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학 최초 '공유형 캠퍼스', 세종공동캠퍼스 운영법인 한석수 이사장
인류가 직면한 인공지능(AI) 시대, 대학의 미래와 인간 고유의 가치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대한민국 행정수도의 중심에서 국내 최초의 '공유형 캠퍼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고등교육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세종공동캠퍼스 운영법인의 한석수 초대 이사장을 만났다.
교육부 대학정책실장과 한국대학신문 논설위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원장 등을 지낸 고등교육정책의 대표 전문가이자 세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한 그는, 최근 취임 2주년을 맞아 저서 『꿈의 구장 세종공동캠퍼스를 꿈꾸며』를 발간했다. '미래형 K-캠퍼스' 하이브리드 혁신을 선언한 그가 제시하는 교육의 미래를 전한다.
Part 1. 시인의 시선으로 지은 고등교육의 '꿈의 구장’
Q. 이번에 내신 책 『꿈의 구장 세종공동캠퍼스를 꿈꾸며』를 보면 마치 한 편의 거대한 교육 시(詩)를 완성해 가시는 느낌을 받습니다. 시인의 감성과 인문학적 철학이 세종공동캠퍼스의 공간과 운영에 어떤 영향을 주었습니까?
‘교육 시(詩)를 완성해 간다’는 표현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시는 시인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라기 보다, 시인의 곁을 떠나 도서관이나 어느 공간에서 나름의 씨앗 머금고 있다가 낯선 독자와 눈맞춤 이뤄지는 인연의 순간부터 싹을 틔우고 꽃 피워 가는 과정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책 제목은 제가 1998년 미국 아이오와주에 있을 때 현장에서 보았던 영화 <꿈의 구장(Field of Dreams)>의 명대사, "만들면 그들이 올 것이다(If you build it, they will come)"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 케빈 코스트너가 옥수수 밭을 야구 스타디움으로 만든 것처럼, 대부분 논밭과 임야에 불과했던 이곳 세종에세종대왕의 '집현전 정신'을 구현하는 미래형 K-캠퍼스를 일구어내겠다는 저의 소명과 의지를 담은 책입니다.
세종대왕께서는 1420년 인재 양성 및 학문 연구기관으로 집현전을 정비하셨고 학술문화발전의 황금기를 구가하셨습니다.
집현전 정신의 숨결과 조선시대 선비들의 기상, 여기저기 숨어있는 메타포까지 자신만의 시각으로 찾아내어 입주대학 구성원들이 시집 읽듯이 활용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죠.
세종 시민들을 대상으로 좋은 글귀를 공모해서 학술문화지원센터 벽면에 게시하고 있는데, 지난번 입학 시즌에 즈음하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메세지를 전하고 싶어 게시한 적도 있습니다.
▲ 입학 시즌에 즈음하여 게시한 ‘숫타니파타’ 글
Q. 국내 최초의 '공유형 캠퍼스'인 세종공동캠퍼스는 구체적으로 어떤 개념이며 기존 대학 모델과 무엇이 다른가요?
한마디로 한 공간에 다수의 유수한 대학들이 모여 시설을 공동으로 활용하고, 상호 융합 교육과 산학연 활동을 펼치는 새로운 고등교육 형태입니다.
현재 한밭대, 충남대, 충북대, KDI국제정책대학원, 서울대 대학원 등 각기 색깔이 완전히 다른 대학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존 대학들처럼 단일 학교의 폐쇄된 공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강의실, 도서관, 체육관 등을 함께 쓰며 캠퍼스 운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창의성'입니다.
창의성은 결국 '다양성'을 배경으로 발현됩니다. 완전히 다른 배경을 가진 다양한 대학의 학생들이 한 캠퍼스에 모여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토론하다 보면, 기존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엄청난 융합 시너지가 발생하게 됩니다.
실제로 올해 홍콩 신도시 개발과 대학 유치를 준비하는 홍콩 정무부사장을 비롯해 30여 명의 방문단이 이곳을 벤치마킹하러 와서 놀라워 했습니다.
Part 2. AI 디스토피아를 극복할 '21세기 오디세우스형 인재’
Q. KERIS 원장 시절 '21세기 오디세우스형 인재'라는 개념을 제시하셨는데, 오늘날의 AI 시대와 연결 지어 설명해 주신 부분이 깊은 울림을 줍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속 오디세우스는 수많은 유혹과 괴물들의 위협 속에서도 불굴의 용기와 지혜, 그리고 동료들과의 협업을 통해 마침내 고향 이타카로 돌아갑니다. 일종의 교육적 '성장 소설'이지요.
