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을 한탄하면서도 왜 반복할까
2026년이 시작된 지도 몇 주가 지났다. 그 몇 주가 오랜 과거처럼 느껴질 정도로 우리 주변에는 어지러울 정도의 변화가 몰아치고 있지만(필자는 지금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잠시 생각을 멈추고 우리가 무슨 생각과 목표와 다짐으로 한 해를 시작했는지를 한 번 떠올려 보자.
우리는 평소에도 여러 가지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어떤 것들은 원하는 결과를 얻기도 하지만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새해를 시작할 때는 조금 마음가짐이 다르다. 해가 바뀐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심리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우리 삶을 리셋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많은 경우, 변화를 향한 우리의 의지와 집중은 그리 오래 유지되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는 작심삼일의 반복을 한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이 오랜 패턴이 정말로 당연한 것인가? 왜 이러한 패턴이 반복될까? 이를 바꿀 수는 없을까?
우리의 뇌는 두 가지 모순된 성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뇌는 외부의 자극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기관이면서 동시에 변화를 불편하게 여기고 이에 저항한다. 뇌의 저항을 극복하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초인적인 의지를 갖고 있지 않고서는 매우 힘들다. 변화는 뇌에 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뇌와 협력함으로써 일어난다.
뇌와 협력해서 목표를 위한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목표한 바에 따라 원하는 결과를 얻는 대안적인 방법을 알아본다.
뇌의 아이디어를 가슴이 승인하는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내가 목표한 변화가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가’하는 점이다. 혹시 그 변화가 주변 사람들의 기대나 사회적 압력에 의해 강요된 것은 아닌가? 이를 간단하게 확인해 보는 방법은 그 변화가 이루어진 상태를 상상하면서 그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즐겁고 행복한 기분이 드는가? 몸에 힘이 느껴지는가? 만일 그러한 느낌이 있다면 그 변화를 위한 실천이 마치 목마를 때 물을 마시는 것처럼 쉽고 자연스러울 것이다. 만약 그런 긍정적인 느낌이 없다면 변화를 위한 실천은 매우 힘들고 부자연스러울 것이다. 이처럼 느낌은 실행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뇌가 아이디어를 내면 이에 대한 가슴의 동의 여부가 실행력을 판가름한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세운 목표에 대해 가슴에서 올라오는 공감과 승인의 느낌이 없다면, 그 목표가 진정 자신을 위한 것인지, 또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변화가 무엇인지를 다시 물어야 한다.
밀어붙이기 전에 멈춰서 정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해온 새해 결심은 대부분 ‘힘’에 의존한다. 마음의 통제력과 규율을 통해 행동을 바꾸려는 방식이다. 이것은 보통 실천의 어려움을 전제로 하고, 실천을 위한 압박과 통제를 기반으로 하며, 내적 협력보다 저항을 만들어 내고, 많은 주의력과 동기를 소모한다. 이 같은 방식은 결국 정신적 피로와 자기비판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목표에 대한 부담감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뇌를 움츠러들게 하고 가슴을 닫아버려서 실행의 에너지를 끌어내기 어렵게 한다.
의지력은 주의력을 전제로 한다. 이를 뇌의 관점에서 보면, 주의력은 무한한 자원이 아니다. 주의력은 사용 방식에 따라 고갈되기도 하고 회복되기도 하는 살아 있는 자원이다. 변화를 오직 힘으로 밀어붙일 때, 주의력은 긴장 상태에 놓인다. 긴장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마음은 그것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이는 정신적 나약함이 아니라 과부하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다른 방식도 가능하다. 새해 결심의 목적과 성격 자체를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새해를 이전보다 더 열심히 밀어붙여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하는 강박적 인식에서 벗어나, 잠시 멈추는 시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조금 더 주의 깊게 듣고, 조금 더 솔직하게 관찰하며, 조금 더 부드럽게 다시 정렬하는 시간으로. 이러한 전환은 결코 기준을 낮추는 것이 아니다. 변화가 일어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의지가 아닌 의도에 집중해야 한다
목표를 서둘러 정하지 말고, 성찰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상태를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자신의 몸을 느끼고 정서와 감정, 에너지 상태를 느껴본다.
지금 이 순간, 잠시 멈추어 보라. 무언가를 고쳐야 한다는 생각, 어떤 목표에 도달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그저 편안하게 자신을 느끼고 관찰한다. 부드럽게 자신의 호흡과 몸의 감각으로 주의를 옮겨본다. 지금 자신이 앉아 있거나 서 있거나 숨 쉬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느껴본다.
그리고 판단하기를 멈추고 자신에게 묻는다. “지금 내 몸과 마음 어디에 ‘애쓰는 힘’이 들어가 있는가?” “나는 무엇을 억지로 만들려고 하지 않는가?” 이렇게 스스로 묻는 과정에서 어떤 느낌들이 일어나면 이를 없애려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알아차리기만 하면 된다. 무언가를 내려놓으려고 애쓰기보다는 쥐고 있던 손을 조금 느슨하게 풀어주면 이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밀어붙이는 에너지 대신, 주의력이 머리에서 가슴을 지나 아랫배로 고요하게 가라앉는 것을 느낀다.
