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은 내 몸을 지키는 파수꾼

입맛은 내 몸을 지키는 파수꾼

감각 디톡스

브레인 114호
2025년 12월 26일 (금)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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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각 디톡스 [사진=게티이미지]
 

소아·청소년의 2형 당뇨 발생률, 10년 전보다 2배 넘게 증가

요즘 전 세계 어린이들이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코스프레를 하고, 수록곡인 ‘골든’을 부르며 불닭볶음면을 먹고 있습니다. K-문화의 파급력이 놀라운 이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라면의 인기입니다. 최근에는 농심에서 케데헌 라면까지 출시했죠. 다양한 나물, 해조류, 발효식품 등의 장점을 가진 한식이 제대로 알려지기도 전에 K-푸드가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는 방향으로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최근 제2형 당뇨병으로 진단되는 소아·청소년의 비율이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역학조사에서는 2002~2003년에 비해 2017~2018년 소아·청소년 2형 당뇨병 연간 발생률이 인구 10만 명당 9.0~17.9명으로 거의 2배 증가했다고 보고되었고[1] 우리나라에서도 역시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2] 

당뇨는 약보다는 식단 조절과 운동으로 완치가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밝혀지고 있는데[3] 문제는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해 약에 의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먹고 싶다는 욕망이 생명력을 되살리고자 하는 마음보다 큰 상황이죠. 
 

중독을 일으키는 맛   

문명의 발달로 사람들의 욕망이 더 쉽게 채워지는 ‘발전된’ 현대 사회에서 당뇨와 심혈관질환, 치매, 암 등의 만성질환 발생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무언가 이상하죠. 산업화한 농경으로 공장에서 찍어내는 초가공식품들, 걷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운송수단들, 장보기조차도 손만 까딱하면 해결되는 온라인 마켓의 발달. 일단 모든 이 발전이 지구와 인류의 지속 가능한 건강을 만드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은 확실해 보입니다. 

맛이라 명명되는, 혀와 코를 통해 느껴지는 감각들. 그중에 특히 중독을 일으키는 맛이 있습니다. 멈추지 못하고 계속 먹게 되는 맛을 가진 음식을 하이퍼팰러터블 푸드Hyperpalatable food(HPF)라고 합니다.[4] 아직 우리에게 낯선 이 단어는 비만과 식품중독 연구에서 자주 쓰이는데, 맛이 좋고 구미에 맞는다는 뜻의 ‘palatable’이라는 단어에 과하다는 의미인 ‘hyper’가 붙어 ‘과도한 맛을 가진 음식 또는 과도한 취향성 음식’이라고 해석됩니다. 

위키백과를 보면 ‘지방, 설탕, 나트륨 또는 탄수화물의 함량이 높아 뇌의 보상 시스템을 자극하여 과도한 식사를 유도하는 식품’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한편에선 이 단어를 ‘매우 맛있는 음식’이라고 해석하는데, 그보다는 ‘자극적인 맛, 고당-고지방 식품’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맞겠습니다. 
 

입맛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들

한 실험에서 쥐를 대상으로 하여 카페테리아식(cafeteria style, palatale high-fat diet : 베이컨, 소시지, 치즈케이크, 파운드케이크 등)을 제한 없이 먹게 하였을 때, 뇌의 보상 역치가 상승하여 마약에 장기간 노출된 쥐와 유사한 상태를 나타냈습니다. 뇌의 보상회로에서 도파민이 과잉 분비되며 D2수용체가 감소하고, 같은 수준의 쾌감을 얻기 위해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는 기전이죠. 물론 사료와 물만 자유롭게 섭취한 쥐 그룹에서는 중독이 일어나지 않았고, 체중도 정상으로 유지되었습니다. 

카페테리아식을 마음껏 먹게 한 쥐에게도 사료를 제공했지만, 이 쥐들은 사료는 별로 먹지 않았고 카페테리아식에 탐닉하며 강박적 섭식행동(혐오적 조건자극에도 방해받지 않고 계속 먹음)을 보였습니다.[5] 

이런 생물학적 요인에 더하여 사람에게는 입맛을 결정하는 데 인지, 문화, 사회, 정서적 요인이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광고를 통해 학습된 브랜드의 이미지가 입맛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죠. 시리얼 광고에서 시리얼이 엄마가 자녀에게 주는 최고의 아침 식사인 것처럼 행복하고 안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냄으로써 설탕과 정제 탄수화물을 결합한 초가공식품이 아침 식사 대용으로 오랫동안 소비되었습니다.  
 

