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활용이 본격화되려나 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계획서 제목에 ‘뇌활용의 시대 진입’이라는 문구가 붙은 걸 보면 말이다. 직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는 의료 분야에서 뇌 연구를 하는 것은 아주 당연하겠으나 이제는 그 결과들이 보건이나 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쉽게 접하는 TV에서도 어떤 질병이나 증상 등을 다루면서 관련되는 뇌 부위를 언급하고, 아드레날린이니 세로토닌이니 하는 호르몬을 제시하면서 원인이나 결과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뇌에 대한 이해를 넘어 이러한 뇌과학 분야의 연구 결과를 활용하여 우리 삶을 더 건강하고 풍요하게 할 수 있는 시대가 가깝게 다가왔다. 이 시점에 뇌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깊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뇌활용을 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뇌와 관련된 낱낱의 지식을 그때그때 활용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지나 정서처럼 뇌가 하나로 기능할 때 나타나는 의식(consciousness), 즉 마음(mind)과 관련된 지식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 중에서 첫 번째 방법은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두 번째 방법은 아직 그렇지 못한 편이다. 그런데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어떤 특정한 뇌 부위나 뇌 기능보다는 살아 움직이면서 의식을 통해 느끼고 알아차리고 반응하는 등 뇌를 활용하는 방법일 것이다. 사실 이렇게 하나로 기능하는 뇌에 대한 연구는 부분으로 쪼갠 뇌에 대한 연구에 비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러나 핵심적인 주장에 대해서는 이미 뇌 연구자들이 합의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하나로 기능하는 뇌를 잘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말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도 번역 출간된 책 중에 제프리 슈워츠와 레베카 글래딩이 쓴 ≪뇌는 어떻게 당신을 속이는가≫와 데이비드 디살보가 쓴 ≪나는 결심하지만 뇌는 비웃는다≫는 하나로 기능하는 뇌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이 두 책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을 통해 뇌활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감을 잡아보기로 하자.
뇌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으려면
먼저 ≪뇌는 어떻게 당신을 속이는가≫의 저자이자 뇌 연구자인 슈워츠와 글래딩은 ‘두뇌의 거짓말’에 속으면 뇌의 노예가 되는 삶을 살게 된다고 하면서이 ‘거짓말’을 귀담아듣는 대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인 지침으로 설명한다. 번역본의 원제목이 ≪You are not your brain≫인 만큼 이들이 제안하는 지침은 뇌의 기능을 구분하는 데서 출발한다.
저자들은 나의 ‘마음(mind)’과 나의 ‘두뇌(brain)’를 나눈다. 나의 ‘마음’은 능동적으로 주의를 집중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능을 하는 반면, ‘두뇌’는 인체의 외부에서 투입되는 여러 가지 정보들을 받아들여 수동적으로 경험을 생성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두뇌는 나름의 기제를 가동해 거짓말을 진실이라 믿게 만들고, 이로 인해 자기 파괴적인 행동도 불사하게 한다.
‘두뇌의 거짓말’이란 삶의 목표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그릇되거나 부정확한 생각, 충동, 욕망이다. 근거 없는 두려움이나 걱정에 사로잡히는 일, 자기 잘못도 아닌 일로 자신을 스스로 비난하고 벌주는 일, 문제를 과대평가하여 자기 통제 범위 바깥에 있는 일에 매달리는 일, 일상적 스트레스를 잊기 위해 유해한 행동에 의지하는 일, 변화를 시도할 때마다 과거의 습관으로 되돌아가는 일 등이 해당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두뇌가 보내는 거짓말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들은 마음과 두뇌는 절대 분리할 수 없지만, 수동적인 뇌 못지않게 능동적인 마음의 발달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글에서 자세히 다룰 수는 없지만 이들이 제안하는 구체적인 훈련법도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한다.
뇌에 대한 그릇된 생각 다섯 가지
데이비드 디살보가 뇌과학과 인지심리학 분야의 방대한 저술들을 바탕으로 펴낸 ≪나는 결심하지만 뇌는 비웃는다≫의 원제는 ≪What makes your brain happy and why you should do the opposite(무엇이 당신을 행복하게하고, 왜 당신은 거꾸로 행동하는가)≫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뇌활용에 대하여 부분적인 뇌과학적 지식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짚기 어려운 측면을 드러낸다. 우리 뇌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적합한 환경을 만나기만 하면 발전할 것이라는 믿음은 안이한 판단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뇌에 대한 그릇된 생각을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한다. 바로 우리뇌가 발전적일 것이라는 착각, 치밀할 것이라는 오해, 성실할 것이라는 기대, 주도적일 것이라는 믿음, 스마트할 것이라는 환상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처방으로 안주하려는 뇌, 핑계 대는 뇌, 대책 없는 뇌, 딴생각하는 뇌, 중독된 뇌를 이기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주장하는 ‘우주가 돕는다’는 식의 헛된 희망 대신, 우리 뇌의 약점을 알아차리고 노력을 통하여 이러한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뇌활용을 잘하는 방법
첫 번째 책에서 우리 뇌는 의식에 떠오르지 않는 사고습관과 정서 유형을 갖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책에서는 뇌에 대한 우리의 오해와 그릇된 신념들 때문에 결국은 뜻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과 문제에서 벗어나려면 우리 몸 안에 있는 뇌에 대해 마치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인식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뇌를 관리하는 사람의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우주비행사가 우주에 나가서 지구를 바라볼 때 이전과는 매우 다른 느낌으로 지구를 인식하듯, 우리도 자신의 뇌를 하나의 유기체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뇌를 기능적으로 관리하고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등 능동적인 운영자의 시각을 갖게 된다.
자신의 뇌에 대해 운영자로서의 시각을 갖는 데는 뇌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더불어 명상 같은 방식을 통한 체험적 이해가 도움이 된다. 뇌활용을 위한 뇌훈련 과정에 명상이 주요 프로그램으로 들어가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글. 신혜숙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
자료 출처.
1. Jeffrey Schwatz, Rebecca Gladding,(2011). You Are Not Your Brain: The 4-Step Solution for Changing Bad Habits, Ending Unhealthy Thinking, and Taki Ng Control of Your Life. Avery Pressing Group.
2. David DiSalvo(2012). What Makes Your Brain Happy and why You Should Do The Opposite. Pormetheus 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