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깎아내리는 사람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혹시 여러분 주변에 유난히 남을 깎아내려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나요?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인데…”라며 묘하게 기분 나쁜 말을 던지거나, 여러 사람 앞에서 은근히 무안을 주는 사람 말이죠. 당하고 나면 “그때 이렇게 받아쳤어야 했는데…”, “내가 부족해서 그런 소리를 듣는 건가?” 하며 자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뇌과학의 관점으로 보면, 그 사람은 지금 자신의 뇌를 진정시키기 위해 당신을 이용하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뇌 시스템이 불안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지요.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사람의 뇌 속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내 뇌가 그 감정에 휘말리지 않도록 심리적 거리두기를 하는 과학적인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불안한 뇌는 왜 타인을 공격할까?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는 사람은 겉으로는 강해 보입니다. 하지만 뇌를 들여다보면 정반대입니다. 그들의 뇌는 사실 ‘공포 상태’에 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뇌의 편도체는 위협을 감지하는 사이렌 역할을 합니다. 자존감이 낮거나 내면의 불안이 큰 사람은 이 사이렌이 아주 쉽게 울립니다. 타인의 작은 성공이나 평범한 행동조차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 뇌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손쉬운 방법을 찾습니다. 바로 ‘우월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남을 깎아내리는 순간, 상대적으로 내가 우위에 있다는 착각이 생기면서 뇌에서는 도파민이 일시적으로 분비됩니다. 순간적으로 불안이 줄어들고 쾌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문제는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서 습관이 된다는 점입니다. 어떤 행동 뒤에 보상이 따라오면 뇌는 그 행동을 학습합니다. 처음에는 의도적으로 상대를 깎아내렸더라도, 반복되면 나중에는 생각할 틈도 없이 자동적으로 타인을 공격하게 됩니다.
감정은 어떻게 전염될까?
상대방의 공격을 받으면 우리 몸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됩니다.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지면 이성적인 판단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기능이 일시적으로 약화합니다. 그래서 “저 사람은 왜 저럴까?” 하고 냉정하게 바라보기보다, “내가 문제인가?” 하며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감정의 전염’입니다.
그렇다면 이 고리를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핵심은 뇌의 주도권을 감정중추인 변연계가 아니라, 이성중추인 전전두엽으로 가져오는 것입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뇌의 방어술
1단계 : 관찰자 되기
상대방이 나를 깎아내리는 말을 할 때,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해보세요. “아, 저 사람의 편도체가 지금 불안해하고 있구나.” “지금 도파민이 필요해서 공격 습관이 나온 거구나.”
상대방의 행동을 나의 결함이 아니라 그 사람 뇌의 반응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관찰자가 되는 순간, 우리 뇌의 전전두엽이 다시 활성화하기 시작합니다.
2단계 : 유리벽 상상하기
나와 상대 사이에 두꺼운 방탄유리가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상대방의 말은 유리벽에 부딪혀 바닥으로 툭 떨어집니다. 말소리는 들리지만 그 말에 담긴 감정은 내 안으로 침투하지 못합니다. 나는 그저 유리벽 너머에서 상대를 바라보는 관찰자일 뿐입니다.
3단계 : 삼인칭으로 말하기
마음속으로 자신의 이름을 불러보세요. “나는 화가 난다” 대신 “김영희가 지금 모욕감을 느끼고 있구나”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 작은 차이가 뇌에는 매우 큰 영향을 줍니다. 뇌는 이것을 내 존재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지나가는 감정 상태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감정의 피해자가 아니라 상황의 통제자가 될 것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는 사람은 결국 자신의 불안이 만든 감옥 속에 갇혀 있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던지는 돌멩이에 맞아 아파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연구자가 실험체를 바라보듯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세요. “아, 저 사람이 또 도파민 버튼을 누르고 있구나.”
그렇게 바라보는 순간, 여러분은 감정의 피해자가 아니라 상황의 통제자가 될 수 있습니다.타인의 반응과 나의 가치를 분리하는 것. 그것이 건강한 뇌를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는 거리두기 시각화 명상 타인의 말과 감정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 거리두기 명상을 함께 해보겠습니다. ● 편안한 자세로 앉아 눈을 감습니다. 먼저 나도 모르게 긴장했던 몸을 이완합니다. 누군가의 말에 움츠러들었던 어깨를 툭 떨어뜨립니다. 꽉 깨물었던 어금니와 미간의 힘도 천천히 풉니다. ●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쉽니다. 한 번 더 깊게 들이마시고 길게 내쉽니다. 몸속에 남아 있던 스트레스 호르몬이 호흡과 함께 빠져나간다고 상상합니다. 깨끗한 폭포수와 함께 모두 씻겨 내려갑니다. ● 이제 상상을 해봅니다. 나와 세상 사이에 아주 투명하지만 무엇도 뚫을 수 없는 두꺼운 방탄유리가 세워져 있습니다. 이 유리는 완벽하게 보호해 줍니다. 상대의 말은 들리지만, 그 안에 담긴 부정적인 감정은 통과하지 못합니다. ● 이제 유리벽 너머에 평소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을 떠올려 봅니다. 그 사람이 입을 열어 나를 깎아내리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그 말들은 총알처럼 날아오다가 유리벽에 부딪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당신은 안전합니다. 그 어떤 파편도 당신에게 닿지 않습니다. ● 이제 그 사람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봅니다. 화내고 비난하는 그 사람의 뇌 깊은 곳에서는 편도체가 빨갛게 부어오른 채 “불안해, 불안해” 하고 사이렌을 울리고 있습니다. ● 속으로 천천히 말해봅니다. “아, 지금 저 사람의 뇌가 불안하구나.” “스스로의 불안을 끄려고 힘들어하고 있구나.” “나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고통을 표현하는 중이구나.” 이제 그 사람은 무서운 포식자가 아니라,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불안한 사람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 이제 시선을 돌려 유리벽 안쪽의 안전한 나를 바라봅니다. 내 이름을 따뜻하게 부르며 말합니다. “저 사람은 불안해서 그렇게 표현한 거야.” “그 말이 진실은 아니야.” “너는 안전해.” “너는 네 감정과 뇌의 주인이야.” ● 차분해진 마음을 느끼며 깊게 심호흡합니다. 잠시 지금의 마음 상태를 느껴봅니다. 마음이 아주 평온합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따뜻한 충만감이 천천히 차오릅니다. ●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쉽니다. 한 번 더 깊게 들이마시고 길게 내쉽니다. 몸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 호흡이 편안해진 느낌을 그대로 느껴봅니다. |
글_양현정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통합헬스케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