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웃으신다

어머니, 웃으신다

사진작가 임종진 ‘세상의 어머니들’

브레인 34호
2012년 07월 07일 (토)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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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순간부터 여자는 사진기 앞에 서는 일이 흔치 않게 된다. 자신을 꾸미기보다 아이의 옷매무새를 한 번 더 다듬어주고, 사진기 앞에 서기보다 사진기를 들고 아이를 찍는 일이 많아진다. 스스로 자신을 기록하고 싶은 순간이 오면, 그런 여유를 조금이나마 찾게 되면, 여자는 자신의 웃는 얼굴에 주름이 얼마나 늘었는지 새삼 확인하곤 놀란다. 그리고 사진에 그 모습을 담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사진작가 임종진은 사진에 어머니를 담는다. 얼굴의 주름들이 오롯이 드러나는 사진들이다. 이제 할머니라고 불리는 우리 어머니, 세상의 어머니들을 찍는다. 그가 찍는 것은 아름다운 외모의 여자가 아니다. 주름이 가리고 싶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눈부신 삶의 징표라는 것을 보여주는 어머니들이다.


세상에는 어머니를 피사체로 한 사진들이 많다. 왜 아니겠는가. 인간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찍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많은 사진들 중에 임종진의 사진을 주의 깊게 바라보게 하는 것은 작가로서의 그의 태도 때문이다. 사진 속에 그의 모습은 찍혀 있지 않지만, 피사체의 표정에서 그들을 경청하는 작가의 모습이 엿보인다.


이런 그의 모습은 그가 살아온 삶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다. 그는 국내에서 외국인 노동자 가족사진 찍기, 시골 주민 영정사진 찍기 등의 작업들을 해왔다. 2년 가까이 캄보디아에 NGO활동가로 체류하면서 지뢰피해자와 장애인을 위한 재활센터, 도시빈민촌, 시골마을을 찾아다니며 ‘달팽이사진관’이라는 이름의 무료사진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월간 <말>지와 한겨레신문 사진기자로 지낸 12년의 시간을 뒤로하고, 그는 현재 참여연대 아카데미와 자신이 운영하는 대안사진공간 ‘달팽이사진골방’에서 사진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그의 사진들처럼 ‘천천히, 깊게 느리게, 소통으로 사진하기’를 가르친다. 5월 12일부터 3주 동안 ‘천만 개의 사람꽃-달팽이의 걸음으로, 임종진 10년의 기록’전이 부산민주공원 잡은펼쳐보임방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임종진 stepano03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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