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됐어?'
전교 1등 고등학생이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전교 5등을 하고도 학원을 하나 더 다녀야 했고 집에는 1시간 더 늦게 들어와야 했던 이 학생이 전교 1등을 한 날, 스스로 목숨을 끊고 엄마에게 쪽지로 유서를 남겼다. SNS를 통해 실제 사건이라며 알려진 이 이야기는 지금 우리 청소년들이 마주한 현실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참 자신이 어떤 어른이 되어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 꿈꿀 청소년들에게 세상은 그 누구도 먼저 다가가 ‘꿈’을 묻지 않는다. 대신 점수가 몇 점인지, 내신 등급이 몇 등급인지, 전교 등수가 몇 등인지만 궁금해할 뿐이다.
대한민국은 교육기본법에 ‘홍익인간 이념으로 교육한다’며 교육의 철학을 명시해놓고 있다. 널리 만물을 이롭게 하는 사람을 키우겠다는 인성교육의 목표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 교육에 사람은 없다. 대신 숫자가 있을 뿐이다. 생김새가 다르듯 모두 다른 잠재력과 재능을 갖고 있지만, 우리나라 교육은 모든 청소년을 ‘공부’라는 같은 틀에 집어넣은 채 줄을 세워 그 아이의 가치를 매기고 있다.
매년 바뀌는 대입전형, 대통령이 들어설 때마다 발표되는 교육 정책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더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숫자가 가져다주는 가치가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 사람이 가져다주는 가치를 볼 줄 아는 사회로의 변모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 기존 교육 시스템을 벗어나 새로운 교육을 찾는 학생들
최근 숫자가 아니라 아이의 가치에 집중하며 성적이 아니라 인성이 뛰어난 사람을 기르고자 특별한 학교에 다니는 이들이 늘고 있다. 국내 최초 완전자유학년제를 시행하고 있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가 그 주인공이다. 1명에서 시작해 1기 27명, 2기는 전국 각지에서 500여 명이나 입학했다. 1년 동안 다니던 학교를 휴학하거나 자퇴하고 오로지 자신의 꿈을 찾는 시간을 갖는 특별한 대안학교다.
'나 하나 바뀐다고 뭐가 되겠어’와 같은 무기력함은 버리자. 이미 새로운 교육을 통해 우리 교육이 추구하는 본연의 목표를 이뤄가는 학교가 있다. 한 사람이 가면 아직 길이 아니지만, 그곳에 수많은 이들의 발자국이 따르면 이윽고 길이 된다. 이미 많은 아이들이, 학부모들이 교육의 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새로운 교육의 길을 가고 있다.
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