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트레이너] 턱걸이는 어떻게 브레인트레이닝이 되는가

[브레인트레이너] 턱걸이는 어떻게 브레인트레이닝이 되는가

브레인트레이닝 관점에서 본 운동과 의식의 변화

브레인 107호
2024년 10월 09일 (수)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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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턱걸이는 어떻게 브레인트레이닝이 되는가_게티이미지 코리아



‘운동이 내면화된 것이 바로 뇌’

뇌는 움직이기 위해, 운동하기 위해 진화하였다. 미국의 뇌과학자 로돌포 이나스Rodolfo Llinás는 ‘운동이 내면화된 것이 바로 뇌’라고 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뇌는 신체의 복잡한 움직임을 계획하고 조절하기 위해 발전한 기관이다. 인류의 초기 진화 과정에서는 뇌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움직임과 환경 적응을 위해 발달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뇌 영역이 신체의 움직임을 조절하고 그에 필요한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데 사용되며, 이는 운동이 뇌 활동과 직결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더구나 운동은 뇌 가소성(neuroplasticity)을 촉진하여 새로운 신경 경로를 형성하고 기존의 신경망을 강화한다. 운동 중에는 뇌에서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같은 신경 영양 물질이 증가하여 신경 연결을 강화되고, 기억력과 학습 능력을 향상시킨다. 이러한 과정은 집중력, 의사결정 능력, 스트레스 조절과 같은 고차원적 기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결과적으로 인지 능력을 전반적으로 개선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운동 시 움직이는 부위의 느낌에 주의를 기울이는 훈련, 한계를 넘어선 목표 설정과 힘든 과정을 감내하는 지속적인 도전, 운동 후 신체 변화를 관찰하는 훈련 등 정신적 훈련과 운동이 결합 될 때, 두뇌의 변화는 더욱 극적으로 나타난다. 신체적 활동이 두뇌의 생리적 변화를 유도하고, 정신적 훈련이 뇌의 인지적 자극을 증대시키면서 두뇌의 여러 기능이 두루 발현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전신의 근력을 활용하며 정신적인 훈련을 결합한 복합 운동은 필연적으로 두뇌 활성화를 위한 브레인트레이닝이 될 수 있다.


턱걸이는 근력 운동을 넘어 두뇌 협응력을 필요로 하는 복합 운동

그중 턱걸이(Pull-up)가 대표적이다. 턱걸이는 상체 근력 강화와 전신 운동 효과를 가져다주는 뛰어난 운동이다. 팔, 어깨, 등 가슴 등 상체의 주요 근육군을 강화하는데, 특히 광배근(lats), 상완이두근(biceps), 승모근(trapezius) 등을 강화하는 데 탁월하다. 또 운동 중 몸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복근과 허리 근육을 포함한 전신의 균형 감각이 필요하기에 복합 운동이 된다. 

넓은 범위의 근육을 움직인다는 것은 신경 세포와 근육의 연접이 넓어지고 상호 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턱걸이를 통해 신체 균형을 잡으면서 고유감각으로 접수되는 자세와 관련된 신경신호의 균형을 도모할 수 있다.

턱걸이는 체중을 이용한 운동으로, 본인의 체중이 저항이 되기 때문에 시작부터 강도가 높다. 특히 초보자에게는 단 한 개의 턱걸이조차 쉽지 않을 수 있기에 대부분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턱걸이를 꾸준히 연습하면 신체적 능력뿐 아니라 정신적 인내력과 집중력도 함께 향상시킬 수 있다. 신체적 도전이 되는 근력 운동을 넘어서 두뇌 협응력을 필요로 하는 복합적이고 통합적인 훈련이라는 점이 턱걸이의 핵심 가치이다.
 

