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뇌과학으로 본 생각의 메커니즘과 두뇌의 건강

[칼럼] 뇌과학으로 본 생각의 메커니즘과 두뇌의 건강

고영훈의 뇌과학과 인문학 - 03

생각의 기제(機制 mechanism)로 보이는 두뇌를 분석하기보다는 통찰하며 이해해보려 한다. 우선 기제로 해석되는 메커니즘의 뜻부터 짚어보자. 메커니즘은 구조(structure)와 기계(machine)가 결합한 말이다. 한자를 풀어보면 뭔가를 만드는 틀(짜임)이다.

우리말 ‘짜서 맞추다’라는 말이 메커니즘이란 말의 깊은 뿌리에 들어있다. ‘맞추다’라는 말에는 생각의 목적이 거의 다 들어있다. ‘만들도록 주문하다’ ‘기준에 맞추다’ ‘조립하다’ ‘적응하다’ ‘조화롭게 하다’ ‘맞히다’의 뜻이 있기 때문이다. ‘맞히다’에는 창을 던져 사냥감을 맞힌다는 뜻과 미지나 미래를 추측한다는 뜻이 있다. 생각한다는 것은 당장에 뭔가를 맞추거나 미래를 맞히는 일이며 두뇌는 그렇게 문제 해결과 선견지명을 하는 기계라고 볼 수 있다.

머신(machine)의 알파벳을 소리대로 읽어보면 [매끼네]가 된다. 그리고 machine과 가까운 우리말은 ‘매끼’이다. 매끼는 짜고 매는 사람, 책을 묶어서 만드는 사람인 ‘binder’의 뜻이 있다. 인류가 둘 이상의 물건을 짜 맞춘 기계라 부를 수 있는 최초의 기구는 곡식을 가공했던 맷돌이나 절구이다.

열매나 곡물의 딱딱하고 거친 껍질 속의 당분과 탄수화물을 먹기 위해서 바닥의 넓고 큰 돌과 손에 쥔 작은 돌을 마주치는 것이 절구와 맷돌의 시작이었고 기계의 원형이다. 옛날에는 먹는 문제가 참 절박했다. 농경사회 이전부터 배고픔이라는 절박함이 도구를 만들게 했고 매머드보다는 더 쉽게 잡을 수 있었던 조개를 먹으며 바닷가를 떠돌며 추위를 피해서 동쪽으로 이동하게 했다. 조개의 단백질은 인류 종의 두뇌 발달에도 도움을 주었다.

생각을 한다는 것은 딱딱하게 분리된 콩을 맷돌로 갈아서 두부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 맷돌은 회전하는 중심축과 어처구니가 있어야 한다. 맷돌에서 매우 중요한 손잡이인 어처구니(어이)는 변두리에 자리를 잡는데 그래야 무거운 돌을 가장 쉽게 돌릴 수 있다.

생각의 기계인 두뇌도 맷돌처럼 그렇게 중심축과 변두리의 어처구니를 써서 뭔가를 가공하고 제공한다. 생각에서도 중심축(주관)이 없다면 껍질(문제)을 깨거나 가공해야하는 주체가 없는 것이며, 타인이나 주변의 환경(객관)에 대한 감수성인 어이가 없다면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다. 살다 보면 어처구니가 없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으며 이들은 소개팅에서 다음 만남을 얻기 어렵다. 상품으로 보자면 추가구매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두뇌는 감각이 자극되어 이루어진 개념들과 상징적인 언어들을 묶고 짜고 매는 기계로 볼 수 있다. 두뇌는 객관적인 자연의 환경과 간주관적(intersubjective)인 사회적 관계를 인식하고 대응하여 몸의 양식과 마음의 양식을 얻어서 생존과 번영을 꾀하는 기제(mechanism)이다. 타인의 관점을 느끼는 감수성(맷돌의 어이)은 의지력이나 몰입의 힘(맷돌의 축)과 함께 간주관적 체계인 사회에서 생각의 기반이 된다.

두뇌변화(발달이나 퇴화)의 역사를 보면 기후변화(기업 환경의 변화)로 인한 식량의 결핍(경제적 문제) 때문에 협동사냥(국가나 기업) 등의 사회적 협력을 했던 것이 주요 이유이다. 환경이 변하므로 새로운 문제는 늘 나타난다. 따라서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두뇌는 계속 변화하고 있다.

