삶을 바꾸는 마스터키, 뇌과학!
뇌과학자 엄마가 공부 대신 딸과 걷기를 선택한 이유

“삶에서 뇌가 얼마나 중요한지 고려할 때 나는 왜 우리 사회가 뇌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이토록 드물고, 대신에 공공연한 전파를 유명인의 사생활과 리얼리티 쇼로 채우는지 의문을 품곤 했다.” 

뇌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의 말이다. 우리 교육 현실에 빗대어 말하면 “살아가는 데 뇌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왜 교육은 교과 학습에만 집중하는가”로 치환할 수 있지 않을까.

성장기 아이들의 머릿속엔 온갖 질문으로 가득하다. 자신이 누구인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의문을 품은 아이들에게 부모와 교사를 비롯한 주위 어른들은 어떻게 답해야 할까. ‘너는 착한 아이야’,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된단다’, ‘너 자신과 타인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렴.’ 최선의 답처럼 보이지만, 이 답에 이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후대에 전수하는 지혜는 나이 듦 속에서 수많은 경험을 쌓아가며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현대 과학이 그 지름길을 밝혀내기에 이르렀다. 바로 뇌과학이다. 우리 뇌가 생각과 감정, 지각을 만들어내는 기전을 통해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세상을 온전히 사랑하며 살 수 있을지, 스스로 주도권을 쥐고 컨트롤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뇌과학자 카롤리엔 노터베어트 박사는 사춘기 딸과 함께 아일랜드 위클로 웨이로 2박 3일 도보 여행을 떠난다. 엄마는 ‘생각’이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와 ‘생각’을 긍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법을 뇌과학으로 설명한다. 

피질, 전두엽, 변연계, 해마 등 뇌의 구조와 작동 원리는 쉽고 간결하다. 더불어 내딛는 걸음마다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은 무뎌진 감각을 깨운다. 보랏빛 히스 꽃밭과 양 떼, 오래된 수도원을 지나고,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작은 깨달음을 안겨 준다. 깊은 고요와 헐떡이는 숨소리에 존재의 신성함을 느끼는 사이 사흘간의 여정은 끝나고, 마리는 비로소 알게 된다.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고, 종종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지, 용기 있게 자신의 삶을 손에 쥐고 온전히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사흘 동안 엄마는 마리에게 삶을 바꾸는 마스터키를 선물한 것이다.
 

“내 머릿속에 원숭이가 살고 있다.”
창의적이고 신선한 방식의 뇌과학책

“엄마, 나는 누구예요?” “어떻게 살아야 하죠?” 딸의 물음에 엄마는 먼저 우리의 ‘머릿속 생각’을 들여다보자고 제안한다. 뇌 속에는 우리가 무엇을 느끼고, 말하고, 해야 하고, 하게 만들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말하는 목소리가 있다. 

엄마는 이 목소리를 ‘원숭이’로 표현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원숭이가 시키는 대로 우리는 말하고 듣고 행동하는데, 원숭이의 마음은 자주 왜곡되고 조작된다. 왜곡되고 조작된 생각을 따를수록 우리는 자기 자신으로 살지 못하고,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할뿐더러, 불행해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저자는 ‘원숭이’를 통해 ‘뇌와 생각’의 관계를 설명하는 한편, 뇌의 신경학적 원리를 대화 속에 녹여낸다. 편도체를 중심으로 하는 변연계와 전두엽의 연결 방식 등으로 뇌의 메커니즘을 밝혀낸다. 

무엇보다 뇌는 평생 변화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한 메시지이자, 삶을 바꿀 수 있는 희망으로 제시된다. 몸은 성인이 되면 성장을 멈추지만, 뇌는 우리가 숨을 거두는 날까지 계속 변화한다. 바로 신경가소성이다. 

뇌의 신경 세포인 뉴런은 감각기관이 포착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저장하는데, 이 경험(정보)이 뇌를 변화시킨다. 즉 뇌의 정보 선택 과정에서 우리가 어떤 생각과 느낌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뇌는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선택된 정보들이 쌓여 ‘지금의 나’가 만들어지는 셈인데, 저자는 여성 과학자의 예를 든다. 

전통적으로 과학은 남자아이들이 하는 거라는 말을 듣고 자란 여자아이들은 과학에 흥미를 느낄 수 없다. 과거 뛰어난 과학자들이 대부분 남자라는 배경에는 이런 교육에 대한 남녀차별이 있었다. 실제로 태어날 때 남녀는 똑같은 뇌를 타고 난다. 후천적으로 사회적 관습, 교육, 환경에 의해 길들여지면서 잠재성과 재능이 다르게 발현될 뿐이다.

그렇다면 생각과 느낌을 어떻게 통제해야 할까. 다시 말해 쉴 새 없이 떠드는 원숭이를 어떻게 길들일까. 저자는 뇌의 메커니즘을 긍정적(혹은 역)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특정 행동, 생각, 감정이 일어날 때를 알아차리고,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경험을 주입하는 것이다. 이제껏 없었던 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명상이다. 

전 세계 가장 큰 무료 명상 앱 ‘인사이트 타이머Insight Timer’에서 명상을 지도하고 있는 저자는 아이가 거부감 없이 명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매일 15분씩 8주간의 핵심 명상법을 간결하게 설명한 뒤 위클로의 지평선이 보이는 너른 바위에서 딸과 함께 시연한다.
 

부모는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녀의 인생에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미지의 영역이었던 뇌 연구는 이제 인간의 한계를 무한 확장하고 있다. 2,500년 전 명상을 통해 깨달음을 구한 붓다는 세상을 떠나면서 제자들에게 “무엇에도 의지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의지처로 삼으라”는 유언을 남겼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당부이다. 

우리는 살면서 때때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누구이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뇌는 우리가 어떤 답을 했느냐에 따라 그 길을 따른다. 결국 이 책은 ‘생각의 힘’과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에 대한 것이다. 수수께끼를 맞히고 좋아하는 딸의 모습을 보고 엄마는 예감한다. 사흘간의 여정으로 딸의 인생이 바뀌었음을.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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