▲ 게티이미지 코리아


턱걸이는 어떻게 브레인트레이닝이 되는가

브레인트레이닝은 뇌의 기능을 최적화하는 목적을 갖고 설계된 다양한 훈련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위에서 언급한 신체의 움직임으로 접근할 경우 그로 인해 뇌의 변화, 정신적 변화를 함께 도모하는 것을 강조한다. 그런 맥락에서 턱걸이는 단순한 근력 강화 운동을 넘어 뇌의 변화와 의식 성장을 촉진하는 브레인트레이닝으로 재해석 될 수 있다.

시작은 턱걸이를 하기로 ‘마음먹는 것’부터이다. 고난도 운동인 만큼, 웬만한 동기와 결심이 없이는 시도조차 어렵다. 근력 강화, 건강 증진, 신체 균형을 위한 목적이든, 혹은 타인의 권유에 의한 것이든, 일생에 한 번쯤 내 힘으로 내 몸을 들어 올려 보겠다는 선택은 뇌의 전혀 다른 모드를 작동시킨다. 

의지와 주체성이 발동으로 순차적인 변화 과정을 넘어 획기적인 도약(퀀텀 점프 Quantum jump)을 이끈다. 설사 최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지라도 턱걸이를 선택하여 철봉을 잡는 행동을 이끌어낸 것만으로도! 이것이 바로 인간 뇌의 고유한 기능이며, 인공지능이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다. 브레인트레이닝으로서 턱걸이는 이렇게 창발적인 선택을 하는 힘을 경험하고 훈련하게 한다. 

턱걸이는 정직한 운동이다. 턱걸이를 시도하는 순간 현재의 팔과 어깨, 등 근육의 상태와 체력 수준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렇기에 노력한 만큼 그 성과가 정확히 나타나는 운동이기도 하다. 지속적인 반복 훈련을 통해 근육이 발달하고 기술이 향상되는 과정을 뚜렷하게 경험할 수 있다. 

여기에 브레인트레이닝으로서의 핵심 속성이 잘 담겨있다. 매일의 훈련 과정에서 성취와 실패, 감정의 변화를 경험하지만,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점차 나은 결과를 만들게 된다. 이는 신체적 변화뿐 아니라 신경망의 변화를 일으키며 의식의 확장을 경험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과 자기 효능감은 결국 두뇌 계발로 이어지며, 긍정적인 마인드셋을 형성하게 한다. 

턱걸이는 끊임없이 자신과 대화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고난도 운동이기에 훈련을 할 때마다 내면의 여러 갈등과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아무리 해도 잘되지 않는데 오늘 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내가 왜 이렇게 힘든 운동을 하고 있을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어깨에 통증이 있는데 다치지는 않을까”, “손바닥이 너무 따가운데 굳은살이 아물고 나서 하면 안 될까”. 이 같은 숱한 저항을 딛고 처음의 결심을 유지하며 철봉을 잡을 때, 우리 뇌는 새로운 도전에 따른 신경망을 활성화하고 강화한다. 

특히 이러한 과정에서 어려운 과제를 맞닥뜨릴 때 핑계를 대고 회피하는 자신의 패턴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때야말로 진정한 자기 성찰과 반성 그리고 새로운 의식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이다. 실패의 과정을 통해 겸손을 배우고, 조금씩 진전되고 성공하는 과정에서 자기의 가치를 재인식하게 된다.


턱걸이 0개에서 10개 목표를 이루기까지의 과정

필자도 턱걸이를 정자세로 1개를 해내기까지 결심한 시점으로부터 3년이 걸렸다. 지인들과 함께 운동을 하다가 별생각 없이 턱걸이를 시도했는데, 철봉에 매달려 아무리 힘을 줘도 꿈쩍하지 않는 팔에 당황했다. 어렸을 때부터 푸시업은 곧잘 해 와 팔운동에는 자신 있었는데 턱걸이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었다. 

현실을 직시하게 되니 자괴감이 들었고,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었기에 부끄럽기도 했다. 뇌를 훈련하는 전문 브레인트레이너로서 자기 몸을 한 번은 들어 올릴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정자세로 턱걸이를 해 보자 하는 선택을 했다.

