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나와 분리해 대상화하라

뇌를 나와 분리해 대상화하라

뇌교육 칼럼

브레인 112호
2025년 08월 27일 (수)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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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 개발의 의미가 달라졌다 

인류는 최근 100여 년 사이에 상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 

1985년에 <전격Z작전>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방영된 <나이트 라이더Knight Rider>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다. 여기에 사람과 대화도 하고 자율주행도 가능한 자동차가 등장하는데, 당시에는 만화에나 나올법한 상상이었지만 지금 그것은 이미 실현되었고, 몇 년 안에 상용화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달하면서 과거에는 상상만 했던 일들이 실제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로 인해 인류가 예상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과학이 발전하면 더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우리의 삶이 편해지리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일을 하는 방식만 달라졌을 뿐 우리는 더 극심한 경쟁에 시달리고 있지 않은가.

과거에 비해 지적 업무의 강도가 현저히 높아지고,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과학기술의 혁신으로 인류는 창의성이나 인성 등 더 높은 차원의 능력을 요구받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두뇌 개발이라는 용어는 암기력 향상 정도로 국한되었지만, 이제는 뇌의 다양한 역량을 강화한다는  의미를 포괄한다. 

최근 뇌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대중적으로는 자신의 뇌를 발전시키거나 더 잘 활용한다는 개념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두뇌 개발이란 단순히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암기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관점이 고정되어 있으며, 창조성이나 인성은 타고나는 자질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두뇌 개발의 핵심은 더 현명한 선택을 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

이처럼 고착된 인식으로 인해 두뇌 개발의 미래를 약물이나 수술을 통한 인위적인 기능 강화로 상상하기도 한다. 특정 약물로 뇌의 기능을 발전시켜 신적인 존재가 된다는 영화 <루시Lucy>(2014년 개봉)나, 약물이 평범한 사람을 세계에서 가장 지적 능력이 뛰어난 천재로 만드는 내용을 담은 영화 <리미트리스Limitless>(2011년 개봉) 등이 그런 상상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영화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두뇌 개발을 단순히 정보처리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윤리적인 문제나 생물학적 한계로 약물을 통한 두뇌 개발은 현실화하는 데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두뇌 개발의 핵심은 컴퓨터처럼 정보처리 능력을 높이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더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뇌 연구자들이 늘고 있다. 

21년간 MIT 뇌인지과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스티븐 아서 핑커는 자신의 책에서 ‘똑똑하다는 것은 단순히 논리 문제를 푸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이성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으며, 저명한 과학 전문 작가인 데이비드 롭슨은 《지능의 함정》에서 ‘현실적으로 지능이란 고정관념을 수정하고 감정을 조절하며 실패로부터 배우는 능력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뇌교육에서는 뇌 감각을 깨우는 것이 두뇌 개발의 시작이라고 본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뇌감각 깨우기는 뇌의 어떠한 특정 감각기능을 발전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뇌라는 신체기관과 이것이 일으키는 현상을 인지하는 감각을 터득하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뇌 또는 뇌의 작용을 ‘나’와 동질화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신체기관으로 분리해 인식하는 능력을 습득하는 것이 뇌교육의 목표이다.
 

뇌를 ‘나’가 아닌 신체기관의 일부로 대상화하라

뇌가 가진 뛰어난 기능 중 하나는 자동화 기능이다. 슈퍼컴퓨터에 필적하는 뇌의 정보처리 능력을 통해 사람은 반복적으로 쓰는 기능을 무의식의 영역에서 처리할 수 있다. 

자동차 운전을 처음 배울 때는 하나하나가 조심스럽지만, 익숙해지면 동승자와 대화를 하거나 다른 행동을 하면서도 운전이 가능해지는 이유다. 

이는 몸을 움직이는 기능만이 아니라 상황을 판단하고 이해하는 능력, 심지어 감정까지 포함된다. 

사람은 뇌가 하는 일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며 변화를 줄 수 있는 ‘의식’이 있지만, 너무나 뛰어난 뇌의 자동화 기능으로 인해 이를 잘 활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나’라고 착각하는 오류를 범한다.

부정적인 감정이나 잘못된 고정관념은 스스로 노력해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을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며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상태로 이끄는 능력이 우리에게는 내재되어 있다. 

이를 잘 사용하기 위한 첫걸음은 뇌를 나 자신으로 인식하지 않고 신체기관의 일부로서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화가 날 때 내가 화 났다고 생각하는 것과 뇌에서 화난 기분을 만드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전자는 화가 난 이유가 외부에 있다고 인지하기 때문에 감정을 통제하기가 어렵지만, 후자는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스스로 변화를 유도할 수 있게 한다.

물론 의식과 뇌기능을 분리해서 바라보기란 실제로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생각과 감정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발생하며, 이를 통제하기에는 뇌의 모든 것이 거의 자동적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해법을 찾아내어 증상을 개선할 수 있게 됐지만, 이전에는 매우 난처했던 ‘환상통’이라는 증상이 있다. 큰 사고로 신체의 일부를 잃어버렸음에도 존재하지 않는 신체 부위에서 가려움이나 통증을 느끼는 경우를 말한다. 

없는 신체 부위를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오랫동안 이 증세를 없앨 방법을 찾지 못하다가, 인도의 뇌의학자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박사가 거울을 이용해 없는 신체 부위가 존재하는 것처럼 뇌가 착각하게 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뇌는 그것이 곧 나 자신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충분한 훈련을 통해 거꾸로 내가 뇌의 기능을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단지 인식의 변화만이 아니라 이를 실체로 체감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뇌교육에서 특히강조하는 것도 반복적인 훈련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과학기술이 아닌 우리의 뇌

영화에서 나오듯 약물이나 수술적 방법으로 인간이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초월체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조금 더 현명해지고 모두가 평안한 세상을 만드는 존재로 거듭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방법만 안다면. 

5백 년 전의 인류가 지금의 우리를 본다면 세상을 지상낙원으로 만들 과학기술을 이미 가진 것으로 보이지 않을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뛰어난 과학기술보다 자신의 뇌를 더 잘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_이정한 미국 IBE 지구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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