생각하는 두뇌는 육체적 감성적 정신적 결핍을 채우기 위해 자연과 사회 속에서 망치나 톱 등의 도구나 신화나 철학 등의 사상적 도구를 다룬다. 따라서 결핍을 만날 때 생각을 시작하는 경향이 있는 인간의 두뇌는 문제를 설명을 하기 위해 이론(가설)을 만든다. 더 현명한 자들은 미래의 결핍까지 준비를 하는데, 미래의 결핍을 준비하는 선견지명이 있는 자가 현재의 결핍을 해결하려는 두뇌보다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두뇌는 더 큰 문제를 해결해야 하거나 더 먼 미래를 예측하려 하는 만큼 더 깊고 폭넓게 가동된다. 작은 문제에는 더 좁은 영역을 쓴다. 큰 문제든 작은 문제든, 문제의 심각성(복잡성)에 맞추어 잘 대응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개념을 담고 있는 잘 짜인 두뇌가 필요하다.

건강한 5장6부를 가진 몸이라는 기초공사 위에, ‘엔도르핀’과 가까운 본능에 따라 긍정적인 간뇌와 편도체, ‘도파민’과 가까운 감성적으로 적극적인 변연계(중뇌)와 거울뉴런, 세로토닌과 가까운 이성적으로 잘 발달한 대뇌(전두엽 측두엽 등) 3개의 층이 역학적으로 안정적이고 외장도 근사한 건축물이어야 한다. 그리고 ‘노르에피네프린’과 가까운 어떤 목적을 갖고 그 건물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있어야 건물은 용도가 생긴다.

목적이 있는 사람을 전자기기(건물)에서 이동하는 전자(사람)로 보면 된다. 그런데 두뇌를 건축물(공간)이나 영화 시나리오(시간)에 비유하자면 생각을 한다는 것은 노마드(유목민)처럼 이동을 하며 늘 새로운 건축물을 짓는 것이며 늘 새로운 반전의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다.

특히 패러다임과 플랫폼이 유연한 지금은 옛날보다 더 짧은 시간에 큰 건축물을 짓거나 부수어야 하고 반전이 있는 새로운 시리즈의 영화를 단편이든 장편이든 계속 만들어야 하는 시대이다. 첨단 과학인 양자 물리학적으로 보아도 생각은 매 순간 새 건축물을 짓고 새 시나리오를 짜는 것이다. 영화 ‘다크시티’와 ‘인셉션’에서 짧은 시간에 새집이나 새 도시를 건설하는 장면은 생각에 관하여 시각적으로 잘 보여준다.

두뇌는 환경의 변화로 인해서 활동의 경험이 변화하면, 뉴런과 뉴런 사이의 시냅스를 만들거나 없애거나 줄이거나 늘리고 굵게 하거나 퇴화 시키면서 변화하는데 이를 ‘경험의존뇌신경가소성(뇌 가소성)’이라 한다. 뇌 가소성에 가장 긴밀하게 관련된 물질은 ‘노르에피네프린’이며 이 신경전달물질은 목표와 목적을 생각하면서 집중하고 몰입을 할 때 잘 나온다는 것을 기억하자.

뇌 가소성에서는 ‘두뇌의 진화’가 아닌 ‘두뇌의 변화’라는 점이 중요하다. ‘찰스 다윈’도 원래는 적응하는 변화라는 생각으로 ‘종의 기원’이란 책을 썼다. 두뇌라는 건물은 사용하는 사람이 식당으로 쓰다가 화실이나 공장으로도 쓸 수 있으며 쓰는 용도에 따라서 적응하며 구조를 바꾸는 살아있는 건물이다.

그리고 두뇌도 건물처럼 어떤 용도가 있어서 관리를 해야 유지가 된다. 일단 건물이 유지가 되어야 목적에 따라서 용도변경도 가능하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나 갈 곳이 없는 자동차가 폐가가 되고 폐차가 되듯이 두뇌도 생각을 하지 않거나 목적이 없으면 거미가 사는 무너진 집이나 망가진 자동차가 된다. 생각의 시동이 걸리지 않게 되고 어쩌다가 목적지가 생겨서 시동을 걸더라도 엔진과 바퀴 사이에서 마모가 심하거나 연결이 망가져서 멀리 못 간다.   





글. 고영훈 멘토브레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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