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천년 웅혼한 우리 역사에서 오늘을 진단할 열쇠를 찾다

9천년 웅혼한 우리 역사에서 오늘을 진단할 열쇠를 찾다

“궁문 밖에 신원목伸寃木을 설치하여 백성의 뜻(民情 민정)을 들으니 나라 안팎이 크게 기뻐하였다” 고려 말 충신 행촌 이암이 지은 《단군세기檀君世紀》에 나오는 10세 노을단군 때 일이다. 이때가 서기 전 1946년의 일이라고 하니 4,000년 전에도 백성과 소통하고 고충을 듣는 것이 매우 중요했던 모양이다.

3세 가륵 단군이 삼랑三郞 을보륵을 불러 왕이 백성을 다스리고 교화하는 길을 물으니, “왕은 능히 덕德과 이理로써 세상을 다스려 각기 그 생명을 안전하게 하는 것이 왕이 베풀 바요, 백성은 승복할 것입니다”라고 답한다. 이 또한 《단군세기》 내용이다.

우리가 흔히 속담으로 쓰고 있는 ‘짚신도 짝이 있다’ ‘열 손가락을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는 말은 1세 단군 왕검이 내린 조서에서 비롯되었다. 조서에는 “짐승도 쌍이 있고 헌 신도 짝이 있다. 너희 남녀는 화목하여 원망하지 말며, 질투하지 말며, 음란하지 말라. 열 손가락을 깨물어 보아라. 크고 작은 것 없이 다 아프다. 너희는 서로 사랑하고 서로 헐뜯지 말며, 서로 돕되 다투거나 싸우지 말아야 가정과 국가가 흥성할 것이다.”라고 했다.

《단군세기》를 비롯해 조선 중종 때 일십당 이맥이 지은 《태백일사》를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한 운초 계연수가 1898년에 모아서 편집하고 저술했다. 거기에 다시 1911년에 신라 사람 안함로의 《삼성기》와 고려사람 원동중의 《삼성기》 그리고 범장의 《북부여기》 상․하 및 〈가섭원부여기〉를 합편한, 총 5권으로 된 책이 바로 《한단고기桓檀古記》이다.

《한단고기》는 《부도지符都誌》와 더불어 우리 고대사 연구의 쌍벽을 이루는 최고의 사료이다. 《부도지》가 1만 4천 년 전 파미르고원을 발원지로 펼쳐졌던 한민족의 상고 문화와 심오한 정신철학을 다루었다면, 《한단고기》는 9천 년 전 바이칼 호수에서 시작되어 한국桓國, 배달倍達, 조선(단군 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 고려 등 광활한 만주대륙을 누빈 우리 민족의 웅혼한 역사를 만날 수 있다. 또한 《한단고기》는 우리 민족의 정치, 철학, 종교, 문학, 문자, 음악, 고고학, 민속학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뿌리와 인류 문화의 근원을 밝히고 있다.

한민족의 정신을 말살코자 했던 일제의 마수를 피하기 위해 옹기그릇에 담아 땅속에 매장했다가 1948년에 필사본 초판이, 1979년에 재판이 출간되었다. 최근 한문화에서 나온 《한단고기》는 1979년 판을 저본으로, 《부도지》의 역자이기도 한 김은수 선생이 1985년 가나출판사에서 출간했다가 절판된 책을 복간한 것이다.

고서를 번역하고 주해를 단 것 뿐 아니라 1980년대 중반 《부도지》와 《한단고기》를 번역․주해한 책을 출간함으로써 우리 고대사 연구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김은수 선생의 논문 〈우리 역사를 이렇게 본다〉도 함께 실려 있다.

김은수 선생은 논문에서 “한국에는 한국인을 노예로 만드는 역사는 있어도 한국인을 자주적 국민으로 양성하는 역사가 없다.”고 평했다. 사대사상에 젖은 역사관과 일제의 식민지 사학을 벗어나 자주적인 역사관을 갖고 우리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를 웅변하고 있다.

우리가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과거의 경험에서 배워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통찰해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이다. 《한단고기》 곳곳에서 오늘날 우리 앞에 놓인 과제를 풀어나갈 지혜와 깊은 통찰을 발견해 보자.

글. 강나리 기자  heonjukk@naver.com  / 사진. 한문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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