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에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조망하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국제뇌교육협회는 한민족의 홍익정신과 선도 문화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뇌교육을, 평화 실현을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국제사회에 알리고자 2004년 한국에서 설립되었다. 2008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국제뇌교육컨퍼런스는 뇌교육을 국제사회에 공식적으로 소개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20여 년 동안 뇌교육은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미국, 유럽, 중동 등지에서 개인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평화를 위한 체험적 방법론으로 확산되어 왔다.
2016년에는 뇌교육의 학문화와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에 지구경영학과가 개설되면서, 뇌교육을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와 국가의 변화로 연결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었다. 이후 한국과 미국에서 학사·석사·박사 과정이 차례로 개설되며 교육과 연구의 지평도 점차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제뇌교육협회는 지구경영학의 학문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이론적 기반과 발전 방향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지난해 8월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글로벌사이버대학교, IBE 지구경영대학원과 함께 지구경영 국제학술위원회를 발족했다.
이 위원회는 정기 라운드테이블과 공동 포럼을 중심으로 교육·연구·실천을 아우르는 국제 협력 네트워크로 성장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9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한·미 지구경영 라운드테이블〉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11월에 열린 두 번째 라운드테이블은 ‘인간과 기술의 공존을 다시 상상하다’를 주제로,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새롭게 조망하는 자리였다. AI 기술의 급속한 확산과 함께 인간 뇌의 고유한 가치와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AI 기술은 이미 사회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지만, 이를 둘러싼 담론은 여전히 두려움과 위험, 통제의 프레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감시 기술이나 군사적 활용, 생성형 기술의 오남용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강조되는 반면,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설계되고 사용되며 인간의 삶 속에 통합되는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은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지구경영 라운드테이블은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인간과 기술의 공존이 어떤 조건 아래에서 가능할지를 AI 기술, 인간–AI 상호작용, 그리고 뇌교육이라는 서로 다른 관점을 연결해 입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했다.
AI와 인간의 공존을 위한 조건
첫 발표자로 나선 글로벌사이버대학교 AI융합학부 석광호 교수는 AI를 둘러싼 대중적 공포가 실제 기술 수준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AI는 특정 영역에 한정된 ‘좁은 인공지능’으로, 인간을 대체하거나 통제하는 존재라기보다 인간이 설정한 목적과 조건 안에서 작동하는 도구에 가깝다는 것이다.
딥페이크, 감시 기술, 군사 드론 등 AI와 관련된 위험이 분명 존재하지만, 이를 기술 자체의 본질적 위험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그는 강조했다. 동일한 기술이라도 어떻게 설계되고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AI가 파괴나 지배가 아닌 공존을 위한 기술이 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첫째는 설명가능성으로, AI의 결과가 어떤 과정을 통해 도출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 인간이 이를 신뢰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책임성이다.
AI가 의사결정에 깊이 관여할수록 오류나 편향을 식별하고 관리할 수 있는 투명한 구조가 필수적이다. 셋째는 개인정보 보호로,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AI가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거나 특정 집단에 집중시켜 남용하지 않도록 하는 설계와 운영 원칙이 필요하다.
석 교수는 이러한 기술적 조건과 더불어, AI를 활용하는 인간의 AI 리터러시, 협업 역량, 데이터 리터러시 등 ‘AI 활용 역량’의 개발이 병행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인간과 AI의 공진화
두 번째 발표에서 ECO(지구시민기구)의 스티브 김 이사는 인간과 AI를 ‘자연지능 대 인공지능’의 대립 구도가 아니라 ‘생물학적 지능과 비생물학적 지능’의 관계로 재해석해 볼 것을 제안했다. 지능은 방대한 정보가 축적되고 그 연결이 복잡해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데, 인간의 지능은 신체를 기반으로 한 생물학적 과정에서 형성된 반면, AI의 지능은 비생물학적 과정 속에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과 AI의 관계를 고정된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하는 ‘공진화(co-evolution)’의 관계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는 인간의 정보 습득과 의사결정 방식을 바꾸고, 동시에 인간이 AI를 사용하는 방식과 선택이 기술의 발전 방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공진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인간의 주의력(attention)이라고 했다. 이미 알고리즘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들이 사용자들의 주의력을 수익화하는 ‘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 모델 위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기술의 위험성 자체보다 인간이 무엇에 주의를 기울이고 어떤 가치를 선택하며 살아가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보았다.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소비하는 정보와 관심의 패턴이 결국 AI의 가치 구조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관심 주권(Attention Sovereignty)’이라 부르며, AI 시대의 진정한 주권은 기술을 통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의력을 스스로 선택하고 회복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내적 역량의 개발과 지속성의 문제
세 번째 발표에서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장래혁 교수는 AI 시대의 핵심 문제로, 인간이 점점 자신의 상태를 느끼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외부의 정보와 자극에 노출되어 있지만, 정작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감지하는 데에는 점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뇌가 신체 감각, 특히 내수용성 감각(interoception)을 기반으로 정서와 행동을 조절하는 내적 역량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부감각과 외부감각은 활성화되는 뇌신경 회로망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으면 점차 둔화한다.
장 교수는 이를 ‘감각의 위기’로 표현하며, 내부감각에 집중하는 시간이 줄어든 결과 자기조절 능력이 약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뇌교육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인간이 본래 지니고 있던 내부감각을 회복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다만 이러한 회복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지속되기 어렵다. 회복된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함께 연습하고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를 지지하는 커뮤니티 기반 환경이 필수적이다. 장 교수는 ‘지구시민 에너지충전소’를 슬로건으로 한 온라인 플랫폼 ‘지로(ZERO)’ 사례를 소개하며, 정기적 참여와 공동 실천이 내적 역량을 꾸준히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세 명의 발표가 이어지면서, 뇌교육이 지구경영으로 확장되는 연결 고리가 한층 분명해졌다. 뇌교육이 개인의 변화에 관한 철학과 방법론이라면, 지구경영학은 그 변화가 어떻게 사회와 국가, 더 나아가 지구적 차원으로 확산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지난해 12월 말, 미국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데이터센터 건립의 일시 중단과 AI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공론화를 요구했다. 기술 발전의 속도를 조절하지 않을 경우, 그 혜택과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였다. 그러나 AI 패권 경쟁은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각국이 국익을 내려놓고 기술 경쟁의 장에서 물러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러한 대립 구도 속에서는 AI 기술을 평화와 공생을 위해 육성하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AI와 인간을 대립이 아닌 공진화하는 관계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다. 지구경영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인간의 내적 역량의 개발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연대의 구조를 통해 AI 기술 발전의 방향을 인간과 사회가 함께 이끌어갈 것을 제안한다.
글_김지인 국제뇌교육협회 국제협력실장. 지구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