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의 한계를 통해 드러난 자연지능의 가치_게티이미지 코리아
닷컴버블과 비견하기 시작한 인공지능 시장
최근 인공지능(AI) 시장에는 위기설이 돌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기업인 세콰이어캐피탈이 지난 6월 보고서에서 AI 기술 투자 비용이 수익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점을 언급하며 AI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은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많은 전문가는 조심스럽게 현재 상황을 닷컴버블과 비견하며, 엔비디아 같은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 폭락과 그에 따른 경기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물론 AI 기술이 기대한 만큼의 결과를 보여준다면 당분간 투자 비용이 크더라도 이는 시장 독점을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일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닷컴버블 때의 인터넷 만능주의나 블록체인 때 인증 시스템 혁신을 맹신했던 것과 같이, AI도 기술적 한계를 인지하지 못한 막연한 기대가 언젠가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규제나 합의 없이 무제한으로 이뤄지는 AI 개발의 위험성
물론 지금까지 AI가 보여준 놀라운 기능과 다양한 활용법들은 어떤 시각에서 보더라도 부풀려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인터넷상의 모든 정보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분석해서 최적의 답을 만들어 내는 것은 거짓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이 아무리 지적으로 뛰어나더라도 AI만큼 기능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알파고와 이세돌, 커제와의 대국을 통해 드러난 바 있다. 인공지능 전문가들의 주장처럼 컴퓨터가 지성을 갖추게 하는 단계까지는 아직 멀었다고 해도, 현재의 AI 기술만으로도 수많은 직종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에일리언 로물루스’에서 이러한 기술을 사용해, 이미 고인이 된 배우 이안 홈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등장시킨 것도 AI가 인간을 대신하는 사례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어떻게든 AI 기술의 가능성을 격하시키고, 인간 고유의 가치를 억지로 만들어 내려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인공지능에 대해 대중이 어떻게 생각하든 이미 전 세계는 미래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금기의 영역을 넘어갔다.
지적자산의 침해에서부터 AI를 활용한 살상용 드론까지 모든 분야에서 제한 없이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에 대한 규제나 국제법 제정에 대한 합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수많은 업무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연지능을 대체하거나 기존의 삶을 크게 바꿀 것이라는 예측을 하기는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AI 기술의 치명적인 약점
하지만 최근 AI 기술에 극복하기 힘든 치명적인 약점이 있음을 경고하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2024년 7월, 저명한 학술지 《네이처 Nature》에 실린 이 논문의 제목은 ‘반복적으로 생성된 데이터를 학습한 AI 모델은 붕괴한다’이다.
AI로 만들어진 정보를 다시 AI가 활용해 새로운 정보를 만드는 것이 반복되면 결국 AI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이상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인공지능 학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상황을 막을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인공지능이 실제로 인공지능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의 인공지능이라 알려진 기술을 더 실질적으로 표현하면 알고리듬 생성기, 혹은 패턴 분석기라고 할 수 있다.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기반으로 특정 패턴을 도출해 내고, 이를 기반으로 검색하는 사람이 원하는 답을 예측해서 출력하는 것이 AI의 실체다.
사람처럼 기존의 정보를 기반으로 완전히 새로운 정보를 창조해 내지 못하기 때문에 지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영역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해 온 것이다. 하지만 이들조차도 인류가 이러한 기술에 의존하여 패턴이 단순화하고 획일화하다 보면 한순간에 AI가 사라지는 듯한 기능 정지 상태가 온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한순간 모든 AI가 작동을 멈춘다면
이는 AI가 세상을 지배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두려운 시나리오다. 갑자기 한순간에 세상에서 전기가 사라진다고 상상해 보자. 그로 인한 사회적 재앙은 인류에게 그 어떤 전쟁보다 큰 충격을 안길 것이다.
현대문명의 붕괴는 필연적이며, 극단적으로 고갈된 자원으로 인한 수많은 분쟁 끝에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다. AI에 의존하는 인류에게 한순간 모든 AI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일어난다면 그 충격과 혼란은 전기가 사라진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를 막을 방법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기술적으로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AI가 인간의 자연지능처럼 창조력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가까운 미래에는 구현해 내기 어렵다. 다른 하나는 AI로 만들어진 정보를 학습에서 배제하는 것인데, 대부분의 사람이 AI에 의존해 실질적인 창작물이 거의 사라진다면 이 역시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AI의 치명적 약점을 통해 드러난 자연지능의 가치
AI의 아킬레스건과 같은 이 난제를 어떻게 풀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AI 기술을 활용하는 가까운 미래에 무엇이 각광받을지는 좀 더 분명해졌다. AI가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자연지능과의 공존이 필수이며, 이전 그 어느 때보다 독창적인 창작물의 가치가 인정받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AI가 지적자산을 무시하는 수준으로 창작물을 도용하고, 이를 만든 사람에게 어떠한 혜택도 돌아가지 않는다면 새로운 창작을 하려는 사람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AI가 발전하려면 개인이 창조한 지적자산의 가치를 철저히 보호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원본을 활용하여 AI가 뭔가를 만들 때 원작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 방식은 창의성을 기르는 부분에 있어서 부족한 점이 많다. 창의적인 사람보다 맡겨진 일을 잘해내는 사람을 우선시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닷컴버블이 인터넷의 대중화를 막지 못했듯, AI 기술과 시장의 불균형이 가져올 위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AI를 일상생활의 여러 분야에 활용하게 될 것이다.
AI 기술의 치명적인 약점을 통해 역설적으로 드러난 자연지능의 가치를 인식하고, 창의적 인재가 성장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것이 미래에 대비한 우리의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생각한다.
글_이정한 미국 IBE 지구경영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