그러나 의욕만큼 몸이 따라 주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턱걸이 초보자를 위한 영상을 두루 찾아보고 도움이 된다는 방법을 써봤지만 생각보다 더 녹록지 않았다. 우선 한 가지라도 제대로 해 보자는 생각으로 매달리기부터 어깨와 등에 힘을 주어 천천히 떨어지는 리버스 턱걸이에 집중했다. 또 다른 장애는 몸무게였다. 근육량이 제법 많기는 했지만 당시 90킬로그램에 달하는 비만 상태였기 때문에 턱걸이의 난이도가 아주 높았다. 

그렇게 한 달 단위로 마음먹고 시도하기를 숱하게 반복했지만, 중간중간 의욕이 떨어지면 쉬고 하다 보니 소용이 없었다. 1년 정도 지났을 무렵, 철봉 밑에서 점프를 하여 150도가 안 되게 팔을 구부려 겨우 2개 하는 것에 그쳤다. 

그러던 중 오래전 수술한 무릎 십자인대가 다시 파열되는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는 상황을 겪었다. 병상에 누워 내 몸을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되겠다, 더 가벼워지고 건강해지자고 굳은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턱걸이를 정말 제대로 해 보자고 선택 또 선택했다.

그때부터 모든 식사를 기록하며 철저하게 먹는 양을 조절하고, 재활 운동도 착실히 해나갔다. 그리고 운동치료사에게 턱걸이를 하고 싶다고 도움을 청해 다리 부상 상태에서도 할 수 있는 팔운동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환경이 만들어지니 성과가 있었다. 조금씩 턱걸이를 할 때 쓰는 팔, 어깨, 근육의 감각을 터득하게 되고, 신경 연결이 이뤄지니 훈련에 가속도가 붙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수술 후 10개월쯤 되었을 때, 수술 전에 비해 15킬로그램 감량한 몸이 되었다. 그리고 몇 개월 착용한 무릎 보조 기구를 떼고 철봉에 매달렸는데 몸의 감각이 이전과 확연히 달랐다. 힘껏 들어 올리니 몸이 거뜬히 들렸다! 잠시였지만 철봉 위에서 본 세상이 남달랐다. 부상과 고된 체중감량의 과정을 거쳐 꾸준한 훈련으로 이렇게 내 힘으로 철봉 위에 올라가니 세상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수술 후 만 1년이 되는 시점에는 20킬로그램을 감량했고, 이후 6개월간 브레인트레이닝 차원으로 꾸준히 훈련을 기록하고 연습하여 마침내 턱걸이 10개를 달성했다. 0개에서 1개를 하는 어려운 과정을 통과하니, 탄력이 붙은 이후의 훈련 과정은 정말 재미있었다. 하루하루 성장하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 게티이미지 코리아


브레인트레이닝 관점에서 턱걸이 훈련에 도움이 되는 방법

턱걸이에 성공한 훈련 경험을 통해 턱걸이가 브레인트레이닝 관점에서도 뛰어난 훈련법이라는 것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건강한 신체와 뇌의 발달을 위해 브레인트레이닝 턱걸이를 강력 추천하며, 브레인트레이닝 관점에서 턱걸이 훈련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몇 가지 제안한다. 

1. 기한을 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한다

훈련 과정을 선택하고, 정확한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 첫 단추이다. 특히 기한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단순히 턱걸이 1개를 하고 싶다고 목표를 정하는 것은 훈련의 강도와 밀도를 느슨하게 하였다. 3개월 안에 턱걸이 1개를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식으로 기한을 정해 목표를 세워보자(기한은 자신의 상황에 맞춰 정하면 된다).