그 상태에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삶에서 어떤 가치를 경험하고 싶은지를 묻는다. 가치란 용기, 관대함, 지혜로움, 평화, 친절함 같은 것들이다. 이때, 자신이 현재 관대한지, 친절한지, 용기 있는지는 문제 삼지 않는다. 이러한 자기 평가는 자칫 자기비판 또는 비하가 되고, 시도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그보다는 자신이 그러한 가치를 삶에서 구현하기를 원한다는 사실 자체에 집중한다.
자신이 경험하고자 하는 가치를 선택했다면 이제 그 가치를 향해 주의력을 돌린다. 무엇인가를 바꾸거나 이루려고 하는 게 아니라, 단지 그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때 우리는 긴장감이나 압박감 없이 자신이 선택한 가치와 연결되는 느낌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평화로움, 친절함, 관대함, 용기, 지혜로움의 에너지가 몸으로 전해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의지와 의도의 차이를 몸으로 깨우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목표를 이루려면 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맞아야 한다
의지보다 의도가 효과적인 이유는 그것이 뇌가 변화하는 방식과 잘 맞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자기통제로 주의력을 소모하는 대신, 의도는 친절하게 방향을 알려주는 신호를 제공한다. 즉각적인 결과를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뇌에 당신의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이를 되풀이 하면 뇌의 주의력이 그 방향에 따라 작동하기 시작한다. 상황을 인식하고 선택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내면에서부터 변화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신경가소성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뇌는 의지에 따른 노력만으로 변하지 않으며, 주의력에 의한 긍정적이고 반복된 경험을 통해 변화한다. 뇌 속에 새로운 패턴이 형성되면서 그 패턴과 일치하는 행동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이다.
이 방식은 극적인 변화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또 그것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주의력이 일상의 작은 순간들 속에 스며들 때, 작은 순간들 속에서 자신이 선택한 가치를 경험할 때 변화는 더 빠르게 일어난다.
이 같은 속성을 활용해 다음과 같은 실천을 해볼 수 있다.
• 하루를 시작할 때 ‘의도’ 떠올리기
목표를 정하거나 계획을 세우기 전에 ‘의도’를 떠올려 본다. 일정이 아니라 방향이 하루를 이끌도록 하는 것이다.
• 방향에서 벗어났을 때 유연하게 돌아오기
하루 중 모든 순간에 의도의 방향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계속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방향에서 벗어났을 때 이를 인지하고 유연하게 돌아오는 것이다. 성공은 꾸준함이 아니라 돌아옴이다.
얼마나 자주 벗어났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의도로 돌아왔는지가 중요하다.
의지적 결심은 그 결심을 이행하지 못한 것을 실패로 여기고, 자신을 비하하며 포기해 버린다. 하지만 주의력 있는 의도는 마치 배가 목적지를 향해 가는 중에 바람이나 해류에 따라 흘러갈 수 있는 것처럼 일시적 이탈을 받아들이고 다시 방향을 잡는다.
의도와 주의력이 협업하면 변화가 쉬워진다
성과와 생산성을 중시하는 문화 속에서 이러한 방식은 성공의 의미를 다르게 제시한다. 뇌와 협력하는 방식에서의 성공이란 어려움 속에서도 알아차림이 늘어나는 것, 자기 자신과의 갈등이 줄어드는 것, 가치와 행동이 더 잘 맞아떨어지는 것, 자신에게 편안하게 (방향을 바꾸라고) 피드백을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의 성공이 구체적인 목표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반적인 성공과의 중요한 차이는 목표를 전투적 의지력으로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간헐적인 흔들림과 표류 속에서도 그 방향으로 나아갈 때 당연히 도달하게 되는 목적지로 여긴다는 것이다.
이 여정은 의도와 주의력이 서로를 도우며 가는 길이다. 의도는 방향을 정하고, 주의력은 그 방향으로 삶을 움직이게 한다. 이처럼 의도와 주의력이 통합될 때 선택은 지혜로워지고, 노력은 쉬워지며, 성취는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가 된다.
올해 역시 우리 삶에는 불확실함과 산만함, 도전이 찾아올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삶 속에서 그러한 요소를 피하거나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과 어떻게 마주하는가이다.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 물어보라. 올해 나는 어떤 의도를 품고 살 것인가?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 어떤 상태로 살고 싶은지, 어떤 가치를 삶 속에서 구현하고 싶은지에 대한 의도이다.
그 의도를 방향타로 삼고, 주의력이 의도를 따르게 하자. 변화가 더 쉬워지고, 삶이 더 순조로워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글_스티브 김 IBREA Foundation 이사. 《공생의 기술》 공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