▲ [사진=게티이미지]


입맛 정화를 위해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하는 것

과도한 감칠맛과 단맛에 노출된 지금의 입맛을 어떻게 정화할 수 있을까요? 일단 가장 먼저 멀리 해야 할 것은 정제 탄수화물과 단순당입니다. 정제 탄수화물이란 가루로 만들어져 곡물 본래의 형태가 없어진 것, 또는 이 가루로 만들어진 빵, 면, 떡, 과자 등을 말합니다. 

단순당 이란 과당, 설탕 등 탄수화물 중에서 분자 구조가 단순한 것을 말하는데, 반드시 피해야 할 형태의 단순당은 음료나 시럽 형태로 섭취하는 액체 형태의 당입니다. ‘음료는 달콤하게 마시지 말자’를 꼭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액체 상태의 당은 너무나 빠른 시간에 체내로 흡수되어 혈당을 치솟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혈당 스파이크라 불리는 혈당의 급격한 상승이 자주 일어나면 세포가 인슐린의 신호에 둔감해지는 인슐린 저항성이 생깁니다. 

또한 이로 인해 생긴 당뇨는 단순히 혈당만 높일 뿐 아니라, 다른 대사성 질환(심혈관질환, 신장질환)을 유발할 가능성도 높인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6] 

만일 당뇨 전 단계라거나 당뇨 초기여서 식단 조절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과감히 연속 혈당 측정기를 사용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를 통해 혈당 스파이크를 만들어 내는 음식이 어떤 것인지 수치로 인식하고, 전전두엽의 억제 기능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의 혈당 수치가 안정적인 경우에는 매일 체중을 재는 방법으로 객관적인 체크를 해나가기를 권합니다. 
 

지금 내 입에 넣는 것이 내 몸을 만든다

미세플라스틱, 중금속, 환경 호르몬, 잔류농약 등으로 오염된 환경 속에서 입맛 정화는 건강의 최전선을 지키는 일입니다. 입은 외부의 음식이 몸으로 들어오는 입구이므로, 입맛이 파수꾼 역할을 잘 해야 합니다. 

우리가 정화를 통해 되찾아야 하는 입맛은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고 음미하는 감각입니다. 탄수화물은 되도록 통곡물, 고구마, 감자 등과 같이 본래의 형태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섭취하고, 양념과 조리 방법을 간소하게 하여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 좋습니다. 

당뇨에 좋은 한 가지 음식은 없습니다. 우리 몸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적당한 양의 자연 식재료들을 다양하게 섭취하는 것이 가장 건강한 식습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자신의 식습관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일단 공장에서 나온 형태의 간식을 치우고 당근이나 오이 스틱으로 이를 대체하는 것부터 시작해 봅니다. 채소를 먹고 속이 불편하거나 가스가 차는 경우에는 적은 양의 채소를 살짝 쪄서 먹어 보세요. 

입으로 넣는 그 모든 것들이 내 몸을 만듭니다. 그리고 어떤 것을 넣을지 결정하는 것은 나의 입맛이죠. 내 몸을 만드는 재료가 들어오는 관문에 똘똘한 파수꾼을 세울지, 어리바리한 파수꾼을 그냥 방치할지는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글_정다운 치과의사. 유튜브 채널 ‘정다운 그린라이프’ 운영
 

참고문헌
[1] Zeitler P, Arslanian S. Type 2 diabetes in children and adolescents: A focus on diagnosis and treatment. In: Feingold KR, Anawalt B, Boyce A, et al., editors. Endotext [Internet]. 
[2] Rhie YJ. Characteristics and management of juvenile type 2 diabetes mellitus. J Korean Med Assoc. 2024 May;67(5):342–347. 
[3] Lean MEJ, Leslie WS, Barnes AC, Brosnahan N, Thom G, McCombie L, et al. 5-year follow-up of the randomised Diabetes Remission Clinical Trial (DiRECT) of continued support for weight loss maintenance in the UK: an extension study. Lancet Diabetes Endocrinol. 2024 Feb;12(4):233–246. 
[4] Fazzino TL, Rohde K, Sullivan DK. Hyper-Palatable Foods: Development of a Quantitative Definition and Application to the US Food System Database. Obesity (Silver Spring). 2019 Nov;27(11):1761–1768. 
[5] Johnson PM, Kenny PJ. Dopamine D2 receptors in addiction-like reward dysfunction and compulsive eating in obese rats. Nat Neurosci. 2010 May;13(5):635–641. 
[6] Kwon SY, Park HJ. Association among lifestyle factors, obesity, C-peptide secretion, metabolic syndrome, and cardiovascular risk in adults with newly diagnosed type 2 diabetes mellitus: A case study. J Health Info Stat. 2019;44(2):125–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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