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17세의 미국 고등학생 랜디 가드너는 기이한 과학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264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으면서 자신에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실험한 것이다.
실험 이틀째부터 그의 눈은 초점을 잃었고, 발음이 어눌해지기 시작했다. 셋째 날부터는 감정의 변화가 매우 심해졌으며 급기야 환각 증세까지 나타났다. 세월이 한참 흐른 뒤, 70세가 넘어서 한 인터뷰에서 그는 그때 실험 이후로 후유증에 시달려왔다고 고백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잠을 자지 않다가 13일째 되는 날 사망한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잠을 자지 못하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많은 사람이 뇌의 주된 기능이 생각이나 학습, 감정이라고 알고 있지만, 이는 큰 착각이다. 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생존을 위해 신체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심장 박동, 호흡, 체온, 혈압, 호르몬 분비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모든 것을 뇌가 조절한다. 이 과정에서 뇌세포들은 쉴 새 없이 일하면서 많은 열과 노폐물을 만들어낸다.
수면 중에는 놀라운 청소와 복구 작업이 이루어진다. 깨어있을 때는 꽉 붙어있던 뇌세포들 사이의 간격이 넓어지고, 그 사이로 뇌척수액이 흘러 들어가 하루 동안 쌓인 노폐물들을 씻어낸다. 마치 사무실이 문을 닫은 후 청소부들이 들어와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것처럼 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손상된 신경세포들의 복구다. 우리가 깨어있는 동안 뇌의 신경세포들은 끊임없이 손상된다. 이 손상된 세포들은 수면 중에 복구되고 재생된다. 충분히 자지 못하면 이 복구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손상된 세포들이 계속 쌓이게 된다.
랜디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수면 부족으로 뇌의 노폐물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았고, 손상된 신경세포들은 복구되지 못한 채 계속 쌓여갔다. 결국 뇌는 정상적인 기능을 잃었고, 이는 환각과 같은 심각한 증상으로 이어졌다. 13일 만에 사망한 사례는 이러한 과정이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진행된 것이다.
현대인의 79%가 불면증을 겪고 있다는 통계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는지 보여준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뇌세포의 점진적 손상을 초래하고, 이는 기억력 감퇴, 집중력 저하, 감정 조절 장애로 이어진다. 더 나아가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을 초래하게 된다.
매일 밤, 우리의 뇌는 자신을 스스로 치유하고 재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깨끗이 청소되고 회복된 뇌만이 다음 날을 온전히 맞이할 수 있다. 수면은 선택이 아닌 생존과 건강을 위한 필수 조건임을 기억하자.
건강한 수면을 위한 필수 조건 1. 자전주기에 맞춰서 7~8시간은 잔다. 적어도 11시에는 자도록 한다. 2. 자는 공간은 서늘하게.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것처럼 겨울에도 지나친 난방은 숙면을 방해한다. 3. 수면 테이프로 입호흡을 막고 코호흡을 활성화한다. 코호흡은 부비동의 순환을 만들어 뇌의 열을 식혀 건강한 수면을 만든다. 4. 카페인 멀리하기. 카페인은 우리 뇌를 각성시키기 때문에 수면의 적이다. 5. 알코올 멀리하기. 알코올은 점막을 붓게 해서 코호흡을 저하시킨다. 술을 마시면 코를 더 많이 골게 되는 이유가 바로 점막이 붓기 때문이다. 6. 체중 관리하기. 살이 찌면 무조건 코를 골게 된다. 코골이는 입호흡이고, 코호흡이 현저히 저하된다. 7. TV, 컴퓨터, 스마트폰 등 영상 시청은 최소 잠자리에 들기 1시간 전에는 끝낸다. |
글. 전유전 만년설 한의원 원장 / 한방정신경정신과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