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감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을 파헤치다

[신간] 고삐 풀린 뇌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일명 '우유주사'라 불리는 수면 마취제인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었다. 사회지도층 자제의 대마초 흡연도 연일 언론에 보도되며 사람들에게 충격을 던져주었다.

문제는 약물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가정을 버리고, 재산을 탕진해가며 도박이나 알코올에 중독된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쉽게 보고 듣는다. 이처럼 인간 존재 양식의 중요한 기반을 이루는 쾌감은 종종 심각하고 자멸적인 중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중독자라고 하면 흔히 음식이나 마약, 섹스 또는 도박으로부터 엄청난 쾌감을 얻는 사람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같은 맥락에서 중독은 도덕적으로 타락하거나 의지가 박약한 낙오자들이 겪는 질병이 아니다. 위대한 예술가나 과학자, 리더 가운데서도 약물중독자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샤를 보들레르는 대마초와 아편 중독이었고, 올더스 헉슬리 역시 메스칼린과 LSD 중독이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코카인 중독, 알렉산더 대왕은 심한 알코올 중독이었다.

<고삐 풀린 뇌- 우리의 자유의지를 배반하는 쾌감회로의 진실>은 물, 음식, 섹스, 운동, 명상, 기도, 자선 등이 어떻게 쾌감회로를 자극하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또 실제로 중독에 빠졌을 때 뇌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생리학적으로 설명해준다.

린든은 중독의 모든 것이 단 하나의 신경화학 물질, 즉 도파민으로 귀결된다고 말한다. 우리가 짜릿하거나 유쾌하다고 느끼는 사건을 경험할 때 우리의 뇌 속 쾌감회로에는 불이 켜지고 우리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천연 화학물질인 도파민을 방출한다. 이때 시상하부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우리가 그 좋은 기분을 획득했는지 기억에 저장한다. 이 즐거운 경험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뇌의 기저핵은 이 과정을 간소화하여 습관적으로 되풀이하도록 만든다.

저자는 쾌감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음식이나 성행위, 도박이나 약물처럼 당장의 쾌락을 추구하지만, 종교적 신념을 위해 당장의 음주나 성행위를 포기하기도 한다. 또한, 확신할 수 없으면서도 긍정적인 미래를 이야기하는 점괘를 믿는 것 등 추상적 쾌감이 인간의 행동과 문화를 발전시켰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저자인 미국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 교수인 데이비드 린든은 뇌세포와 기억에 대한 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다. <신경심리학 저널>의 편집장을 맡고 있고, 뇌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데이비드 J. 린든 저 ㅣ 김한영 옮김 ㅣ 작가정신 ㅣ 312쪽 ㅣ 17,000원

글. 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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