저는 오디세우스가 마주했던 외눈박이 괴물 폴리페모스나 마녀, 세이렌의 유혹이 오늘날 인공지능 기술의 고도화로 인한 디스토피아적 위기 상황, 즉 '특이점'을 맞이한 AI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봅니다.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어쩔 수 없이 초지능 AI와 경쟁하고 교류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기술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 자신이 가진 두뇌, 즉 '뇌의 주인'이 되어 몸과 마음을 스스로 다스리는 자기 경영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공동체적 소명의식과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오디세우스 처럼, 기술 문명 속에서 휴머니즘과 주체성을 지닌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지금의 시대적 과제입니다.
▲ '꿈의 구장'을 꿈꾸는 세종공동캠퍼스 한석수 초대 이사장
Q. 교육부와 학교 현장을 두루 거친 정통 교육 행정가로서, 고향인 공주·세종 지역으로 돌아와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총괄하시는 소회도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제가 고향인 공주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상경해 교육부 대학정책실장, KERIS 원장, 고등학교 교장, 대학교수까지 지냈습니다. 평생 고등교육 개혁과 정책 수립이라는 칼자루만 쥐고 살았지, 정작 현장에서 이를 직접 구현해 볼 기회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행복청에서 이사장직 제안 전화가 왔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는 전율을 느꼈습니다.
"과거 정책가로서 다 이루지 못했던 혁신의 꿈을 네 고향에 돌아가 직접 완성해 보라"는 하늘의 계시 같았습니다. 저의 모든 평생 이력과 노하우를 한데 모아 불꽃을 피워내겠다는 각오로 헌신하고 있습니다.
Part 3. 'K-스피릿'으로 하드웨어를 채우다
Q. BTS 모교인 글로벌사이버대학교와의 최근 MOU 체결했습니다. 이번 협약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기대하는 온·오프라인 융합 비전은 무엇입니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천안 캠퍼스를 직접 방문했을 때 정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K스피릿을 알리는 국학원이 캠퍼스에 함께 있는 유기적인 구조를 보며 깜짝 놀랐고,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아리랑' 공연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이 뛰었습니다.
글로벌사이버대가 지향하는 '지구경영', '지구시민', 그리고 '홍익인간'의 K-스피릿 가치는 제가 평소에 생각하던 미래 교육 철학과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세종공동캠퍼스가 세종대왕의 정신을 담은 '미래형 K-캠퍼스'라는 물리적 하드웨어를 구축해 놓았으니, 글로벌사이버대의 K-콘텐츠 자산과 융합하여 전 세계 유학생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미래형 글로벌 K-캠퍼스'의 융합 모델을 함께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 6월 세종공동캠퍼스운영법인과 글로벌사이버대학교 MOU
Q. MOU 당시 이사장님께서 인성 교육을 강조하시며, ‘뇌교육·명상 콘텐츠 보급'을 직접 언급하셨습니다. 현재 임대형 캠퍼스에 입주한 의료, 기술, 정책 중심의 인재들에게 글로벌사이버대의 '뇌교육 및 명상 기반 휴먼테크놀로지'가 왜 필수적이라고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인간의 결을 고양시키고 미래 학생들이 인간을 결정론적 존재가 아닌 뇌가소성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로 받아 들이며, 삶을 더 지혜롭게 경영시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명상은 결국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스스로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대학에서 뇌에 대한 교육이나 명상이 체계적으로 다루지지 않고, 평생교육 차원에서 이를 접하게 되는 실정이지요.
뇌교육∘명상 분야에서 우수한 콘텐츠를 갖추고 있는 글로벌 사이버대학교와 협력해서 공캠 입주 대학 학생들이 이를 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의대 및 수의대, 인공지능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해당 분야 전문자격 취득을 위해 지식과 기술적 공부에 전념하게 되는데, 오히려 명상과 인성교육, 인문학적 소양을 가장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믿습니다.
특히, 생명을 다루는 의사나 수의사들이 환자를 단순히 진단하고 처방하는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고귀한 '존재'로 바라보며 어떻게 고통을 치유하며 휴머니즘을 실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인재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Q. 세종공동캠퍼스가 지향하는 최종적인 대학 구조 개혁의 청사진은 무엇입니까?