턱걸이를 1개도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단계를 세분화하여 매일의 목표를 설정하고, 중간 목표를 정해 훈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철봉에 매달린 상태에서 날개뼈를 살짝 움직여보며 턱걸이에 사용되는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신호를 활성화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것이 익숙해지면 네거티브 턱걸이(철봉 위로 올라간 상태에서 천천히 몸을 내리는 동작)의 개수를 정해 훈련하고, 점진적으로 어시스트 턱걸이(밴드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올라가는 턱걸이)로 넘어가는 식으로 세부 단계를 나누는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기한을 설정하면 뇌의 동기 회로가 더 강하게 작동한다. 자발적으로 만들어내는 이러한 동기는 턱걸이 훈련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2. 상상의 힘을 활용한다

선명한 상상은 뇌의 시각피질과 운동피질 영역을 활성화한다. 턱걸이를 하기 전, 자신이 철봉에 매달려 완벽한 자세로 몸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상상 속에서 근육의 움직임, 호흡, 힘의 전달을 생생하게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화는 실제 운동을 할 때처럼 신경 경로를 활성화해 근육이 운동 패턴을 기억하고 더욱 효과적으로 반응하도록 돕는다. 운동은 근육과 뇌가 긴밀히 상호작용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신경 경로 강화가 매우 중요하다. 

3. 훈련 과정을 기록한다

설정한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정확히 숫자로 카운트 할 수 있는 그날의 훈련 성과를 꾸준히 기록하는 것이 브레인트레이닝에서는 아주 중요한 키포인트이다. 

매달리기를 시도하고 있다면 매달리는 시간, 네거티브 턱걸이를 한다면 1회 시행할 때 내려오는 시간과 내려오는 횟수, 어시스트 턱걸이를 할 때는 보조 밴드의 강도와 훈련 횟수 등을 기록한다. 

훈련할 때 체감하는 강도와 느낌을 기록하는 것도 훈련을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를테면 “오늘 네거티브 풀업을 하나 했는데 몸이 가볍게 느껴져 내일은 더 안정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와 같이 느낀 점을 적는 것이다.

더불어 오늘 훈련을 바탕으로 다음 훈련 목표도 옆 칸에 미리 기록해 둔다. 이는 훈련의 연속성을 유지하게 해주고, 자신의 성장을 스스로 주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게 한다.

기록은 자신의 변화와 성장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주기에 도파민 분비와 동기 부여 회로를 가동하는 계기가 된다. 기록하는 도구로는 스마트폰 앱을 활용할 수 있지만, 내용을 유연하게 작성하고 확인하는 데는 지면 다이어리가 효과적일 수 있다. 

4. 여러 사람과 함께하며, 경험자의 조언을 받는다

혼자보다는 여러 사람과 함께 운동할 때 동기 부여가 더 크게 일어난다. 이는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활발하게 활성화하는 뇌의 속성 때문이다. 함께 훈련하며 동질감을 느끼고, 성과에 대해 서로 격려하고 칭찬하며 선의의 경쟁을 이어나갈 수 있다. 

특히 트레이닝 전문가나 턱걸이 경험이 있는 사람의 도움말을 적극적으로 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경험자들의 조언은 턱걸이의 올바른 자세, 호흡법, 근력 강화 방법, 난관을 극복하는 노하우 등에 대한 구체적인 팁이 될 수 있다. 

5. 자신의 가치와 가능성을 믿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턱걸이가 아무리 힘들어도 뇌와 근육의 속성상 꾸준히 훈련하면 반드시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뇌와 근육은 훈련하는 대로 변화한다. 즉, 훈련을 어떤 목적으로, 얼마나,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무한히 계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자신의 뇌와 몸의 가치를 믿고 훈련을 실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접근이다. 

턱걸이 같은 고난도 운동은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이지만, 그 과정에서 내면의 힘을 발견할 수 있다. 실패하고 어려움에 맞닥뜨릴 때마다 자기 내면의 힘을 믿고 계속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작은 성취여도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임을 인식하고 효능감과 자기 신뢰를 키워간다면 턱걸이야말로 몸과 마음의 성장을 경험하는 브레인트레이닝이 될 것이다.


글_노형철 브레인트레이너협회 사무국장.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대학 겸임교수.
유튜브 채널 ‘브레인트레이너 노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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