현재 인프라 구축 중심인 행복청 관할 단계에서 한 걸음 나아가, 이제는 '교육부 직영 관리 체제'로 관할권이 전환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교육부가 이 독자적인 대학 콤플렉스를 직접 직접 관할하며, '라이즈(RISE) 사업'이나 '서울대 10개 만들기' 같은 핵심 국가 교육 정책의 과감한 시범 전초기지로 삼아야 합니다. 이곳에 충남대, 충북대, 한밭대가 입주해 있고 향후 공주대 분양형 캠퍼스까지 완공되면 중부권 주요 국립대학들의 자연스러운 '느슨한 형태의 통합 거버넌스'가 완성됩니다.
미국의 UC 계열 시스템처럼 캠퍼스별 특성화를 유도하고 대학 간 느슨한 연합 모델을 시범 운영함으로써, 대한민국 고등교육 개혁의 성공 방정식을 가장 빠르게 증명해 낼 수 있는 최적의 테스트베드가 바로 이곳 세종공동캠퍼스입니다.
▲ 한석수 이사장은 세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하다.
Part 4. 늙은 에밀의 삶, "몸을 움직여 뇌를 깨워라“
Q. 평소 좋은 뇌 상태와 건강을 유지하시는 이사장님만의 라이프 루틴이나 두뇌 비결이 궁금합니다.
저는 루소의 저서 『에밀』에 나오는 인간상, 즉 "농부처럼 일하고 철학자처럼 사색하는 인간"을 모델로 삼고 삽니다.
스스로를 '늙은 에밀'이라 이름 짓고 오래전부터 작은 농원을 가꾸며 직접 농사를 짓고 있는데, 이것이 제 두뇌 건강과 창의성의 원천입니다.
과거 페스탈로치가 주장한 '노작 교육(Labor Education)'의 가치는 현대 과학기술 시대에 맞춰 혁신적으로 현대화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흙을 만지는 것을 넘어 인공지능, 로봇, 3D 프린터를 활용하는 '메이커 스페이스' 체험까지 아우르는 확장된 노작 교육이 필요합니다.
뇌과학적으로도 과거의 지덕체(智德體)' 교육은 바뀌어야 합니다. 이제는 '체덕지(體德智)'입니다.
몸을 먼저 움직이고 신체를 자극해야 두뇌의 뉴런들이 새로운 연결망을 만들어내고 창의성이 발현됩니다. 학생들이 지칠 때 뇌를 비우고 쉴 수 있도록 캠퍼스 내에 '멍 때리는 명상 공간'을 두고 싶습니다.
Q. 《브레인》 독자들에게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IQ가 가장 높은 뇌가 좋은 나라로 꼽히지만, 다가오는 인성·창의성의 시대에는 과거의 암기식 두뇌 지표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새로운 차원의 교육이 절실합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제가 BTS의 동문이 되고 뇌교육과 원격 혁신교육에 깊이 매료되어 최근 글로벌사이버대학교에 '학사 편입'을 전격 신청했습니다. 동문이자 파트너로서 세종시에서 대한민국 미래 교육의 거대한 패러다임을 함께 바꾸어 나갑시다. 감사합니다.
정리. 장래혁 편집장 | 사진. 김경아
[Box] 국내 대학 최초 공유형캠퍼스, 세종공동캠퍼스
세종공동캠퍼스는 융·복합 교육·연구를 통한 우수 인재 육성을 목표로 국내 유수의 대학들이 같은 공간에 모여 발전적 경쟁과 협력을 통한 융복합 교육 및 연구, 산학연 활동의 효과성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2024년 9월 개교했다.
세종시 집현동 4-2 생활권 부지 약 60만㎡에 건립했고, 현재 서울대 행정대학원 협동과정(72명), KDI 정책대학원(114명), 충남대 의대(290명), 충북대 수의대(150명), 한밭대 인공지능학과(252명) 등이 입주했으며, 충남대 및 공주대(28년), 고려대 세종캠퍼스(30년)까지 추가 입주하면 정원 3,000명에 교직원 500여명 정도의 규모를 갖추게 된다.
세종대왕의 집현전 정신을 구현하여, 국가정책 및 국제통상, IT·BT·ET 분야 등의 첨단 교육·연구를 이끌어갈 미래형 K-Campus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